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장산들 선사고 3학년

나를 성장시킨 두 가지 ‘해보자! 끝까지!’

머리가 좋지 않아요. 대신 노력파지요

지역내일 2014-07-15

3년 전, 중학시절 내내 집과 학교만 오가는 ‘조용한 범생이’로 전교 최상위권 성적을 놓치지 않았던 장산들양은 고교 진학을 앞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대학입시를 목표로 공부에 올인해 고교 3년을 보내자니 훗날 후회할 듯싶었어요.” 

산들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끈기女’
또래들이 특목고, 자사고를 준비할 때 그는 과감히 혁신학교인 선사고를 지원했다. 송파구에 살다 학교 근처인 강동으로 이사까지 가면서 선사고를 선택한 건 ‘의미와 재미’까지 갖춘 고교 시절의 추억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빠 역시 혁신초등학교 교사였기 때문에 학교의 여러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정보가 많았죠. 돌이켜 보면 ‘또 다른 나’로 바뀌고 싶다는 열망이 컸던 셈이지요.” 그의 선택은 주효했다. 지금은 예전과 180도 달라진 ‘장산들’로 다이내믹한 일상을 살고 있다.
“얌전한 아이에서 활달한 성격으로 바뀌었고 무엇보다도 능동적으로 ‘내 삶’을 가꿔나가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남 앞에 서는 걸 부끄러워했고 ‘말’ 보다는 ‘글’이 훨씬 익숙했던 그는 선배의 ‘꼬드김’으로 토론동아리에 들게 됐다. 팀을 짜서 자료 조사를 하고 밤 늦도록 토론연습을 하면서 서서히 변해갔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자신의 의견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세련된 토론기술을 배워나갔다.
특히 전교부회장에 당선된 뒤 학교를 누비며 종횡무진 활약한 학생회 활동은 그를 훌쩍 자라게 만든 에너지원이 됐다. “전교생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던 첫 경험을 잊을 수 없어요. 목소리도 작고 발음도 부정확할 뿐 아니라 시선처리도 어색해 연습 내내 쓴소리를 많이 들었죠. 오기가 나서 발표 내용을 달달 외울 정도로 준비했어요. 무대에 한번 서보니까 ‘하면 되는구나’란 자신감이 붙더군요. 횟수가 쌓이면서 실력도 함께 늘고요.” 학교의 크고 작은 행사를 치르면서 그는 단단하게 여물어갔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 덕에 그는 공부건, 독서건, 방과후 활동에서건 두루두루 ‘작은 성과’를 만들어 냈다. “격주 토요일마다 1년간 참여한 인문학 특강이 인상 깊었어요. 신화, 광고, 영화, 책을 매개로 학생, 강사가 둘러 앉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교과서 밖 다양한 장르를 가지고 인문학의 토대를 닦을 수 있어 유익했어요.”


보물 1호는 3년 째 쓰는 학습 플래너
그의 보물 1호는 학습 플래너. 입학과 동시에 쓰기 시작한 두툼한 플래너 속에는 숨가쁘게 지낸 고교생활의 이모저모가 생생하게 녹아있다. “처음에는 상 받을 욕심에 쓰기 시작했는데 자꾸 쓰다 보니 재미가 붙더군요. 공부 계획을 세운 뒤 실천 유무를 체크하고 또 하루를 반성하면서 공부습관을 기를 수 있었지요. 가끔 슬럼프에 빠질 때는 예전 기록을 뒤적이며 힘을 얻기도 해요.”
그가 내민 플래너를 한 장 한 장 넘기자 평일에는 5~6시간, 주말에는 10시간 가량 매일매일 책과 씨름한 치열한 공부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학생회 활동과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공부의 끈을 꽉 붙잡고 실천한 의지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장산들식’ 공부 비법인 듯싶었다.
“난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에요. 대신 노력파지요. 끈기와 근성은 좀 있거든요(웃음). 계획을 세웠으면 될 때까지 우직하게 밀고나간 덕분에 결과물이 차근차근 쌓이더군요.” 친구들끼리 의기투합해 만든 국어스터디 동아리도 꾸준히 참여한 덕분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어 성적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다. 과목별로 요점 정리한 공부 노트도 꾀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써내려가는 중이다.


역사교사 꿈꾸며 촘촘히 미래 설계
그의 꿈은 역사교사. 틈틈이 역사교육학과 교수, 대학생까지 만나며 야무지게 진로탐색을 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중이다.
“삼고초려 끝에 만난 고려대 교수님은 고교생이라 봐주는 법 없이 내 생각의 오류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전공 공부, 역사학도의 자세를 깐깐하게 짚어주셨어요.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학생회장을 만나면서는 대학 생활의 실질적인 정보도 얻었고요. 여기저기 수소문해 어렵게 인터뷰하면서 예전에 가졌던 ‘역사가 좋으니까 역사를 전공한다’는 어설픈 꿈 설계를 정교하게 가다듬으며 ‘왜 역사를 선택했고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자문해 볼 수 있었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 속 참뜻을 온몸으로 배우면서 신나는 고교시절을 보낸 장양은 고단한 고3 생활도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중이다. 보람과 아쉬움은 늘 교차하는 법.  그간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좋겠다며 후배에게 해주고픈 말도 많단다. “독서, 특히 본인의 진로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또 학교에서 개최하는 각종 경시대회, 글쓰기대회, 토론대회는 귀찮다 여기지 말고 기회 닿는 대로 참가하는 게 좋아요. 의외로 배울 점이 많고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거든요.” 경험에서 우러난 진솔한 조언을 쏟아내며 웃는 그의 얼굴은 환하게 빛이 났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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