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 ‘만남의 광장’. 매주 토요일 오후 3시가 되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5년째 무료급식차량을 운영하고 있는 구세군 다문화센터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특별한 복장을 하고 바삐 움직이는 이 사람. 구세군 다문화센터 센터장인 최혁수 사관이다.
150인분의 식사, 그리고 하소연들
최 사관은 지난해 3월, 구세군 다문화센터로 전근을 왔다. 그 후 매주 토요일,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1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서 원곡동을 찾고 있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그랬다. 그게 본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후. 만남의 광장은 늘 시끌벅적하다.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이들도 많다. 이곳에 밥차가 도착하면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준비한 150인분의 식사는 채 20분도 지나지 않아 동이 난다.
술에 취한 한 아저씨는 음식이 부족하다며 최 사관에게 시비를 건다. 하지만 최 사관은 자주 있는 일인 듯 자연스럽게 아저씨를 달래서 돌려보낸다.
잠시 후 한참이나 최 사관을 바라보던 한 외국인이 다가온다. 그리고는 장갑을 벗고 손을 보여준다.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됐다는 이 외국인은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다.
무료급식소의 풍경은 늘 이렇다. 단순히 밥만 먹고 가는 공간이 아니라 팍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소연 장소가 되기도 하고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상담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구세군이 원곡동에서 무료급식차량을 운영한지 5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지난해 구세군 다문화센터로 오면서 이 일을 이어서 맡았습니다. 당연히 해야 하니까, 힘들고 가슴 아플 때도 있지만 이 일은 저에게 주어진 일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죠.”
조금은 특별한 곳에서 무료급식을 운영하다보니 사연도 많다. 얼마 전에는 한 아이가 최 사관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구세군 다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돌봄의 집을 다니던 아이가 할머니와 무료급식을 먹으러 왔다가 최 사관과 만났다. 그 후 이 아이는 잘 다니던 어린이 돌봄의 집을 그만뒀다. 최 사관은 급식소에서의 만남이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어린이 돌봄의 집을 그만두게 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구세군 다문화센터의 목표는
각 민족끼리 원할한 소통과 화합
구세군은 오래 전부터 원곡동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만남의 광장 주변에서 무료진료소와 어린이 돌봄의 집 등도 운영을 했었다. 그러다가 2012년 선부2동에 작은 건물을 마련하고 교회, 무료진료소, 어린이 돌봄의 집, 임시숙소 등을 한 곳에 모았다.
현재 최 사관이 외국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곳이면서 외국인들이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구세군 다문화센터가 그곳이다.
“상대적으로 안산에 많은 중국이나 조선족 분들보다는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 러시아, 미얀마, 아프리카 등에서 오신 분들을 중심으로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물 지하가 예배당인데, 일요일에 예배를 드릴 때면 재미있는 풍경도 연출됩니다. 보통 6∼7개국에서 오신 분들이 모이기 때문에 제가 한국어로 설교를 하면 봉사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로 동시통역을 해줍니다. 말 그대로 다문화교회죠.”
구세군 다문화센터에서는 무료진료소나 임시숙소, 어린이 돌봄의 집 외에도 다문화가정을 위해 라인댄스교실, 한국어교실, 검정고시교실, 컴퓨터교실, 축구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 중에는 각 나라의 외국인들이 서로를 잘 이해하고 어울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구세군 다문화센터의 다문화정책은 다른 기관과 조금 다릅니다. 우선 한국도 다문화 가운데 포함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국과 각 나라 사람들이 잘 어울리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각 나라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을 하는데 방향을 두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서로 잘 뭉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나라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고 타문화권 사람들과는 전혀 어울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진료를 받으러 오거나 축구를 할 때도 그렇습니다.”
요즘 최 사관의 가장 큰 고민은 구세군 다문화센터 1층에 있는 어린이 돌봄의 집 문제이다. 비인가시설인 돌봄의 집에 다니는 원생들은 보육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부모들이 많은 돈을 내고 정식 어린이집을 보낼 형편도 아니다. 현재 매달 간식비만 받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단다. 운영을 접는 게 맞지만 다니고 있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는 게 최 사관의 생각이다.
“현재 여러 곳에서 많은 분들이 샤론의 집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해 봐야죠. 그게 제가 할 일이니까요”
이춘우 리포터 leee87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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