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희정(가명)이 엄마는 애초에 선행교육을 시키려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이가 계산을 잘 못해서 계산을 좀 가르쳐 주려고 했을 뿐이다.
간단하게 잠깐 한 문제 봐주려다가 일이 점점 커져서 결국 마이너스까지 가르쳐야만 했던 안타까운 과정을 재구성해서 살펴보자.
문제 □안에 알맞은 분수를 넣으시오.
6-(4¾×1.5-□)=2
잘못1) 일단 □가 보인다. 초등 6학년은 x를 쓸 수 있다. 이제 중학교가 코앞인데 □대신x를 쓰자고 한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잘못2) 양변에서 6을 빼자고 한다. 양변에서 같은 수를 빼도 된다는 것은 이미 아이도 알고 있는 것이다. 앞의 다른 문제는 그렇게 해서 풀은 적이 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잘못3) 양변에서 6을 빼고 나니 아이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4¾×1.5-x)=2-6
2-6=-4도 문제이지만 -() 형태는 정말 당황스럽다. 그제서야 엄마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지만 ‘어차피 곧 중학생인데’라는 생각을 하고 이 참에 음수를 가르치기로 작정한다.
결과) 엄마는 정수와 방정식(2개 대단원, 학교수업 한달 분량)을 30분만에 ‘야매’로 가르치는 기적을 행하셨고, 우리 학생은 정수와 방정식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혼란의 상태로 수학에 대한 공포심만 조금 더 늘게 되었다.
바른풀이1)
6-□ = 2
□ = 4
x와 □는 다른 것이다.
우리 학생은 이 문제를 통해서 ‘치환’의 개념을 익히고 있는 중이다.
이 외에도 수학에서 □와 x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아이에게 괜히 쓸데없는 혼란을 주지 않도록 하자
바른풀이2)
4¾×1.5 = 57/8
이 계산이 문제의 첫 번째 포인트이다.
학생이 이 문제를 틀렸다면 분수와 소수의 혼합셈이 익숙치 않다는 것이다.
따로 떼서 풀 수 있는지 확인하고 맞다면 다시 원래의 식으로 돌아간다.
바른풀이3)
57/8-□ = 4, □ = 5/8 - 32/8
이 과정이 두 번째 포인트이다.
분모의 통분을 이용하여(대분수로 계산할 수도 있다.) 단순하게 만든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엄마표 수학을 하려면 항상 정답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아는 문제, 쉽게 풀어줄 수 있는 문제도 꼭 출제의도와 풀이방법을 확인하라는 뜻이다.) 정답지를 확인하고 나면 적어도 배가 산으로 가는 수학교육은 피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문장제로 나왔을 경우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첨언하자면, 이런 현상은 아는 대학생 언니가 아이 수학공부를 봐준다던가 할 때도 매우 자주 발생한다.(S대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답지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수학교육 전문가이다. ‘엄마표 수학’이 필요한 이유가 전문성이 아닐진대, 정답지 보는 일을 아이에게 술길 이유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 아이를 가르치려 하지 말자. 아이와 함께 하는 공부가 진정한 엄마표 수학이다.
운정 유투엠 박상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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