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를 좋아하는 파주 동패고등학교(교장 신봉식)학생들이 역사유적지 안내 책자를 만들었다. 외국인들도 볼 수 있게 한글판과 영어판을 함께 실었다. 시작은 조선시대에 대한 관심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우리 역사 모두가 자랑스럽고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학생들. ‘조선시대 타파 동아리’(지도교사 김재덕) 학생들이다. 스스로 줄여 ‘조타’라고 부르는 이 학생들은 역사 유적지에서 동영상을 촬영, UCC로 만들어 유투브에 올리기도 한다.
우리 역사를 영어와 한국어로 알리다
조타동아리는 역사, 특히 한국사에 관심이 많은 고희주(3) 양과 전현정(3)이 의기투합해 만든 동아리다. 국사 뿐 아니라 영어에도 관심이 있었던 이들은, 국사와 영어를 결합해 외국인과 한국인들에게 동시에 우리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책을 만들기로 했다.
역사를 알리기 위해서 유적지에 가야했다. 창덕궁 경복궁 등에 찾아가 UCC를 찍었다. 외국인들을 만나 한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도 했다. 인터뷰에 응한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에서 만든 연필과 과자를 선물하는 매너를 발휘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외국인들이 호응이 높고 말씀도 잘 해주셨고 고등학생들이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을 많이 사랑하고 알고 계시고, 저희가 만들려는 책이 나오면 어떻게 할 건가 물어보니 ‘만약 그런 책이 나오면 사서라도 보겠다’고 답한 분들이 많았어요. 한국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그렇게 많은데 제대로 된 책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3학년 고희주 양)
발로 뛰며 외국인들을 만나면서 조타 활동은 탄력을 받았다. 정식 모임은 2주에 한 번이지만 학생들은 수시로 모여 책이나 정보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방학 때는 학교의 지원을 받아 전주 한옥마을에 다녀오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역사, 더 흥미로워
현장 답사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날씨 탓에 지치기도 하고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학생들은 손짓 발짓으로 외국인과 소통하고, 미션을 만들어 재밌게 동아리 활동을 풀어내기도 했다. 교사보다 학생들이 주도하는 동아리였기에, 힘들땐 스스로 아이디어를 끌어 내 위기를 극복해야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조타 동아리는 보다 끈끈해지고 신나는 동아리로 변해갔다.
북촌 한옥마을을 마지막으로 현장 답사를 마치고 안내서 제작에 들어갔다. 한 권의 책 안에 영어로는 시대 흐름별로, 한국어로는 장소별로 안내 글을 담았다.
2학년 장수용 군은 “공부도 많이 해야 됐고 역사 인식 면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몰랐던 것도 많이 알게 되고 실제로 눈으로 보니까 더 좋고 (역사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성격을 바꾼 학생도 있다. 2학년 박성진 군이다.
“조타 활동을 하면서 밖에서 외국인하고도 의사소통도 해보고 선배들하고 얘기 나누는 과정에서 성격이 활발하게 바뀌었어요.”
고등학교에 가면 뭔가 신선하고 재미있는 동아리 활동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는 박성진 군. 의논하며 길을 찾아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박 군 뿐 아니라 조타 동아리 회원들에게는 흥미롭고 새로운 도전이었다. 조타 학생들이 제작한 한국사 안내책자를 보려면 동패고등학교(031-945-4312)로 문의하면 된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미니인터뷰
고희주(동패고3) 양
“어떻게 한국사를 독특하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한국사를 보다 창의적으로 알리고 싶었다는 고희주 양은 대학에 들어가서 한국사를 복수전공 해서라도 정확한 한국사를 꼭 공부하고 싶단다. “처음에는 애들을 이끄는 게 힘들고 부끄러웠는데 대화를 통해서 풀어가다 보니까 리더십이 생겼어요. 기자나 피디 같은 언론 쪽 일을 하는 게 꿈인데 한국사에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글을 한번 써보고 싶어요.”
장수용(동패고2) 군
“우리 역사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이 아쉬웠어요”
장수용 군은 전주한옥마을에 다녀온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저희가 간 날 전주가 뉴스에 나올 정도로 더운 거예요. 다들 지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한옥마을은 전통을 잘 유지하면서 활용하고 있는 곳으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잘못 알려진 역사도 많고 기본적인 역사 상식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아쉽다는 장수용 군은 앞으로 한국사 관련한 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진(동패고2) 군
“외교관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에요”
외교관을 꿈꾸어 온 박성진 군은 우리 역사를 영어로 홍보한다는 동아리 소개 포스터를 보고 조타 동아리에 가입했다.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동아리를 하면서 우리나라 역사를 외국인들에게 홍보하는 걸 경험했어요. 이런 경험이 앞으로 공부할 때나 저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되어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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