양천구 신정동에 유일한 소극장이 문을 열었다. ‘드라폼’ 간판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소극장을 만든 이는 목동에서 나고 자란 목동 토박이 문동진 문동철 형제. 모든 것을 다 갖춘 양천구에 유일하게 없는 소극장, 드라폼을 만들기까지 형제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들어본다.
목동 토박이 형제, 양천구에 유일한 소극장 만들다
양천구 유일의 소극장 ‘드라폼’은 지난 2011년 신정역 근처에 오픈했다. 드라폼(Draform)은 Drawing, Drama & Performing Arts의 약자로 소극장 간판이기도 하지만 드로잉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한 연극, 뮤지컬, 미디어 아트 제작 및 설치, 찾아가는 재능 기부를 하는 공연 제작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형인 문동진(33) 씨가 예술 감독, 동생 동철(29)씨가 실장을 맡고 있으면서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보지 못했던 기술로 무대 위에서 풀어내고자 드라폼을 만들었다고 밝힌다.
‘드라폼''에서 현재 공연 중인 작품은 드로잉 뮤지컬 ‘고흐즈’다. 드로잉 뮤지컬(The Drawing Musical)은 드로잉 퍼포먼스와 코미디 뮤지컬이 만나 절묘한 조화를 이룬 전에 없던 형식의 창작 장르다.
새로운 개척 장르인 ‘드로잉 뮤지컬 고흐즈’를 선보이기 위해 공연장을 찾던 중 혜화나 강남과 같은 문화의 메카가 아닌 자신이 나고 자란 양천구에 소극장 문화를 함께 향유하고자 드라폼을 개관하고 ‘고흐즈’를 무대 위에 올리게 됐다.
극장 ''드라폼'' 위층에는 ''Coffee Draform''이 있다. 신정역 주변은 번화가가 아니기에 오롯이 소극장 문화를 즐기기 위한 관객만이 드라폼을 찾는다. 그래서 드라폼 문동진 문동철 형제는 극장을 이용하는 고객과 지역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자 ''Coffee Draform''도 오픈했다. 이곳은 커피와 차, 케잌 외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갤러리 공간이기도 하다.
회화를 전공한 형, 경영학을 전공한 동생
''무대 위의 화가'' 문동진 예술 감독은 회화를 전공했다. 문 감독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그때부터 반항은 시작됐고 중학교 기간 내내 이어졌다.
고등학교를 선택하기 위해 남은 기간 한 달, 문 감독에게 그림을 권한 건 어머니였다. 처음으로 예고 입시 전문 학원을 방문한 문 감독은 숨소리와 연필로 드로잉 하는 소리만 들리는 화실에서 그림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열기에 압도당했다. 처음으로 ‘노력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무도 예고에 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아침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하루 4시간씩 4타임 그림만 그렸다. 그렇게 한 달 “땀 흘려 노력해서 얻은 성취감이 있었어요. 입시에 실패하더라도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서울미고에 합격하고 미대에 진학했다.
“그림을 그리기에 캠퍼스가 작다”고 생각한 문 감독은 폭넓은 비전에 도전하고 싶어 미디어 아트를 공부하고 백남준 선생의 빈자리를 메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미국으로 갔다.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와 여러 곳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지만 연극인으로 필드에서 불합리한 것을 목격하던 차 고민하고 있었다.
동생 동철군은 경영학을 전공했다. 어릴 적부터 꿈인 ‘바른 기업’을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필드에 나와 보니 시장이 가지고 있는 구조상 개인이 기업을 세우기 어렵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방향을 바꾸어 경찰간부시험을 준비하던 중 형이 유학을 다녀오면서 “꿈이 있는 청년들이 즐겁게 합리적으로 일하는 기업을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500만원 출자금으로 사무실 구하고 오롯이 컴퓨터 한 대와 중고차 한 대로 장비를 싣고 다니며 컨텐츠를 공연했다. 동생은 실질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사장으로 형은 컨텐츠 계발과 소프트웨어 창작 활동, 예술 감독으로 무대 위에 섰다. 직원도 뽑았다. 월급을 많이 주거나 근무 여건이 좋은 건 아니지만 비전을 나눌 수 있기에 흔쾌히 승낙했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돈을 많이 벌거나 직원이 많거나 하는 성공한 사업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에게 삶의 바른 방향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이 되고자 했다.
첫 해, 부모님의 반대는 심했다. 형제들의 설득에 ‘1년간만 지켜보겠다. 성과를 봐서 되겠다 싶으면 인정해주겠다. 아니면 각자 자리로 돌아가라’는 허락을 받아냈다. 1년 동안 성과는 없었다. 1년 동안 성과를 낼만한 곳도 아니었다. 하지만 형제들은 “즐겁게 뜨겁게 일했다”고 회상한다. 즐겁게 집중해서 일하는 모습이 좋았는지 부모님이 가장 큰 후원자이자 팬이 됐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드로잉 뮤지컬
소극장 드라폼에서 처음으로 올린 공연은 ‘고흐즈’다. 왜 하필 ‘고흐즈’였을까. “화가 이야기, 그림 공연을 베이스로 하는 드라마를 하고 싶었어요. 단순하고 명료한 화가의 삶, 그림을 어떻게 그렸을까? 무대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화가의 의도를 더 잘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문 감독은 화가 고흐에 집중했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림, 살아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지만 고흐가 죽어서 빛을 찾게 된다. “고흐의 삶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주고 싶었습니다. 고흐가 그림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무대 위에서 그림을 직접 그리는 드로잉 퍼포먼스를 통해 고흐의 잘못된 이미지를 계몽하고 싶었다고 할까요.”
드라폼에서 시즌 3번째 이야기 ‘고흐즈’를 8월15일부터 공연한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절, 경기도 침체되고 정치는 누가 해도 신뢰가 가지 않는 세상, 전쟁이 곧 발발한 것 같은 분위기는 고흐가 정신병원에 갇혔을 때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목적의식, 비전을 심어주고 싶어요. 포기하기 않고 힘내서 살아가자.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문동진, 문동철 형제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키워드를 주는 컨텐츠를 만들고 우리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며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게 응원해 달라”고 갈무리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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