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리포터는 신길중학교 3학년 한 교실을 찾았다. 전통놀이를 통해 관직을 배우고, 그 놀이에 ‘쏘옥’ 빠진다는 수업을 직접 보기 위함이다.
600여년 전 만들어진 놀이가 과연 21세기 청소년들과 어떤 공감대를 이루어낼까?
안산시 행복예절관 최용열 예절강사가 흰 모시적삼차림으로 전통놀이의 유래를 설명하고 놀이를 진행한다. 시간이 흘러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지만 학생들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승경도(陞卿圖)’라는 전통놀이에 열중해 있기 때문.
벼슬이 가장 높은 영의정이 된 친구가 윤목을 굴려 나온 수에 따라 파직을 당하자 “높은 관직에 있을 때 잘 할 걸…”이라며 한숨을 쉰다. 벼슬자리가 탐나는 도령들과 아씨들은 고급관리도 되어보고 유배를 가기도 했다.
사대부 도령의 소망을 담은 놀이 ‘승경도’
전통놀이를 지도하는 최용열 강사는 “승경도는 말판에 관직명을 적어놓고 윤목(輪木)을 던져 나온 숫자에 따라 말을 놓아 하위직부터 차례로 승진해 고위 관직에 먼저 오르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이다. 4~8명까지 놀 수 있는데, 관직(官職)이 적힌 놀이판과 윤목(輪木)이 필요하다. 윤목을 던진 끗수대로 관직이 높아지기도 하고 귀양을 가기도 하며 당시의 관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놀이판은 블루마블게임판과 비슷하다. 각자의 말을 정하고 놀이를 시작하는데, 승진을 하는 친구에게는 박수로 예의를 표했다.
조선 초기 명재상 하륜에 의해 만들어 졌다고 전해지는 ‘승경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이 놀이에 대한 기록이 있다. “큰 비가 종일 내렸다. …(중략)무료하여 군관 송희립 오철 등을 불러 승경도를 했다.”
수업을 마친 한 여학생은 “‘공부해서 과거에 장원급제하라’고 직접 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놀이를 통해 관직(벼슬)이 좋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어렵게 오른 관직에서 내려오는 것은 비록 게임이지만 가슴 아팠다”라며 아쉬워했다.
옆 교실에서는 한복을 곱게 입은 예절강사 장경옥 씨의 ‘장명루 만들기’ 수업이 진행됐다. 장 강사는 “장명루(長命縷)는 단옷날 자녀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만드는 팔찌이다. 부모가 직접 만들어 자녀에게 선물하며 오직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바램을 담고 있다. 빨, 노, 파, 흑, 백의 색을 가진 실을 손가락에 걸어 땋아 만든다”고 설명했다.
빠짐없이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부지런히 두 개의 팔찌를 완성한 한 학생은 “어제 엄마께 핸드폰 땜에 혼나고 냉전중인데, 이 커플팔지로 화해를 하려고요”라며 웃었다.
배려와 좋은 인성, 나누는 자리
3학년이 전통놀이를 수업을 하던 이날 오후, 신길 중학교 1학년들은 ‘이웃어른초청 효도Day’행사를 진행하느라 분주했다. 마을 어르신을 모시고 각자 재능을 살려 효도를 하는 날이다. 1학년 한 학생의 말이다. “올해 3월부터 틈틈이 수제 비누를 만들어 선물로 준비하고, 정성이 담긴 핸드폰 고리도 달아 드릴 거예요.”
학생들은 초대한 어른들에게 자근자근 안마를 해드리고, 윷놀이를 함께 하고, 제기도 함께 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무척 더운 오후임에도 아이들 표정은 밝았다. 미술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은 할머니?할아버지사진을 찍고 캐리커처를 그리며 땀을 흘렸다.
학생들의 신나는 댄스와 노래, 태권도 공연을 보며 어르신들은 흥겨워했다. 한 여학생은 할머니의 손톱을 깨끗하게 다듬어 매니큐어를 발라드렸다. 말리느라 열 손가락을 쫙~펼친 할머니는 “우리 집 손자들은 다 컸는데, 아이들과 있으니 참 좋아요. 손톱도 곱게 다듬어주네”라며 흐뭇해했다. 효도데이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 1학년 부장 이영교 교사의 말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오랜 고민 끝에 만난 것이 ‘배려성품교육’이다. 친구와 부모를 위한 배려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또한 배려를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성품교육에서 얻은 좋은 인성, 인성이 좋은 아이는 당연히 올바른 창의력을 갖게 된다. 오늘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효도잔치로 배려와 좋은 인성을 지닌 신길 중학교 학생들이 된다면 아주 기쁘겠다.”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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