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졸업과 입학을 앞둔 친인척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 여기에 절친 자녀들까지 합세하면 축하 선물용으로 사용해야 할 돈은 치솟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 일방적으로 물건을 사줬다가는 안 받는 것만 못하다는 게 받는 사람들의 공통된 입장. 어떤 선물이 어떻게 오갔을 때, 가장 반가운 인사를 받는지 부천주부들의 선물에 대한 이모조모를 뜯어보았다.
가방은 고모가 사줘야 공부 잘한다고?
올해 처음 학교 들어가는 돼지해 딸을 둔 행복한마을에 사는 원혜선 주부. 마치 내가 입학하는 것처럼 준비물 챙기기에 엄마 마음이 먼저 설렌다. 그래서 가방만큼은 빈폴플랩포켓백펫이나 닥스키즈 슬란젠 가방세트 쪽으로 잡았다. 남들처럼 명품 책가방을 꼭 사주고 싶었다는데.
“가방은 고모가 사줘야 애가 공부를 잘 한데네, 올케 그래서 이번에 내가 조카 가방 먼저 샀어. 우리 조카 거니까 당연 고모가 챙겨야지. 애들은 튼튼하고 실용적인 게 최고 같아.”
애들 고모로부터 받아 풀어본 가방. 이걸 어쩌나~, 다름 아닌 이월된 스포츠형 메이크 가방이었다. 그것도 뻔한 중저가 가격에다 디자인까지 일반 남녀공용에 색상까지도 노핑크. 이럴 때는 너무 화가 난다고. 금액도 금액이지만, 첫 아이인 만큼 남들만큼 해주고 싶었는데….
신발과 옷 사줘라 돈 줄게 ‘시월드 스타일’
자꾸 원하지 않은 선물을 일방적으로 사주는 것도 싫지만, 먼저 애한테 사주면 그 금액에 맞춰 돈을 주겠다는 경우도 부담이다. 중동 미리내마을에 사는 권선혜 주부도 아이 입학을 앞두고 옷과 신발 장만에 인터넷을 여러 번 기웃거리며 물건 찜하기에 즐겁다.
요즘은 특히 머리부터 신발까지 스타일이 통일되게 입히는 게 대세. 그래서 권 씨도 닥스 키즈나 헤지스를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가격은 생각보다 높았다.
시월드 쪽의 한결같은 주문은 “아가 입학 옷과 신발은 내가 사줄테니, 먼저 사고 쓴 만큼 돈을 청구해라. 붙여주마~”이다.
하지만 남들처럼 한 벌에 30만 원대, 신발도 10만 원대를 훌쩍 넘는 것을 사고 돈을 청구하면 시부모로부터 얼마나 눈치를 받을까. 차라리 시월드 쪽에서 먼저 봉투를 쏘아주면 대강 보태서 사면 좋을 텐데. 또 사고 나서 금액을 말하기도 곤란한 게 시월드이다.
싼 거 아무거나 싫다, 차라리 현금이 낫다
사이가 어떤 관계이든 아이 선물을 할 때는 받는 사람의 스타일과 취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박순금 주부. 그는 얼마 전 초등입학 선물로 모닝글로리 2만 원대 가방과 12색 크레파스를 받았다.
받은 아이 실망보다 더 큰 것은 엄마의 마음. 같이 들어갈 또래모임 엄마들이 이미 사놓은 제품에 비해 형편없는 그레이드였기 때문이다. 물론 실용적인 것도 좋지만, 선물이야말로 받아서 반갑고 소중해야 진짜 선물.
이럴 땐 차라리 적더라도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주면 보태서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추세 역시 덩달아 어린 아이들 가방이 이렇게 명품 급으로 격상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내 아이만 기죽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
친인척 아니라면 간단하게 실용선물로 성의 표시
조카들이나 가까운 친인척과 또 달리, 친구나 동네 엄마모임 등 정도의 친분 사이라도 선물이 필요할 때가 있다. 사실 이럴 때는 값나는 선물을 하면 받는 쪽에서도 부담이 오는 게 사실.
백송마을 전현주 주부는 “제 아이 때도 그랬지만, 값은 덜 나가도 꼭 필요한 실용 학용품이 좋은 것 같아요. 성별 캐릭터가 들어가 아이들이 좋아할 교통카드나 보온물병, 뽀로로 필통 같은 것은 저가여도 다들 좋아 하죠”라고 말했다.
물론 중고등학생의 경우는 받고 싶은 물건을 카톡 사진으로 받아 보내주는 것도 방법. 하지만 역시 학생들이라 해도 상품권이나 현금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씀씀이도 높아졌지만, 개인 취향과 스타일이 다른 것은 선물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미 리포터 jacall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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