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한빛고등학교 성년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책임과 의무 다하는 것

성년례를 통해 한 뼘 더 자라난 학생들

지역내일 2014-05-21

“그대는 이제 성년이 됨에 있어서 자손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정당한 권리와 신성한 의무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고 서명했으므로 성년이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한빛고등학교에서 열린 성년례에서 이상국 교장이 한 말이다.
지난 19일, 5월 셋째 주 월요일은 성년의 날이었다. 이날 한빛고등학교에서는 만19세, 고3 학생 256명이 강당에 모여 제4회 성년례를 가졌다. 



강당에 모인 한빛고3학년

성년례가 시작되다
오후 3시.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의 재잘대는 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 옷이지만 너무나 생소한 한복이 학생들 손에 들려졌다. 금박이 박혀 단아하지만 화려한 문양의 한복이 어색한 듯 먼저 입어볼 생각을 하지 않고 학생들은 웃고만 있다. 입어보라는 선생님들의 권유로 수줍은 미소를 띠며 하나둘 한복을 입었다. 다홍치마에 연두색 당의가 학생들의 환한 얼굴을 한층 더 밝게 만든다. 256명 중 반수를 차지하는 여학생들이 치마에 당의를 입고 다소곳이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어여쁘다. 이중 몇 학생은 비녀로 머리를 올리고 족두리까지 했다. 조선시대 처자의 모습으로 환생한 듯 환한 빛을 낸다.
남학생들은 한복위에 도포를 입어야 하는데 편의상 도포만 입기로 한다. 도포를 입고 고름을 매고 사대를 묶어 남는 매듭을 옷고름 뒤로 정리한다. 남학생들은 많이 어색한 듯 주뼛거리거나 뛰어다니기도 했다. 뛰어다니는 한 남학생이 도포 자락을 펄럭거리며 “이것 봐, 날개 같아.”라고 한다. 성년이 되는 나이지만 아직은 아이 같은 모습을 감출 수 없다.
오후 4시 20분. 성년례가 시작된다는 거례선언으로 강당은 조용하다. 의식에 집중한다. 성년례는 ‘등촉 - 큰손님 등단 - 성년자 등례 - 성년복 차림의식 - 초례의식 - 명자례 - 큰손님 수훈 - 성년자 경례 - 성년 선서와 서명 - 필례’ 순으로 진행됐다.
성년례를 시작하기 전 아이 같던 모습들이 공수한 두 손의 경건함으로 전환된다. 45도 허리를 굽히고 존경과 삼가는 마음을 담아 인사한다. 시가, 제가, 삼가례를 통해 차림의식을 치르고, 음식을 대표하는 술을 내려 실수하지 않고 조심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또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게 하기 위해 ‘자(字)’를 내려 부르게 한다는 ‘명자례’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이름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를 알 수 있다. 의식을 치른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의 선언으로 성년이 되었음을 인정받는다.
무대 위에서 대표로 성년례를 마친 최제우 학생은 “성년례를 치른다고 할 때에는 약간 쑥스러웠다. 선생님과 여러 어른들 앞에서 한복을 입고 성대한 의식을 치루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성년례를 치루고 나니 어른이 된 것 같고,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도 더욱 커지는 느낌이 들어 더욱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성년례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온 우리의 전통이다. 남자는 땋아 내렸던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고 관을 씌운다는 뜻으로 ‘관례’라고 했고 여자는 머리를 올려 쪽을 짓고 비녀를 꽂는다는 의미로 ‘계례‘라고 했다. 외양의 바뀜이 있었으나 참뜻은 겉모양을 바꾸는데 있지 않고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일깨우는 의식이었다고 전해진다.  



큰절을 하는 대표학생

성년례 다도수업 학년별 예절교육으로 인성교육 강조
홍사건 이사장의 신념이 반영된 ‘바른 심성’으로 ‘참된 도리’를 추구한다는 건학이념에 따라 한빛고등학교는 인성지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성년례 외에도 우리 전통의 다도수업을 실시하고 학년별 예절교육을 실시하는 등 인성교육의 통로를 항상 열어놓고 있다.
이상국 교장은 “성년례를 통해 학생들이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해주기를 바란다. 진중하지 못하고 산만하던 학생들도 우리 옷을 입고 공수를 하면서 몸자세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단정한 마음으로 성인이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정화하며 새로운 각오로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 줄 것을 바라는 마음이 이 의식에 녹아있다”면서 “성년례가 끝나니 학생들이 한층 더 커 있는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입시에 눌리고 공부 때문에 마음이 분주한 아이들. 어쩌면 실용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 아이들에게 1시간 20여분의 이 예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시간, 아이들은 어른의 긴장된 표정을 갖고 있었다. 시간을 분절할 수 없듯이 어른이 된다는 것이 지금의 경계선에서 시작되는 그런 정확한 출발점을 갖는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실용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한번 멈춰 서서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것, 그것이 어른됨의 시작은 아니었을까.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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