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환자 살리기’ 시범아파트 - 파주 운정 가람마을 6단지
“생명 구하는 심폐소생술, 아파트 단지에서 배워요”
최근 잇단 사고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단지 내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현장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파주시 운정지구 가람마을 6단지의 ‘심정지 환자 살리기 교육’ 현장이 바로 그곳.
이 아파트 단지는 올해 초 경기도(북부청)로부터 전국 최초로 ‘심정지 환자 살리기 시범 아파트’로 선정돼 상반기에만 단지 내 입주민을 대상으로 5차례의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경기도(북부청)는 지난 3월, 파주시 가람마을 6단지를 ‘심정지 환자 살리기 시범 아파트’로 선정하고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심정지 환자 살리기 교육’을 진행 중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강사의 구령에 맞춰 사람들이 마네킹의 가슴을 두 손으로 쿵쿵 내리 누른다.
“쉬지 말고 계속 압박을 가해야 합니다.”
강사의 안내에 사람들의 깍지 낀 두 손은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지난 14일, 파주시 운정지구 가람마을 6단지 ‘심정지 환자 살리기 교육’ 현장. 주말의 여유로움을 뒤로 하고 이 단지의 입주민 40여 명이 교육을 받기 위해 아침부터 관리사무소에 모였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수강생이 많은 수를 차지했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있었다.
교육은 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의료진과 응급구조사 등이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진행했다.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 속에 시작된 교육은 4시간동안 이어졌다.
아파트 단지로 찾아온 ‘심정지 환자 살리기 교육’
심정지 환자는 초기 응급처치에 따라 예후가 극명하게 갈린다. 증상 초기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제세동기(AED)처치와 같은 응급처치를 하면 생존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이 시간을 넘기면 뇌가 손상되며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고 생존율도 낮아진다. 결국 환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를 할 줄 아느냐가 환자의 생사를 좌우하는 관건이 되는 것이다.
경기도(북부청)는 이러한 심정지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고려해 올해 초 파주시 가람마을 6단지를 전국 최초 ‘심정지 환자 살리기 시범 아파트’로 선정하고 관련 교육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정지 환자 살리기 교육’은 이 시범 아파트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올해 초부터 가람마을 6단지 내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응급의학전문의, 응급구조사 등이 찾아와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심정지환자를 살리기 위한 응급처치 교육을 제공한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전문적인 교육으로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상반기에만 5차례의 단지 내 교육이 실시됐다.
현재 가람마을 6단지의 ‘심정지 환자 살리기 시범 아파트’ 사업에는 경기도(북부청)와 함께 파주시보건소, 파주소방서, 경기북서권역 응급의료센터 명지병원,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이 동참하고 있다.
가람마을 6단지에서 통장을 맡고 있는 이소연(38)씨는 “심정지는 언제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로, 주민들이 응급처치법을 서로 공유해 내 가족과 이웃을 지키자는 취지로 우리 아파트 단지가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자동제세동기(AED)는 멎어버린 심장에 전기로 충격을 줘 정상적인 심장박동으로 되살리는 응급장비로 공공장소나 다중이용시설,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등에 설치돼 있다.
파주시 보건소 이상숙 팀장은 “대규모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경우를 가정해보면 119에 신고해 구급대가 오고, 또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환자를 태우고, 병원에 후송하는 등의 과정에서 이미 시간은 많이 지체된다”며 “심정지 환자의 많은 수가 집에서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비춰볼 때, 사람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교육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를 맡은 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김인병 센터장은 “파주시는 심정지환자의 생존율이나 자동제세동기 설치 대수가 경기도 내에서 아직 낮은 편에 속한다”며 “이번 ‘심정지 환자 살리기 시범아파트 사업’과 같은 사례를 통해 지역 내 응급처치에 대한 교육과 안전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가람마을 6단지는 교육 이외에도 아파트 단지에 설치돼 있는 자동제세동기의 위치와 사용, 관리 등 아파트 단지 내 안전시스템 강화에도 힘쓰며 다음 달에는 실제 아파트 고층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가정 하에 모의 훈련도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니인터뷰 - ‘심정지 환자 살리기 교육’을 찾은 사람들
“엘리베이터 옆, 자동제세동기가 궁금하더라고요”
아파트 1층을 지나다보면 엘리베이터 옆에 ‘자동제세동기’가 설치돼 있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예전에 직장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을 기회는 있었지만 자동제세동기 사용법은 배운 적이 없었거든요. 여기서 잘 배워 손주들에게도 가르쳐 줄 생각입니다. - 박석근(58)씨\
“위급한 상황은 언제든 닥칠 수 있죠”
지난해 동네 슈퍼마켓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심정지 환자를 본 적 있어요. 다행히 현장에 있던 어느 한 분이 심폐소생술을 했죠.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위급한 상황은 언제든 닥칠 수 있는데 아파트 단지 내에서 심정지 환자를 위한 응급처치 교육을 제공해 참 유익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교육 기회가 더욱 많아졌으면 합니다. - 박은미(42)씨
심폐소생술 실습을 하며 손목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응급상황이 닥치면 침착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어요. - 임차민(14)군
“엄마와 사촌언니들과 함께 배웠어요”
엄마와 사촌언니들과 함께 왔어요. 심폐소생술은 학교에서 실습한 적이 있는데 자동제세동기에 대해서는 배워볼 기회가 없었어요. 이번 교육으로 자동제세동기 사용법까지 알 수 있어 좋았어요. - 박서현(14)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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