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지역에서 선호도가 높은 고교로 꼽히는 영동일고. 서울시내 고교 가운데는 드물게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짜임새 있는 진로진학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학년도 대입에서 의예과를 포함해 서울대 6명, 연대 9명, 고대 15명, 의대 9명 등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영동일고 진로진학부를 찾아 입시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영동일고 4층 진로진학부 교무실. 3학년 담임교사와 진로진학 전담교사들이 팀워크를 이뤄 입시지도를 진두지휘하는 베이스캠프다.
“우리 학교는 상위권 학생의 80%가 수시로 대학에 갑니다. 입시의 축이 정시에서 수시로 바뀐 만큼 수능점수, 비교과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은 입시 데이터베이스가 점점 중요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양창환 영동일고 진로진학부장교사가 설명한다.
진학지도의 첫걸음, DB관리와 활용
체계적인 입시 지도를 위해 영동일고는 학생 개인별로 고교 전 과정의 내신 성적, 모의고사 점수, 비교과 활동을 꼼꼼히 기록한 파일을 전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매년 고3 학생들의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를 별도로 관리하는 한편 매년 수험생들이 치른 구술 문제와 면접 내용을 모아 자료를 축적해 나가는 중이다.
갈수록 대학별 입시 전형이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모아 놓은 진학DB가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학생 맞춤형 입시 전략을 짜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고3 학생, 학부모와 상담할 때 졸업생의 진학 데이터와 개별 학생의 성적 자료, 비교과 활동내역을 비교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요긴하게 쓰입니다.” 양 교사가 덧붙인다.
특히 영동일고는 인근의 휘문, 중동, 중산, 진선여고, 서문여고, 배명, 한영 등 강남권 8개 학교와 입시데이터, 합격 사례를 공유하며 진학지도에 활용하고 있다.
자기소개서, 구술면접 팀플레이로 지도
“자기소개서 첨삭, 구술면접 준비를 여러 명의 교사가 코칭하는 팀플레이가 강점입니다. 담임, 진학담당, 국어 교사를 비롯해 문과는 사회과목, 이과는 과학과목 교사들이 팀을 짜서 학생들을 지도합니다. 특히 입시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자기소개서는 여러 명의 교사가 교차로 검토해 모호한 표현, 내용상의 문제점, 대필 여부를 짚어내며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윤희태 교사가 진학 지도 시스템을 소개한다.
구술면접 대비를 위해 학생 1인당 예닐곱 명의 교사가 면접관이 돼서 실전처럼 연습시킨다. “대다수 학생들이 모의 면접에서 질문이 쏟아지면 처음엔 쩔쩔매지만 꾸준한 훈련을 통해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익히고 담력도 기릅니다. 이런 면접 연습이 실제 입시에서 도움이 됐다는 학생들이 꽤 많습니다.” 오청락 교사가 귀띔한다.
고1~2 학생에게는 공부와 비교과 활동을 균형 있게 준비할 것을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고1들은 아침자율학습, 점심시간 동안 매일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진로 탐색의 첫걸음이 독서이고 자소서 쓸 때나 면접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욕심 있는 학생들은 독서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는 편입니다. 학문간 융합이 대세라 문이과 계열을 교차한 책읽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정성윤 교사가 설명한다.
고1~2 필수 스펙 ‘독서,동아리,경시대회’ 3종 세트
독서의 연장선상에서 토론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있다. 필독서를 지정, 참여 대상자를 선발한 다음 공개토론, 원탁토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는 왜 개를 사랑하고 돼지를 먹고 소를 신을까?>를 읽은 뒤 ‘육류를 먹는 일은 정상이며 자연스럽고 필요한가?’를 주제로 찬반 토론 대회를 열었습니다. 토론이 독서, 말하기, 사고력의 종합세트인데다 입시에서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고 경쟁 또한 치열합니다.” 양 교사가 덧붙인다.
학생들끼리 팀을 모아 주제를 정해 소논문을 완성하는 프로젝트 수업도 해를 거듭할수록 탄탄히 자리를 잡았다. 논문 작성을 위해 학생들이 시작부터 최종 완성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하므로 입시용 스펙뿐만 아니라 자기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우리 팀은 한글을 테마로 논문을 썼는데 설문조사하고 답사까지 다녀온 뒤 계속해서 토론하는 과정에서 배운 게 많아요.” 박은서양이 경험담을 들려준다.
동아리 활동도 장려한다. 국영수 주요 과목과 사회, 과학 등의 심화공부를 위한 학습동아리부터 진로 연계, 순수 취미 동아리까지 총 90여개가 운영 중이다.
교내 경시대회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분야. 희망 전공분야의 관심도, 수월성을 입시 전형에서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되기 때문에 수학, 영어, 독서, 논술, 진로 등 20여개 분야가 매년 개최된다.
학생들의 교과 성적 향상을 위한 데이터 분석도 진로진학부의 주요 임무. 중간, 기말고사와 정기 모의고사의 성적 분포 추이, 취약 분야를 세밀하게 분석해 전 교사들과 자료를 공유하며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공부에 전력 질주해야 하는 고3은 늘 ‘특별 관리’ 대상. “슬럼프에 빠진 학생은 개별 상담을 통해 다독거리며 마인드컨트롤을 돕습니다. 우리는 고3 담임과 진로진학 담당교사가 한 교무실을 쓰기 때문에 개별 학생들에 대한 정보, 최신 입시 정보 교류가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양 교사가 덧붙인다.
진로진학 Tip
학년별 스펙관리 로드맵은 필수
입시의 양대 축은 성적과 비교과 활동으로 학년별로 스케줄을 짜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고1은 독서, 동아리 활동 고2는 경시대회 집중 참여, 프로젝트 활동 등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치밀하게 준비하는 자기소개서, 구술면접
자기소개서는 여유를 두고 미리 작성한 뒤 여러 사람의 검토를 거치며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 모의 구술면접을 통해 논리적인 말하기, 담력을 훈련하는 게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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