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수원사람들-정자동 청솔마을 한라비발디아파트

하얀 민들레와 토끼가 함께 사는 살기 좋은 우리 마을로 놀러오세요!

지역내일 2014-07-07


지난 달 20일 오후9시~9시10분, 청솔마을 한라비발디아파트는 일순간 어둠에 휩싸였다. 이유는 정전? 아니,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전등 끄기 행사 때문이었다. 총 845세대 중 670세대, 80%의 참여율로 올해 첫 소등행사치곤 꽤나 고무적인 성과였다. 지난해 녹색에너지 시범마을 선정 이후 다방면에서 에너지실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라비발디아파트를 찾았다. 인근에선 환경을 생각하는 살기 좋은 아파트로 소문이 자자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소등행사, LED전구 사용, 에너지교실 등 녹색에너지시범마을 만들어가기
지난해 10월에 첫 소등행사가 있었지만, 홍보부족 등으로 참여율이 저조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소등행사의 결과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만큼 주민들의 관심과 실천의지가 높아졌다는 반증. 매월 셋째 주 금요일마다 진행될 소등행사에 기대감이 생겼다는 입주자대표회장 김웅진 교수는 “소등행사 참여세대는 물론 전년 동월대비 전기사용 절감량이 큰 세대, 탄소포인트 신청세대 중에서 40세대를 선정해 1만5천원 상당의 LED전구를 선물로 제공한다”며 이런 시상제도도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라비발디아파트의 녹색에너지 실천은 주차장, 계단 전등의 LED전구 교체, 겨울 실내온도 낮추기 등의 에너지절약 홍보로 이어지고 있다. 주차장 전등 교체 후 50% 이상의 전기절감 효과가 나타났고, 게시판엔 매월 전년대비 세대별 전기, 온수, 난방 사용량 그래프를 고지해 에너지절약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수원YWCA, 수원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동장, 입주자대표회장, 주민들이 모여 녹색에너지 마을협의체도 구성해 에너지절약실천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매월 환경단체와 결합된 에너지교실, 에너지절약마을 만들기 지도자 교육 실시, 가을엔 단지 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절약 그림그리기 공모전, 에너지절약마을 선진지 견학 등의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친환경 아파트, 소통과 나눔의 문화가 있는 아파트로 소문나다
길가 따라 핀 상자형 꽃밭, 화사한 야생화 단지, 지렁이 사육장, 토끼장 등 한라비발디아파트 곳곳은 천천동 중심상가에 위치한 도심 아파트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정겨운 자연의 풍경을 갖추고 있었다. 친환경적인 아파트는 3년 전 입주자대표회장을 맡은 김 교수의 신의 한수였다. 입주자 간 소통을 고민하던 그에게 환경 가꾸기는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의욕만 앞섰지, 방법은 모른 채 처음엔 성인들 대상으로 ‘자기나무가꾸기’를 했는데, 영 반응이 신통치 않은 거예요. 그래서 방법을 바꿨죠. 청소년을 활용하면 부모는 저절로 따라오겠다 싶어서 매월 넷째 주에 문화의 날 행사를 시작했어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솟대도 만들고, 줄넘기, 전통놀이도 하면서 자연스레 주민과의 소통의 장이 열리게 되더라고요. 가정단위 꽃밭조성,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바람개비 만들어 설치하기 등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가족단위 참여율도 높아졌습니다.” 김 교수 얘기에 발맞춰 따라가다 보니, 그간의 행적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지는 듯 했다. 아이들이 꽃밭이름까지 적어 예쁘게 꾸며놓은 이정표는 꽃밭과 잘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조만간 꽃밭을 잘 조성한 가정을 시상할 예정이라고 김 교수가 귀띔했다. 초록이 절정에 달하면서 구석구석 빛을 발하는 아파트의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이웃단지에서도 한라비발디를 찾아오고 있다.





혼자서는 어려워, 더욱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하는 모범아파트가 되길
공동체가 지향하는 살기 좋은 아파트는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법, “환경이란 같은 뜻으로 여럿이 연합하고, 솔선수범해나가면서 공동체가 회복되어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김 교수는 들려줬다. 관리소장을 비롯해 동대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김 교수의 얘기에 윤정한 관리소장은 ‘관리소장 팔자는 입주자대표회장 팔자’라면서 웃어보였다.
“관리소장은 물론 주민들도 대표회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거죠. 여러 아파트에서 근무했지만,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어요. 주민 간 분쟁이나 비효율적인 업무처리에 시달리는 대신 입주민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흙냄새와 꽃, 나무들로 힐링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윤 소장은 틈만 나면 텃밭은 물론 꽃밭의 꽃들을 세심하게 보살피며 대화하는 것이 일과 중 하나라고 했다. 그들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2014년 안전행정부 모법아파트로 선정되는 것. 일반관리, 시설유지관리, 공동체 활성화, 재활용 및 에너지절약 평가항목에서 최고점수를 받기 위한 노력들은 이미 시작됐다. 그 과정 중에 ‘공동체회복’이란 움직임이 수원시의 다른 단지로까지 널리널리 퍼져나가는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를 그들은 바라고 있다.
 


미니인터뷰_ 정자동 청솔마을 한라비발디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김웅진 교수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삶의 복원을 꿈꾸며



Q. 친환경, 녹색에너지 아파트라는 방향을 정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이 있다면.
50년 가까이 서울의 주택에서 살다가 학교 때문에 3년 전 이곳으로 오게 됐다. 삭막한 아파트 문화도 어색하고, 대표회장을 맡으면서 소통불가 아파트를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꽃과 동물에 워낙 관심이 많았고,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던 경험을 살리자 싶어서 수원의 여러 환경모임에 가입해 활동했다. 교육도 받고, 견학도 다니면서 우리 아파트에 필요한 것들만을 모아 적용했고, 올해부터 그 결과물이 나타나게 됐다.


Q. 아파트의 변화를 가장 실감할 때는 언제인가.
저를 알아보는 입주민들도 그렇고, 타 단지에서 관심을 가지고 방법을 문의해오는 분들도 많아졌다. 그만큼 입주민의 만족도나 홍보를 통해 입소문이 났다는 얘기가 아닌가. 무엇보다도 단지가 활성화되면서 자체 내 동아리가 결성되고 있는 것에서 변화를 실감한다. 바느질, 한지공예 동아리가 만들어져 대표회에서 운영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Q.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아파트 내에서의 다양한 활동에 주민들의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한라비발디아파트는 세입자, 젊은 층이 많아서 적극적인 참여를 권유하는 데 어려움이 있긴 하다. 보다 많은 주민들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전략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녹색에너지마을만들기협의체, 엄마들의 힘을 보여주다!



청솔공부방에서 만난 녹색에너지마을만들기협의체 사무국장 장향숙 씨는 “에너지교육 덕분에 전기절약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협의체의 구성원들은 월1회 모임을 갖고, 그린리더 양성교육, 에너지교실을 통해 제습기, 모기퇴치기 등도 만들면서 쏠쏠한 에너지절약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이번엔 단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소등행사 홍보대사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전기에너지가 곧 환경에너지라는 장 사무국장은 “열 소모가 높은 전기밥솥을 압력밥솥으로 바꾼 후 전기료가 5000원 절감됐다. 대기전력으로 소모되는 세탁기, 충전기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콘센트를 뽑아놓는다. 에어컨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게 되는 등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실생활 속 실천사항을 들려줬다. 잘 때만이라도 정수기의 콘센트를 뽑아두었는데, 1만원의 전기료가 절감된 사례도 있다.
2003년 단지 내에 만들어진 청솔마을 공부방의 자원봉사자 대부분이 녹색에너지마을만들기협의체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하루 100여 명이 독서 및 자율학습을 위해 공부방을 이용하기 때문에 청솔마을 공부방은 녹색에너지실천의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공부방 자원봉사를 하면서 탄소포인트제 회원가입을 적극 권유하기도 한다. 녹색에너지시범마을 선정 후 교육의 특혜도 이뤄지고, 커뮤니티가 활발해지는 것을 보면서 주변단지에서 부러워한다는 게 장 사무국장의 설명.
“2002년 입주멤버인데, 이사 간 사람들이 이만한 곳이 없다며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에너지 절약마을로 소문나고, 아파트 브랜드가치도 올라가는 걸 보면서 한라비발디에 사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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