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예술마을 뚜비아트센터아띠 원정연 관장

심장병 앓던 아이에서 아이들 지켜주는 뚜비아저씨로

지역내일 2014-07-28


사막이 따로 있으랴. 감성이 메말라가고 상술에 비틀어지는 세상이라면 그곳이 사막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모래언덕을 조금만 파보면 여기 물이 흐르고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헤이리예술마을 뚜비아트센터아띠 관장인 뚜비아저씨 원정연(46)씨도 그런 사람인 게 틀림없다. 인형극 속에서 방금 ‘뿅’하고 튀어나온 것처럼 명랑한 원정연씨는 그러나 어린 시절 남다른 아픔을 겪었다. 선천선 심장병을 앓았고 수술 뒤 2주 동안이나 깨어나지 않았던 아이. 부모를 꽤나 울렸을 것 같은 아이가 바로 그였다.
그는 어떻게 보호받는 아이에서 지켜주는 어른으로 바뀌었을까. 어린왕자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사막여우처럼 뾰족한 머리띠에 염색머리를 하고 나타난 원정연씨에게 지난 사연을 들어 보았다.




퍼포먼스가 있는 미술놀이체험관
뚜비아트센터아띠는 어린이를 위한 테마미술체험관이다. 개인 가족 단체 체험을 할 수 있는데 만들기와 퍼포먼스를 1시간 30분가량 진행한다.
매년 12월 1일이 되면 다음 해 단체 예약을 접수 받는데 3일이면 1년 치 예약이 종료된다. 등록 회원 400여 명이 말해 주듯 2011년 문을 연 뒤 뚜비아트센터아띠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주제는 3개월마다 한 번씩 바뀌는데 그때마다 인테리어를 바꾼다. 이번 여름 시즌의 주제는 대한민국이다. 2층은 근현대 생활 소품으로 구석구석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파주 토박이로 어린 시절을 보낸 원정연씨의 사진들도 훌륭한 근현대사 소품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가게 앞에서 찍은 사진, 어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을 담은 사진도 요즘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풍경이다.
추억의 못난이 인형 삼형제가 놓여 있는 텔레비전의 다이얼을 돌려 화면을 켜면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가 나온다. 
아이들은 이 공간에서 하회탈을 꾸미고 남는 시간에는 콩놀이나 유리구슬놀이를 하거나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논다.
3층에는 대형 태극기와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의 유니폼, 친필 사인이 붙어 있다. 눈에 띄는  또 하나는 하얀색 자동차다. 아이들은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이 자동차를 색색의 물감으로 물들인다. 레이저 불빛과 신나는 음악, 성우처럼 목소리를 바꾸는 뚜비아저씨의 디제잉에 따라 놀다보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스트레스 확 풀린다는 인기 코너다.



심장병 어린이, 명랑한 어른이 되다
“동창들 만나면 제가 가장 많이 달라졌대요. 어릴 때는 운동장 한 바퀴도 못 돌았어요. 체육시간에는 주전자 들고 아이들 물 따라주는 역할이었어요. 너무 아파서 입 주위랑 손톱도 파랗던 아이였어요.”
1988년 수술을 했지만 2주 동안 깨지 않았다. 눈물로 지내던 부모님의 기도 덕분이었을까. 거짓말처럼 살아났고 몸을 되찾았다.
지금처럼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라 갈비뼈를 열어 수술하던 시절이었다. 수술을 하고 일 년 반 동안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웅크린 채 뼈가 벌어지지 않게 붙잡고 잠을 잤다고 한다.
“지금 쉬고 있는 숨의 절반만 쉬어보세요. 심장병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실 거예요. 그만큼 힘들어요. 숨 쉬는 게 이렇게 감사한 줄 몰랐어요.”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어
결혼하고 1996년에 첫 아이 진주, 4년 뒤 동성이가 태어났을 때 원정연씨는 심장부터 확인했단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더 신나고 즐겁게 해줄까. 원정연씨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그것이다.
그를 살게 만드는 또 하나의 힘은 자신의 어린 시절처럼 아파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다. 그는 매달 국립암센터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생일잔치를 열고 있다. 한 번만 하려고 했던 행사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밝게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말하는 간호사의 말에 그만둘 수 없어 3년 째 계속하고 있다.
‘이 아이에게는 이번이 생애 마지막 이벤트 일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야말로 ‘죽을 힘 다해’ 봉사한다는 원정연씨.
“아이들의 웃음은 신이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을 때 아무 생각이 안날 정도로 정말 행복해요.”
삶이 팍팍하다고 느낀다면 헤이리에 들른 어느 날 한 번 쯤은 뚜비아저씨를 찾아가보시라. 그가 만들어주는 핸드드립커피에 몇 마디 이야기만 나누어도 금방 유쾌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선행에 동참하고 싶다면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체험비를 후원하는 모금함에 마음을 보태도 좋다.
뚜비아트센터아띠 010-5250-8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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