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모임-유성구 온천1동 노을 합창단

이웃사촌이 만들어내는 화합의 하모니

40~70대까지 세대 초월 … 노래로 뭉쳐 유대관계 깊어

지역내일 2014-05-07

누구나 가슴 속에 ‘거위의 꿈’이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진 재능을 마음껏 펼쳐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픈 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을 잊은 채 현실에 급급해 살아가고 있는 요즘, 유성구 온천1동에는 음악에 대한 꿈을 잊지 않고 노래로 소통하며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노을 합창단 단원들이다. 멋진 화음으로 감동의 하모니를 만들고 있는 열정 가득한 이들을 만나봤다.


노을 합창단은 세대와 직업을 초월한 합창단으로 요즘 대전 시민합창축제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합창 소리에 이끌려 하나둘 모이게 돼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온천1동 주민센터 2층 강당에서는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유성구 온천1동 마을 합창단인 ‘노을 합창단’의 연습이 있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지휘자의 지도에 따라 담당 파트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방송 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이슈가 되면서 대전시에서 시민합창을 장려하자 동네별로 마을 합창단 창단이 시작됐죠. 우리 합창단도 그런 분위기 속에 2012년 3월에 창단 됐어요. 평소 음악에 관심 있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지금까지 이어져 왔지요.”
정 발 회장이 노을 합창단 창단 배경에 대해 들려줬다.
현재 합창단원은 45명. 이중에서 남성 단원은 11명이고 부부 단원도 있다. 43세부터 77세까지 연령대도 다양한 편이다. 전업주부, 회사원, 은퇴자,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여 있다. 비슷한 꿈이 있기에 나이와 직업에 관계없이 서로를 배려하며 소통과 화합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기연습 이외에 2주일에 한 번씩은 저녁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김문자씨는 “세대마다 다양한 삶의 패턴을 알고 경험할 수 있는 자리여서 의미 있다. 모두들 노래하는 시간을 즐기면서 연습에 참여한다. 함께 하면서 하나로 만들어 주고 합창 덕분에 웃을 일이 참 많아졌다”고 전했다.

합창에 대한 열정만큼은 프로
합창은 남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음악이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음정 박자 템포까지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소리를 줄이고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 그래서 어렵기도 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이다. 따라서 그 과정이 녹록치만은 않다. 회원들은 “새로운 곡을 배우기 시작하면 저마다 본인만의 방법으로 연습에 집중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요즘은 모두들 흑인영가를 익히느라 애쓰는 중이다. 지휘자인 최양림씨는 “흑인영가는 리듬이 까다롭고 당김 음이 많이 나와서 어르신들이 부르기 어려운 곡인데 아주 열심히 하신다.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않다”고 단원들을 치켜세웠다.
늦깎이 단원인 강동천씨는 “내 파트를 정확히 소화해야 되는데 소리의 높낮이 조절이나 음정 파악이 잘 안돼서 늘 가방에 악보를 들고 다니며 틈틈이 본다”면서 오선지에 정성껏 그린 악보를 보여줬다.
여운조씨는 “합창 연습한 것을 녹음해서 듣고 노래하다보니 생활의 활력이 생겨 즐겁다”면서 “집에서 자꾸 따라 부르다보니 자연스럽게 남편까지 같이 흥얼거리고 있어서 웃음이 났다. 요즘 우리 집 애창곡은 흑인영가”라고 얘기하며 기분 좋은 웃음을 보탰다.
노을 합창단의 기록을 만들기 위해 연습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중인 이한배씨는 “노래도 불러야하고 사진도 찍으려하니 애로사항이 있지만 우리의 발자취가 필요할 것 같아 카메라를 들었다”면서 “지휘자님이 카리스마와 유머를 적절히 발휘해 회원들을 잘 이끌어주신다”고 자랑했다. 



누구나 찾아와 음악으로 힐링했으면
노을 합창단 단원들은 ‘2014 대전 시민합창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대전 시민합창축제는 대전시 마을 합창단이 총출동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이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아 더욱 기쁨이 컸다. 당시 함께 참가했던 김지순씨는 “늦게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이름이 불려 정말 좋았다. 무대복을 입고 단상에 올라 노래를 부르면 내 자신이 마치 선녀라도 된 기분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합창의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양림 지휘자는 “프로 합창단에 비하면 당연히 실력이 부족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이웃사촌이 함께 모여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합창의 과정이 사회와 비슷하다”면서 “합창을 통해 힐링이 되도록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마을 합창단인 만큼 온천1동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노을 합창단 단원이 될 수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모임이라서 특별히 오디션을 보거나 해서 탈락시키지도 않는다. 유애열씨는 “노을 합창단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함께 화음을 맞추고 한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 좀 더 많은 이웃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수화씨도 “단원들과 노래를 실컷 부르다 보면 피로도 풀리고 긍정 에너지가 쌓인다. 감동과 기쁨이 있는 합창단”이라고 덧붙였다. 그들의 노랫소리를 타고 화합과 정(精)이라는 단어가 살포시 떠올랐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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