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어를 잘한다는 사람들이 참 많다. 유학생도 많고 국내와 해외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영어를 접해 누구보다 잘한다는 학생들도 있고, 영어유치원부터 시작해 원어민만큼 유창한 발음으로 말하는 학생들도 많다. 주변에서 이들을 보면 “와~!” 하는 감탄사부터 시작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영어 참 잘한다!”일 것이다. 난 이 모습을 보며 (물론 정말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과연, 유창함이 영어의 전부일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영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1그룹과 우리나라 사람들로 이루어진 2그룹에게 한 중년의 남자가 영어로 이야기하는 음성을 들려주고, 각각의 그룹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험했던 적이 있다. 1그룹 구성원들은 그가 아주 고급스러운 어휘를 사용하면서 간결하고 유창하게 논지가 확실히 드러나는 아주 좋은 연설을 했다며 자신의 아이들이 나중에 이렇게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2그룹은 발음도 어색하며 제3국 어딘가에 사는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하는 영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자녀들은 절대 이 사람처럼 영어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때 그 음성과 함께 영상이 보여졌고, 그 음성의 주인공은 바로 반기문 UN사무총장이었다.
언어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소리, 즉 말이나 문자, 글의 수단이라고 정의되어진다. 영어 또한 사람의 생각, 가치, 논지, 감정 등을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일 뿐이다. 우리가 우리나라 사람 중 말을 빨리, 발음을 정확하게,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 ‘말’ 속에 그 사람의 생각과 가치가 잘 정돈되어 있고 그 말이 다른 사람에게 설득력을 갖춘, 마음을 움직이게 하며 때론 감동을 느끼게 전달되었을 때 우리는 ‘말’을 잘한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영어 또한 마찬가지다.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원어민과 비슷한 발음으로 떠드는 것이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내용을 정리하고 무엇을 중심으로 이야기 하는지가 중요하다. 즉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탄탄한 근거들이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걸 갖추고 유창하기까지 하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겉에 보이는 유창함만을 쫓는 일은 이젠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싶다. 요즘 들어 영어로 말은 잘하지만 진짜 ‘말’을 잘하는 학생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책을 읽고도 중심내용을 모르고 그저 재미있거나 인상 깊었던 한 부분이 그 책의 전부인 양 받아들이고, 그게 책을 다 이해한 것인 양 생각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글 또한 마찬가지이다. 생각이 여물지 않으면 절대 글도 탄탄하게 써질 수가 없다. 더구나 다양한 직·간접의 경험도 충분치 못하고 자신의 생각을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조차 배우지 못한 우리 아이들에게 자꾸 뭔가를 내놓으라고 다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보다는 그 경험이 쌓이기를, 그 경험들이 차곡차곡 탄탄하게 쌓여 하나의 커다란 자산이 되기를 기다려주자. 그래서 그 자산이 아이들의 생각, 그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와 잘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자연스럽고도 짜임새를 갖추게 하는 윤활유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강소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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