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노인복지관 분관, 손주양육 강의 현장을 찾아서

“우리 손주, 똑 소리 나게 키워야죠”

지역내일 2014-05-11

<가정의 달 기획 : 가족, 通하셨나요?>


맞벌이 가정이 확산되며 조부모가 양육의 주된 조력자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인생 후반기의 양육은 고된 일이지만 이왕 해야 한다면 똑 소리 나게 하고 싶다는 이들이 많다. 손주양육을 배우러 온 사람들. 파주시노인복지관 분관에서 만나봤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손주 양육, 배우러 왔어요~


“곰 다리 네 개, 새 다리 두 개, 곰 다리 네 개, 새 다리 두 개, 모두 다 합하면 여섯 개”
황옥경 강사가 좌중을 향해 손유희를 시연해보이자 어르신들이 서툴게 따라한다. 그러나 손유희가 생각같이 잘 되지 않자 강의장 곳곳에서 이내 웃음보가 터져 나온다.
지난 24일 파주시노인복지관 분관에서 진행된 ‘똑 소리 나게 내 손주 양육하기’의 강의 현장. 3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강연에는 머리가 백발인 선배 어르신들을 비롯해 아직은 어르신이라고 부르기엔 어색해 보이는 젊은 예비 할머니들도 눈에 띄었다. 할머니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긴 했으나 할아버지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고 부부가 함께 온 이들도 있었다.
강의실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고 뜨거웠다. 연신 핸드폰으로 강사의 프리젠테이션 내용을 찍으며 강연에 열중하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파주시노인복지관 분관 측이 마련한 이번 강의는 황혼육아가 늘고 있는 요즘 세태를 반영해 조부모와 예비조부모를 대상으로 기획한 손자녀 양육 강좌이다. 총 5회로 마련된 이번 강좌는 당초 모집정원이 20명이었으나 신청인원이 많아 강의실 최대 수용가능 인원을 고려해 추가접수를 받을 정도로 호응도가 높았다.


맞벌이 시대, 양육에 동참하는 조부모 늘어


인생 후반기에는 여유를 즐기며 살기를 희망하는 노인들이 많지만 현실적으로는 손주 양육에 동참해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확산으로 많은 부부들이 자녀를 돌봐줄 사람으로 조부모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절반가량이 육아를 조부모에게 맡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의현장에서 만난 정순용(55)씨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손주를 위해 일찌감치 손자녀양육 교육을 받으러 왔다. 직장에 다니는 딸은 현재 임신 1개월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 직장에 들어가기도 힘든데 직장생활 하는 딸을 위해 모른 척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친정엄마가 키워주는 것이 여러 모로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일찌감치 교육받으러 왔어요.”
장유나(57)씨는 며느리가 5월부터 복직을 하면 당장 7개월 된 손주를 돌봐야 한다.
“며느리가 아이가 영유아시설에서 3시에 돌아오니 자신이 퇴근하는 시간까지만 봐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고요. 젊은 사람들 직장생활 해야 한다는데 안 봐줄 수가 있어야죠. 제 아이들도 시댁에서 봐주셨거든요. 저 역시 며느리에게 베풀고 보듬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손주를 맡아 봐줄 생각입니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 교육받는 어르신들


인생 후반기에 또 다시 양육에 동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12년 서울시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60대 노인들이 가장 희망하지 않는 노후생활로 ‘손자녀 양육’을 꼽았다고 하니 그 부담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왕 손자녀를 돌봐야 한다면 제대로 배워서 돌보자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손자녀 양육과 관련된 강좌들이 속속 개설되고 있고 이에 대한 어르신들의 관심과 호응도가 뜨겁다.
강의실에서 만난 류영철(68)씨도 손자녀양육 관련 교육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은 열혈 할아버지이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관련 강좌들을 섭렵한 바 있다.
“손자녀양육 강좌들을 들어보니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아이를 돌보는 데 노하우가 생기더라고요. 또 평소 TV에서 하는 자녀교육 프로그램들을 보면서도 도움을 많이 얻고 있습니다.”
그는 작은 딸네 자녀들인 네 살짜리와 여섯 살짜리 손주들을 일주일에 두 번, 낮 시간에 잠시 돌보고 있다. 또한 류씨의 아내 역시 큰 딸의 자녀를 일주일에 몇 차례 돌보고 있다고 했다.
손주 셋을 돌보고 있는 조동하(65)씨는 “동생을 때리며 질투하는 아이에게 혼만 내면 결국 또 동생을 때리게 되더라. 이번 강좌를 통해 무조건 아이를 혼만 낼 게 아니라 아이 감정을 세심하게 잘 살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하며 “이런 손자녀 양육강좌들이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들에게는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를 이끈 ‘내손주학교’의 황옥경 강사는 “조부모의 넉넉한 사랑과 양육태도가 손주들의 품성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하며 “조부모는 변화된 사회에 맞춰 새로운 지식과 양육법을 배우고 익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손주를 돌보며 심신의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부모세대와의 대화를 통해 육아시간을 일정하게 정하는 것이 좋으며 정기적으로 조부모만의 여가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높은 열기 속에 마무리 된 강의. 강의실에서 만난 많은 어르신들은 손자녀 양육과 관련된 재교육이 보다 많이 확대되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보다 긴 시간과 심도 깊은 이야기로 더 많은 것을 배워 손주 양육에 도움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강의장에서 만난 수강생들


* 손주 셋을 돌보며 힘들 때도 많지만 남편이 옆에서 힘을 많이 북돋워주고 양육을 분담해줘 도움이 많이 되요. - 조동하(65)씨
* 아직 뱃속에 있는 우리 손주 잘 키워보려 미리미리 배우러 왔지요. 딸이 직장생활을 해서 친정엄마가 힘을 보태줘야겠더라고요. - 정순용(55)씨
* 젊은 시절 시댁에서 아이를 키워줘서 저는 육아 문맹인데 좀 있으면 7개월 된 손주를 돌봐야 하네요. 다급한 마음에 손자녀 양육 강좌 들으러 왔어요. - 장유나(57)씨


사진 왼쪽부터 조동하(65)씨, 정순용(55)씨, 장유나(57)씨






 “손주들과 놀이터에 나가 함께 놀아주고 묵찌빠도 해주면 손주들이 무척 좋아해요. 아이들과 놀아줄 때는 체통과 위엄을 찾으면 안 되요. 동심으로 돌아가서 즐겁게 놀아줘야 아이들이 좋아하죠.” - 류영철(68)씨




TIP 손주 양육에 도움이 되는 책들


SBS스페셜 격대육아법의 비밀 (경향미디어)
격대교육이 오바마를 만들었다 (아름다운 사람들)
할머니의 꽤 괜찮은 육아 (예담)
워킹맘과 할머니가 함께 읽는 명품 할머니 육아 (소란)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