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하는 유일한 구기 운동인 수구는 일반인들에겐 조금 생소한 스포츠. 핸드볼과 비슷해 ‘물속의 핸드볼’이라 불리기도 하고, 신체의 대부분이 물에 잠긴 채 격렬한 몸싸움을 벌여‘수중 격투기’라는 별칭도 가졌다. 수구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 건강을 챙겨내는 사람들이 있다. 수구 한 판으로 여름날 무더위도 시원스레 날려버리는 이들, 수구동호회 ‘Water Polo Team R’ 회원들이다.
■경기도 유일의 수구 동호회, 네가 있어 행복하다
낮 동안 도심을 뜨겁게 달구던 태양이 사그라지는 목요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 내 다이빙 풀은 회원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물살을 가르며 몸을 풀더니, 드디어 공을 들고 골대 앞으로 모여든다. 삼삼오오 회원들끼리 패스를 하고, 골대를 향해 힘차게 슛도 날려보는데…. 팀을 나눈 연습경기에서는 물속에서 짜릿한 한 판 승부도 펼쳐진다.
경기도 유일한 수구동호회인 ‘Water Polo Team R’이 결성된 것은 2013년 1월.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며, 규칙이나 세부 사항을 알아가고 있다. 주 2회 연습하지만 의욕이나 열성에서는 선수 못지않다”고 경기체고 수구 코치이기도 한 김기우 코치는 회원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동호회는 여성회원 2명을 포함한 15명 정도의 회원이 열심히 활동 중이다.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년에도 전국의 수구 동호회가 겨루는 수구대회에 당당히 참가했다. 시합을 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해 참가에 의의를 뒀는데, 결과는 역시나 전패. 박병철(39) 주장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비록 전패했지만 회원들과 함께 승부를 위해 노력했던 것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며 시합 참가기를 전했다. 타 도시에는 있는 수구동호회가 경기도에 없어 늘 아쉬웠는데, 그 존재 자체로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함께 팀을 이뤄 운동하는 수구, 격한 재미에 풍덩!
회원들은 수영은 레인만 오가 다소 지루한 반면, 함께 팀을 이뤄 운동하는 수구는 ‘재미있다’고 입을 모은다. 물 위에 떠서 팔, 다리 등을 쉴 사이 없이 움직여야 하고, 시합에서는 거친 몸싸움도 불사해야 하기에 힘들 법도 하건만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과격(?)함이 매력이란다.
수구의 매력에 빠진 사연도 가지가지. 오늘 연습에 참여한 홍일점 송영미(32) 회원은 인천에서 찾아오는 열성파다. 체력도 좋아지고 자신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는 수구에 도전해 보고 싶었단다. 이한글(31) 회원에게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몸이 불편해 재활을 위해서 수영과 인연을 맺었다. “오랜 동안 수영을 하다 보니 보다 활동량이 많은 수구에 눈이 갔다. 덕분에 몸이 더 건강해져 수구를 만난 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동호회에는 보통 친구 따라 강남 가는 회원들이 한두 명 있기 마련이다. 최린(41) 회원이 그랬다. 박병철 주장을 따라 참여하게 됐는데, 1년 반이 지난 요즘 ‘정말 잘 왔다’를 되뇌고 있다. 마흔을 넘겼지만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수구 사랑을 버리지 않을 생각이다. 김문수(41) 회원은 고교 동창 3명이 25년 우정을 동호회에서 다시 활짝 꽃피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지환(37) 회원이 건넨 한 마디는 수구의 모든 것을 요약한다. “수구는 수영법, 체력, 지구력 등이 뒷받침 돼야 하는 ‘수영의 끝판왕’이다.”
■건강 짱 · 몸 짱, 누구나 수구로 도전하세요~
체력 소모가 워낙 많다보니 온 몸 구석구석 쌓이던 살이 사라지는 재미도 빠뜨릴 수 없다. 건강도 챙기고 몸짱도 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의 스포츠다.
운동선수였던 황동준(27) 회원은 운동을 그만 둔 후, 갑자기 불어난 살의 처리를 수구로 하고 있다. 효과는 백점 만점에 백점이다. 박경준(34)회원은 인천에서 직장을 마치고 한 걸음에 달려온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수구 한 판이면 시원스레 날아가니 건강이 저절로 온단다. 평소 생활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김보근(39)회원. “조금씩이나마 기량의 향상이 느껴지고, 언젠가 대회에서 최고의 슛터가 될 모습을 상상하면 활기가 절로 생겨난다”고 자랑이다.
하지만 수구는 ‘수구가 뭐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비인기 종목. 김 코치는“외국에 비해 활성화 되지 못해 아쉽다. 물을 좋아하고 즐겁게 운동할 마음만 있다면 함께 할 수 있는 동호회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수구에 관심이 있다면 월·목 8시~9시30분까지 월드컵경기장 다이빙 풀을 찾아보자. 그 시간대에만 오면 누구에게나 환영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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