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참여가 학생들의 인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자살, 왕따 등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의 대안으로 스포츠 교육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포츠는 단순히 건강증진만을 목적으로 하는 제한적인 활동이 아니라 페어플레이 정신이 기초가 돼 바른 인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의 입시에서 인성을 평가받는 등 배려와 나눔, 존중이 중요해졌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경기에 참여하는 동안 길러지는 협동심, 책임감, 자기 절제 등 미처 알지 못했던 인성과 스포츠의 비밀을 소개한다.
도움말: 한가람고등학교 박영호 체육 교사
참고논문: 대도시 중학생의 스포츠 참여특별성 인성차이 연구(2012년, 체육과학연구원)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스포츠와 인성의 관계
학생들에게 운동은 건강한 몸을 만들어주는 것 외에 정해진 룰을 따라 게임을 하면서 규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겼을 때는 상대를 위로해 주고 졌을 때는 깨끗하게 인정하는 아량까지 배울 수 있다.
한가람고등학교 박영호 체육 교사는 “스포츠클럽 활동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면 욕을 한다든지 경기에 지면 남 탓을 하는 등의 행동이 줄어들고 협력과 의사소통능력이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팀 경기는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 스포츠가 인성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인성과 스포츠의 함수관계는 연구논문으로 이미 검증됐다. 지난 2012년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은 ‘대도시 중학생의 스포츠 참여특별성 인성차이 연구’라는 제목으로 청소년의 인성을 측정할 수 있는 스포츠인성 측정도구를 통해 인성의 차이를 분석했다. 참여대상은 서울지역 거주 중학교 2학년 500명으로 스포츠 참가정도(기간, 빈도, 강도)와 유형(조직적 참여와 비조직적 참여)등을 나누어 조사했다.
인성점수는 존중·책임·최선·배려·정직·공동체의식 등 6개 항목 22개 질문에 대한 응답(만점 5점)을 평균했을 때, 스포츠 활동을 오래한 학생일수록 인성 점수가 높게 나왔다. 특히 1년 이상 스포츠 활동을 한 학생은 3.86점으로 6개월 미만 운동을 한 학생의 점수(3.57)보다 높았다.
이 연구에서 가장 중점적인 부분은 공동체 의식을 묻는 질문에서 1년 이상 운동을 한 학생(3.69점)은 6개월 미만(2.36점) 학생보다 점수가 월등했다. 그 외 존중과 배려 등 다른 모든 항목에서 운동을 오래한 학생일수록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이번 논문의 책임연구자 노용구 박사는 “스포츠는 규칙준수, 상대방에 대한 예의, 책임, 협동, 최선 등의 가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스포츠 활동이 인성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스포츠 참여로만으로 올바른 인성발달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자발적인 스포츠 참여는 청소년의 자발성 확대, 욕구해소, 정체성 확립,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발전되어져 궁극적으로 인성발달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인터뷰_ 인라인쿠키스쿨 ‘인라인 하키팀’
“인라인 하키 하면서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졌어요”
인라인하키는 스피드하게 움직인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달리면서 스틱으로 퍽을 날리는 속도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팀 운동인 인라인 하키를 하면 신체 발달은 물론 배려심과 사회성까지 길러진다. 목동에서 인라인 하키를 즐기는 아이들, 인라인쿠키스쿨 ‘인라인 하키팀’을 만났다.
팀 운동으로 배려심 배우다
인라인 하키는 너비 20~30m, 길이 40~60m의 경기장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4명의 선수와 1명의 골키퍼(골리)가 상대방 골대에 스틱으로 퍽을 골인시키는 경기이다. 아이스하키와 다르게 과격한 몸싸움이 없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인라인쿠키스쿨 ‘인라인 하키팀’ 멤버는 모두 10명. 매주 금요일 오후 9시에 목동청소년수련관에서 모여 한 시간 동안 스케이팅, 드리블, 패스, 슈팅 연습을 하고 경기에 필요한 기술도 익힌다. 기초 훈련이 끝나면 팀을 나누어 게임을 한다.
퍽을 다루고 드리블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아이들, 이 팀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의 평균 운동 기간이 4~5년. 7년 동안 하키를 해온 학생도 있다.
인라인하키를 통해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는 조승빈 강사, “대중 앞에서 욱하는 성질이 있는 아이가 참는 것을 배우고 경기 중에 부딪히거나 안 되는 것에 짜증내던 아이가 어울리면서 실력도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팀 운동이 아이의 인성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년이 다른 학생들이 만나 경기를 하게 되면 서로 도와가며 챙겨주고 배려해 주는 마음도 생겨난다고.
네 탓이야? 내 탓이야~
게임을 뛰다보면 ‘반칙이다, 아니다’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실랑이 가운데 다툼이 일어나는 쪽은 같은 팀 멤버인 경우가 많다. 네 탓이냐 내 탓이냐를 따지며 싸우는 경우가 있지만 오랫동안 같이 운동을 해온 이 팀 멤버들은 예외다.
이효민(목운초 4) 양은 이 팀에서 연수가 제일 적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뛴다. “하키는 공을 치면서 달리니까 너무 재미있다. 서로 협력해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을 배웠다”고 전한다.
최윤우(서정초 3) 군은 “형들이 잘 챙겨준다. 특히 경기를 뛸 때 골을 넣으면 같이 기뻐해주고 걸려서 넘어졌을 때도 형들이 와서 도와주니까 좋다”고 전한다. 김민우(경인초 5) 군은 “경기가 끝나고 나면 이기든 지든 상대팀 손을 잡고 일으켜준다. 이것이 우리 팀의 강점”이라 전한다. 임태윤(경인초 5) 군은 “하키를 하면 협동심이 좋아진다. 특히 오랫동안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해서 사이가 특별하다”고 덧붙인다.
조 강사는 “기본 스케이트 실력과 드리블(스틱으로 상대팀 퍽을 뺏는 것)이 가능하면 누구든지 인라인 하키를 할 수 있다”며 “기본실력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는 인라인쿠키스쿨에서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미니 인터뷰
오지현(경인초 5)
“농구, 축구 등 팀웍 운동을 많이 해 봤지만 인라인 하키만큼 재미있는 운동은 없었습니다. 스피드 있게 퍽을 치며 달리다보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예전에는 경기에서 지면 남의 탓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친구는 없고 서로 이해해주어 우리 팀이 너무 좋습니다.”
조영준(경인초 5)
“동네 친구들이 인라인 하키를 하는 것을 보고 같이 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속도감 있고 골 넣는 것이 재미있어 하키가 좋아요. 더구나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랑 같이 게임 뛰는 것이 제일 좋고 친선 경기 나가서 이기고 돌아올 때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최윤수(경인초 5)
“속도가 붙으면서 골을 넣으려고 온 힘을 다해 달려가다 친구들이랑 부딪히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너 때문이야’ 비난하지 않고 웃으면서 손을 잡아 일으켜줍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덮어주고 배려해주니까 친구들과 사이가 더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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