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직접 조사했다, 아침밥에 대한 안산학생들의 생각

한국인의 ‘밥심’, 학생들의 ‘밥심’

엄마는 밥을 할 테니, 너는 글공부를 하거라!

지역내일 2014-03-13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걸 그룹 소녀시대는 최근 방송인터뷰에서 “무대에 서기 전 밥을 먹는 것과 안 먹는 것이 너무 차이가 나서 이제는 멤버들이 밥을 꼭 챙겨 먹는다”고 했다.
‘밥!’ 그중에서도 아침밥에 대해 고민이 많은 이 씨(45·여). 3월 어느 날 오전 6시50분, 현관문 닫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선부고1)이 늦잠이 든 엄마를 깨우지 않고 조용히 학교에 간 것이다. 아침밥을 챙겨주겠다고 자기 전에 다짐을 했는데…. 이 씨는 종일 배고플 아들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더구나 친구 아들이 유명한 P공대에 입학했는데, 그 친구가 던진 충고가 떠올라 마음은 더욱 불편했단다. 두 자녀를 모두 ‘내로라’하게 키운 친구 말은 “아이들을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맛있는 밥’이 최고”라는 것. 이 씨는 미안한 마음으로 아침을 굶고 학교에 간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편의점에서 뭐라도 사 먹고 가라. ㅠ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리포터, 단원구에 거주하는 중·고생들을 만나 아침식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50여명의 학생들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아침밥에 대한 자녀들의 마음이 궁금하지 아니한가? ·


4교시에는 ‘배가 아파요’
설문에 응답한 학생 중에서 약50%는 ‘아침식사를 한다’고 답했다, 반드시 아침밥을  먹는다고 답한 학생은 20%정도, 거의 하지 않는다는 30%정도였다. 아침밥을 먹었을 때 좋은 점은 ‘학교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와 ‘든든해서 힘이 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잠이 깬다, 점심때 폭식을 하지 않아서 좋다는 대답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아침밥을 먹지 않았을 때 나쁜 점은 ‘배고프다’라고 대답한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그중 두 학생은 4교시에는 ‘배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 다음 공통적인 대답은 ‘하루 종일 힘이 없다’, ‘수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의 순이었다. 재미있는 대답 중에는 ‘꼬르륵’ 소리가 나서 짝꿍 눈치가 보인다, 점심을 걸신들린 것처럼 먹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내가 먹은 최고의 아침식사는
엄마가 차려준 그냥 ‘밥’

가장 좋았던 아침밥을 국물과 반찬이 있는 일반적인 밥이라고 대답한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국은 순한 미역국을 비롯해, 육개장, 곰탕,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한국적인 음식을 선호했다. 반찬 없이 먹을 수 있는 볶음밥이나 주먹밥이 다음으로 많았는데, 이유는 빠르고 든든하며 간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빵이나 토스트, 그리고 우유라고 한 학생들도 있었다. 몇 학생은 야채죽과 참치죽, 스프와 떡국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할머니가 해준 닭볶음탕, 아빠가 구어 준 삼겹살 등도 최고의 아침메뉴에 올라왔다. 얼굴이 뽀얀 한 여고생이 들려준 최고의 아침밥은 리포터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그 메뉴는 바로 ‘장어구이’였다.


이런 아침밥은 먹기 싫어요
급히 먹다가 입천장 데이고

많은 학생들이 맵고 뜨거운 음식은 바쁜 아침에 사절이라고 했다. “아침에 학교에 지각하지 않으려고 뜨거운 국을 급히 먹다가 입천장을 데이고”라며 투덜거리는데, 이 말에 조금 찔리는 엄마들이 많을 듯하다. 뜨거운데, 더구나 맵기까지 하다면 화가 난다는 것이다.
또 어제 저녁에 먹은 반찬, 성의 없는 밥, 국이 없는 밥 등을 먹기 싫다고 했다. 한 여학생은 ‘풀만 있는 반찬과 밥’을 거부한다고 해서 웃음이 나왔다. ‘우유를 부어 먹는 시리얼’은 아주 좋다고 말한 경우와 먹기 싫다고 말한 경우로 의견이 상반됐다.


박향신 리포터hyang3080@naver.com


내 아이에 맞는 아침은 엄마가 안다
챙겨 먹이는 센스장이엄마들 이야기

그림 그리는 아침 _ 선부동에 사는 이경미(47) 씨는 편식하는 고등학생 딸을 위해 특별한 아침을 준비한다. 밥도 싫어하고 야채도 잘 먹지 않는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그림 그리는 아침. “예를 들면 식빵의 테두리를 오려내고 노릇하게 구워 얼굴 모양을 만들고 딸기는 볼에 홍조처럼 올린다. 대접 받는 느낌으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학교급식은 메뉴를 선택하지 못하고 나오는 대로 먹어야 하니, 아침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주고 싶다”고 했다.
잠깐만 하면 뚝딱 샤브샤브 _ 본오동에 사는 김미숙(46) 씨는 고기를 유독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전 날 저녁 미리 준비한다. “기본 육수를 내고 야채만 여러 가지 씻어 놓으면 끝, 아침에는 끓는 육수에 샤브샤브용 소고기와 야채를 넣었다가 건져 주면 칠리소스에 찍어 잘 먹는다”고 한다. 숙주나 버섯등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고 소화가 잘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밥 대신 월남쌈에 싸먹어도 좋다고 한다. 시간도 10분이면 충분하다며 내일 아침 메뉴를 정하고 자면 밤에 잠도 잘 온다고 덧붙였다.
한잔만 마시면 OK _ 신길동에 사는 이유리(48) 씨는 콩(대두)을 살짝 삶아 잣과 호두를 우유와 갈아서 콩주스를 만든다. “콩은 불렸다가 저녁에 미리 삶아 놓는다. 아들이 아침에 입맛이 없다며 밥을 먹지 않을 때 좋은 메뉴”라고 말했다. 영양가 높고 두뇌에 좋다고 하니 엄마 마음도 든든하다고. 머리가 긴 딸은 아침은 굶어도 머리는 감고 말려야 한다. 그래서 멸치주먹밥?야채김밥을 만들어 딸이 오며 가며 된장국과 함께 먹게 한다. 아침시간은 1초라도 아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엄마가 내 몫으로 챙겨놓은 강낭콩 누룽지 _ 사동에 사는 박지연(50) 씨는 농촌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 먹은 가마솥 누룽지와 숭늉의 구수한 맛을 기억 한다. “엄마는 강낭콩을 넣은 밥으로 만든 누룽지는 나만 주셨다. 아플 때 누룽지를 끓여 주면 소화도 잘된다”고 회상했다. 입맛도 유전인지 박 씨의 막내아들(양지고1)은 아침밥을 먹은 후 숭늉 한 대접을 후룩 마신다. 또 누룽지탕에 짭짤한 밑반찬은 좋은 아침식사로 충분하다고 한다. “내 자식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라는 어르신들의 말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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