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대전 문화유산 ‘울림’ 안여종 대표

당신을 만나면 관심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문화유산, 박제된 모습 아닌 살아 숨 쉬는 생명으로 만나

지역내일 2014-05-21 (수정 2014-05-21 오후 2:23:06)

“울림은 울리고 퍼지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그렇게 대전의 문화유산을 먼저 경험한 이들의 울림이 번져나가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소망을 담았죠.”
2012년 4월, 사단법인 대전문화유산 ‘울림’(이하 ‘울림’)이라는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은 사람, 안여종 대표를 만났다.




‘울림’은 대전의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출범한 단체다. 150만 명이 사는 대전에 문화유산과 관련된 사단법인이 전무했던 2년 전, 대전 역사의 흔적들을 알리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대흥동에 둥지를 틀었다. 대전문화연대 내 대전문화유산위원회라는 이름으로 5년여를 활동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법인을 만들었다.
안 대표는 역사적 경험을 위해 경주 불국사를 찾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다. 1990년대 중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책을 읽으면서 역사답사에 대한 견문을 넓히긴 했지만 여전히 역사라는 것은 그렇게 크고 웅장한 것이어서 먼 곳으로 여행을 가야만 역사적 증거물들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식장산 푯돌 앞에서

안여종, 대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나고 자란 ‘대전’이 궁금해졌다고 한다. 자신이 나고 자란 역사적 현장이었음에도 ‘대전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관심을 갖고 길을 걷다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무심코 지나쳤던 비석, 그저 돌담 같기만 했던 산성, 낡을 대로 낡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던 담벼락, 꼬불꼬불 숨기 좋은 골목, 왁자지껄 시끄러운 시장의 모습, 만남과 이별이 있는 역 등 주변에 스쳤던 모든 것이 대전의 역사였음을 알게 됐다. 안 대표는 대전의 문화유산이 멀지 않은 바로 내 주변 동네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문산 마애불 설명중

‘울림’의 특별한 프로그램, 대전 근대소풍 - 소제동
그래서 ‘울림’의 프로그램은 특별하다. 대전 근대소풍 - 소제동, 외곽버스 타고 떠나는 대전마을 여행, 나는 성주다 - 대전 산성이야기, 대전 도보여행 - 산천걷기 10코스, 바위구멍연구 모임, 주부 대전여행 등 우리 주변을 걷고 바라보면서 관심을 갖도록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대전 근대소풍 - 소제동’은 안 대표에게 각별하다. 소제동은 대전역 뒤편에 위치해 개발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근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대전의 대표적 문화유산이 될 수 있었다. 1905년 경부선 철도의 등장과 함께 대전역이 탄생했고 그 역을 배경으로 새로운 근대문화가 자리 잡게 됐다. 소제동은 근대의 철도관사촌 40여 호가 아직도 그대로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로 대전의 근대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안 대표는 소제동의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올해 초 ‘울림’의 둥지를 소제동으로 옮겨왔다.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현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갈 문화를 고민하고 있단다. 그래서 동장님, 동사무소 직원들, 노인정 할머니, 할아버지도 찾아가 만나고 마을금고, 병원, 이발소, 식당, 목욕탕 등을 찾아가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마을사람이 함께 동참하는, 그들이 구심점이 되는 문화 활동을 통해 소제동을 지켜나가기 위함이다. 대전 동광장 옆 문화유산과 관련된 ‘창고 콘서트’나 대전역의 가락국수를 재현하는 행사도 기획했다. 소풍 나온 마음처럼 가볍게, 그러나 소제동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바라는 안 대표의 마음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대전 둘레산길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안 대표가 요즘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것은 ‘외곽버스 타고 대전마을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다. 매달 한 번씩 진행하고 있는 ‘외곽버스 타고 대전마을 여행’은 매회 마다 다른 외곽버스를 타고 대전의 외곽마을을 둘러보게 된다. 4월의 63번 버스에 이어 5월 31일에는 46번 버스를 타고 ‘내 이름이 꽃이다!’의 박석신 화가와 함께 소징이 마을에서 세동으로 넘어가는 그림 같은 논둑길과 오솔길을 돌아본다.
역사나 문화유산은 고리타분하고 어렵고 무겁다는 선입견이 있다. 안 대표는 문화유산에 대한 이미지 쇄신을 위해 여행, 소풍, 나들이로 문화유산에 접근한다. 그렇게 자꾸 만나다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정도 생길 것이라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늘 옆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유산은 더 이상 박제된 쇼 케이스 안의 그것이 아니다. 대전의 문화유산이 대전시민의 관심 속에 살아나고 있다.
문의 042-252-2238(사단법인 대전문화유산 울림)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보문산 마애불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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