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어린이집에는 무한한 장난감이 있어서 어린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제한 받지 않고 모두 할 수 있다.” 숲 어린이집 김아름 선생님의 말이다.
광진구 아차산 생태공원 배드민턴장 옆에 있는 ‘숲 어린이집’. 아이들은 맑은 공기 가득한 숲 속에서 나무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 아래 꼬마 요정처럼 뛰어 놀고 있었다.
계절 따라 변하는 아이들의 자연 놀잇감
숲 어린이집의 아침은 선생님과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의 대화로 시작된다.
“어제 비가오고 나서 흙이 어떻게 변했지요?” 나무로 만든 계단식 의자에 앉은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번쩍 든다. “미끌미끌해졌어요!” “촉촉해졌어요!”
숲 어린이집에서는 이렇게 숲 속의 작은 변화도 좋은 얘깃거리가 된다. 선생님과의 인사와 얘기가 끝나자 이내 아이들은 익숙한 듯 날렵한 몸짓으로 산 비탈길을 올라간다. 이제 아이들만의 놀이시간이다. 4명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나 살펴보느라 물어보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옆에 있어 준다. 커다란 나뭇가지를 주워온 아이의 ‘이건 노 젓는 거야’라는 한마디에 아까
앉았던 나무 의자는 어느새 커다란 배로 바뀌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숲 속의 모든 것을 아이들만의 장난감으로 바꿔 놓는다.
광진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안은정 센터장은 숲 유치원을 이렇게 말한다.
“다른 어린이집의 경우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운영된다면 숲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들이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은 정도의 방향성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한다. 자연 안에서 탐구하면서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진다. 교실보다 훨씬 더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좋다.”
숲 어린이집을 찾은 구립 화송 어린이집 김효선 성생님은 말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연물 선택해서 창의적으로 만들어서 놀이한다. 자율적으로 계획해서 놀이하는 단계이다. 자유롭게 아이들이 놀 수 있게끔 진행한다. 숲에서 자연을 접하기 전에는 흙이 조금만 묻어도 지저분하다고 하던 아이들이 옷에 흙이 묻으면 털기 바빴다. 이 활동하면서는 흙도 만지고 자연물에 대해 관심 가지게 되고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흙이 묻어도 개의치 않고 집에서도 기다리는 활동시간이다’ 라고 어머니들이 말씀하신다.”
숲에는 아무 것도 없어 보이지만 아이들은 계절에 따라 가을에는 도토리를 주워 수 활동을 하고 나무토막이나 돌멩이를 쌓으며 블럭 활동을 한다. 숲 속 사방에 널린 나뭇잎은 모양에 따라 잠자리도 되고 나비도 된다. 아이들은 각종 벌레를 처음에는 무서워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하면 잘 자라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친구가 된다. 자연 보호니 지구 환경 보존이니 구호로만 그치던 것들이 숲 어린이집에서는 실제가 되고 생활이 된다.
숲에서 자라는 아이들
자양미래 몬테소리어린이집 김미리 교사는 2011년 숲 어린이집이 문을 연 후 3년 동안 이 곳을 찾았다. 김 교사는 해마다 아이들의 달라지는 모습을 보아왔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면역력이 길러졌기 때문인지 자연과 어우러지다 보니 감기에 덜 걸린다는 것이다. 다리도 튼튼해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 한다.”
특히 장애아들이 왔을 때 눈에 뜨일 정도로 변화를 보였다. 안 센터장의 말이다.
“신체 인지 발달 면에서도 확실히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일반 아동뿐 아니라 장애아동들도 지체장애가 있을 때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체장애아들이 여기 와서 놀면서 훨씬 더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산비탈을 잘 못 올라가던 아이들이 2,3주 지나면 모두가 하나같이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아이들끼리도 서로 못 올라가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고 사회성을 높여간다.
숲 어린이집은 만2세부터 5세까지 재가 아동과 어린이집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숲 어린이집은 주기적으로 10군데 어린이집이 협약을 맺어 정해진 날 찾고 있다. 협약을 맺은 지정 어린이집이 아닌, 그 외의 어린이집은 광진구 육아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에 들어와 신청을 하면 그 외의 날에 와서 숲 어린이집을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엄마와 와서 함께 놀 수 있다. 처음에는 광진구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지금은 서울시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 되고 있다.
지난 해에는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아이들이 긴급 대피 할 수 있는 대피소도 아담하게 세워졌다. 안전상의 이유로 그동안 겨울이면 방학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겨울에도 숲 어린이집을 운영할 예정이다. 앞으로 눈 덮인 겨울 숲은 또 다른 이야기를 아이들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광진구 육아종합지원센터 02-467-1827 www.gjcare.go.kr
오현희 리포터 oioi3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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