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나비장이 어디니?’ 관산초등학교에 나비 선생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관산초등학교를 찾았다. 나비장이 어디 있는지 설명도 없어 무작정 나비장으로 찾아오라는 선생님. 하교하는 아이들을 붙잡고 나비장이 어딘지 물었다. ‘나비장 저쪽으로 돌아가면 있어요’ ‘저기 야구장 안으로 들어가면 있어요’라는 재잘거리는 아이들. 이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나비장 위치쯤이나 훤하다는 폼이다. 아이들의 안내로 찾아간 나비장. 그물로 만든 허름한 나비장 안에서 홍상기 선생님을 만났다.
애벌레가 나비가 됐어요
우아하게 나비 구경하고 있을 생물학자의 이미지를 상상했는데 챙 넓은 모자에 굽은 어깨, 검게 그을린 얼굴의 선생님은 영락없는 농사꾼이다. 아이들이 하교하면 온 종일 나비장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홍 선생님은 대체 무얼 하시는 걸까?
“그냥 내 버려두면 나비가 잘 자라지 못해요. 나비 천적인 고치벌과 노린재도 잡아줘야 하고 필요 없는 잡초는 뽑아줘야 하죠. 나비장 관리도 잘 해야 하는데 올 봄에 그물에 구멍이 난 걸 모르고 뒀더니 큰 줄 흰나비들이 다 날아가 버렸어요”라며 안타까워하신다.
봄이면 3학년에게 나비 애벌레를 분양해 직접 나비가 부화하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나비 알을 채집해 아이들이 아이들이 가져갈 애벌레로 키우는 것도 오로지 선생님만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애벌레를 데려다가 나비로 변화하는 과정을 관찰한 아이들은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요. 그 다음엔 온갖 벌레를 가져와서 ‘이건 어떤 나비가 되나요?’하고 물어보는 놈들도 있어요. 참 기특하고 신기한 놈들이죠”
신기한 나비 매력에 빠져 산지 25년
부임하는 학교마다 가장 먼저 나비장을 만든다는 홍상기 선생님. 홍 선생님은 나비장 때문에 전근도 못가시고 관산초등학교서만 7년째 머무르고 있다. 나비장 안에는 흰나비와 사향제비나비 부전 나비 등 9종이 날아다니고 있다. 그 중 흰나비 종류가 4종이다. “주변에서 채집하기가 쉽고 사육이 까다롭지 않은 나비종이에요. 멀리서 보면 흰나비가 다 같지만 배추흰나비와 큰 줄나비가 모양도 다르고 날아다니는 모습이 다 달라요.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이 놈이 짝짓기를 하고 싶은지 먹이를 먹고 싶은지 알을 낳으려는지 그 모습도 다 다르니 신기하죠”라며 눈을 반짝이며 나비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선생님이 나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95년. 벌써 25년 전 이야기다. “하루는 꽃에서 꿀을 빨아먹는 사향제비나비가 눈에 들어왔어요. 너무 예뻐서 잡아 표본을 만들었는데 쉽지가 않은 거에요. 그 때부터 책 보면서 나비 표본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지 어디에 나비들이 많은지 공부하기 시작했죠. 지금은 표본보다 나비 생태를 공부하는 게 더 재미있어 표본은 안 만들고 생태 연구만 합니다”
멸종위기종 지키려 동분서주
나비는 알면 알수록 신기한 매력을 가진 곤충이라는 것이 선생님의 생각이다. 나비마다 알을 낳는 식물이 다 다르고 평생 단 한번 짝짓기를 한다는 점도 그렇다. 나뭇잎을 갉아먹던 입이 없어지고 꿀을 빨아먹는 빨대로 변하는 것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열대지방 나비가 색깔이 화려하고 광택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 자생나비는 소박하고 담백한 색깔이다. 그래서 열대 나비는 쉽게 질리지만 우리나라 나비는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단다. 국내 자생 나비 중 멸종 위기종을 지키는 일도 선생님이 힘을 쏟는 일 중 하나다. 안산에 있는 멸종위기 나비는 큰주홍부전나비와 먹그림나비, 푸른큰수리팔랑나비다. “나비가 사라지는 것은 나비가 좋아하는 식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고 아쉬워하는 홍 선생님. 큰주홍부전나비는 물가에서 자라는 소리장이라는 풀에 알을 낳는데 하천이 사라지고 논에 제초제를 사용하면서 소리장이 없어져 큰주홍부전나비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멋진 나비장을 만들어 우리나라 자생 나비들을 키워 내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는 홍상기 선생님. 포롱 포롱 날아다니는 나비를 쫓는 선생님의 눈길엔 사랑이 가득 담겼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