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가 감당해야 할 교육적 요구에 대한 모범적인 전형 선보여
우리 지역에 위치한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가 해마다 좋은 입시 성적을 내면서 자사고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막상 자사고로 전학이나 편입을 하려고 하면 학교마다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진학 실적, 특색 사업 등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준비했다. 내일신문에서는 우리 지역 주변에 있는 자사고를 방문, 교장이 직접 소개하는 학교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 세 번째 이야기, 자율형사립고 한가람고등학교 백성호 교장을 만났다.
자사고 5년차 입시 성과 비결, SKY 합격률 2배 높아져
자율형사립고 한가람고등학교(이하 한가람고)는 2014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6명, 연세대 28명, 고려대 24명(중복합격자 포함)을 합격시켜 자사고 1회 차인 전년도 보다 SKY 합격률이 2배 높아졌다. 특히 서울 상위권 대학은 서강대 16명, 성균관대 20명, 한양대 17명 외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의치한대 12명까지 8학급 275명 졸업생 중 4년제 대학 진학률은 148명으로 53.8%에 이른다.
입학 경쟁률 또한 높다. 2010년 자사고 1기 때는 2100명이 지원해 7.5대 1을 시작으로 ▲2011년 3.3대 1 ▲2012년 2.2대 1 ▲2013년 2.3대 1, 올해는 2.43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사회통합 전형(구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도 1.14대 1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다.
하지만 한가람고에서는 서울대 대학합격률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있으니 바로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다. 한가람고등학교 백성호 교장은 “2010년 개교 당시 높은 경쟁률이 최근까지도 서울지역 자사고 중 2위에 달할 만큼 학교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다. 입학설명회에서 대입 실적을 자랑하지 않고 입시 위주의 교육과 특별반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여전히 입학 경쟁률은 높다”며 “상위권 학생들만 배려해주는 학교가 아닌 학생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학교, 졸업을 해도 다시 찾는 학교가 될 것”을 약속한다.
전 교과교실제, 수업의 전문성 강화
한가람고의 수업의 특징은 학생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과목을 공부할 수 있는 교육과정인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과교실제''는 학생들은 자신이 미리 선택한 과목을 가르치는 교실을 찾아 수업을 듣는다. 흔히 일반고에 있는 문과반, 이과반 대신 대학생처럼 학생이 각자 짠 시간표에 맞추어 움직인다.
영어 작문, 동아시아사, 한국지리, 연극의 이해, 고급 수학 기본, 화학Ⅱ, 생명과학Ⅱ, 고급 물리, 표현창작 운동 등 수능과 대학 진학에 필요한 과목 이외에도 학생들이 창의력과 지적 호기심, 감성을 일깨울 과목이 준비되어 있다.
상경계열 진학을 준비하면서도 ''이과수학''으로 분류되는 미적분Ⅱ나 기하와 벡터 수업을 신청할 수 있고 인문계 지망이면서도 고2 때 물리Ⅱ를 듣고 흥미가 생겨 자연계열 과목을 대폭 늘려 듣는 것도 가능하다. 문과생이면서 물화생지Ⅱ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학교이기도 하다.
10명 이내의 소수가 선택한 과목이라고 해도 수업이 개설된다. 이는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가능할 터. 백 교장은 “교사들의 역할을 확실하게 분리해 수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며 “모든 교사를 교과와 진로 두 가지로 구분, 교과 전담 교사는 교수법과 전문성 향상에 집중하고 진로를 담당하는 Academic Adviser(AA) 교사를 도입했다”고 소개한다.
진학 업무에 특화된 AA 교사, 입학부터 졸업까지 책임져
Academic Adviser(AA)는 3학년 담임 경력이 풍부한 10명의 교사를 뽑아 주당 수업을 6시간 내외로 줄이고 학생 관리과 입시 상담을 전담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학교 행정과 업무는 누가 담당할까?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이 모든 교사들이 책무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업무를 맡는다. 특히 3페이지가 넘어가는 기획 보고서는 교장이 직접 맡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학교는 기간제 교사도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업무의 전문성이 생기고 일 처리가 빠르고 투명해졌다.
백 교장은 “일부 학교에서는 해마다 8,9월 수시 모집 시기가 되어 담임에게 추천서를 부탁하면 고 3 담임은 겨우 3월부터 한 한기 밖에 지도하지 않아 파악이 안 되었으니 2학년 담임에게 미룬다는 기사도 있었다. 한가람고에서는 진학 업무에 특화된 AA 교사들이 입학 때부터 졸업까지 3년간 담당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학생에 대해 잘 파악하고 평소 진로 설계와 교과 선택을 도와주고 각종 활동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꼼꼼하게 기록하는 일을 전담하고 있다”며 “각 교사가 두 곳의 주요대학 전형을 연구하고 입학정보를 공유하면서 원하는 대학에 대한 맞춤형 진로 상담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정규 교과수업의 경쟁력, 방과 후 학교 운영 최소화로 나타나
정규 교과수업의 경쟁력은 학기 중에 방과 후 학교 운영을 최소화하는 것에도 나타난다. 교사들이 방과 후 수업까지 맡게 되면 정작 집중해야 할 수업 시간의 에너지가 양분된다. 그래서 한가람고에서는 ‘수업이 유익하고 즐거우면 논술, 인성 교육은 물론 사교육 절감까지 절로 이루어진다’는 신념으로 수업 시간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대신 방과 후 학교는 정규 교과로 개설되지 않는 논술(수리 인문사회)과 부진학생 대상 보충학습 정도 개설되어 있고 수능 영역별 강좌 중심의 방과 후 학교는 주로 방학을 활용해 운영한다. 방과 후 학교에서 사교육 수요가 높은 강좌를 개설해 학생을 끌어들이는 일반고와는 단연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정규수업 후에는 배운 것을 스스로 익힐 수 있도록 자율학습도 권장한다. 자율학습을 위해 전교생의 절반 가량인 410명을 수용하는 무료 공부방도 운영한다. 주4일 자율학습을 신청한 학생에게만 좌석을 배정하고 약 370여 석이 채워진다.
공교육 강화를 위한 한가람고만의 노력
한가람고는 2013년 학교평가 우수학교로 교육감상을 받았다. 한가람고가 학교평가 우수학교로 선정된 이유는 크게 3가지. 학교가 노력하지 않아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임에도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지도한다는 점. 75분 수업, 담임과 AA를 학급에 배정하는 등 특화된 시스템을 도입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인 점.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대학입시 진학지도에만 집중하는 귀족학교라고 사회적 우려를 받을 수 있는 풍토에서 전인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자율형 사립고로서 감당해야 할 교육적 요구에 대해 모범적인 전형을 보여준다는 점 등이다. 백 교장은 “자율고의 우선과제라고 생각하는 명문대 진학률보다 학습 부진을 겪는 학생을 대상으로 재학생 멘토링과 졸업생 컨설팅으로 전교생이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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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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