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_ 직장인 밴드 ‘크럭스’

“공통분모가 되어준 음악, 인생길 함께 가고 싶어요!”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 가족, 시민들과 하는 음악을 꿈꾸다

지역내일 2014-04-17

안산·시흥 직장인밴드 모임 ‘위락’. 위락에는 현재 13개의 직장인 밴드들이 소속되어 음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임에 지난해 11월 조금은 재미난 이력을 가진 직장인 밴드가 결성됐다. 밴드의 평균연령은 43세. 직업은 음악학원장, 수학학원장, 언어치료사, 운수업종사자다. 이들이 모여 결성한 밴드가 ‘크럭스’이다.
왠지 관심이 가는 이들 4인방 정성아(52), 최승권(45), 손미라(39), 조성호(39) 씨를 밴드공연장 ‘위락클럽’에서 만났다.

밴드


아마추어 보컬리스트 최승권 씨, 신시사이저 연주자 정성아 씨
한대앞역 인근에서 수학학원을 운영 중인 최승권 씨는 대학 때 밴드 활동을 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꾸려 왔던 그는 40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향수로만 남아있던 음악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드럼, 신디사이저, 베이스 기타를 모아서 직장인 밴드 ‘크럭스(남십자성)’를 만들었다.
최승권 씨의 설명이다. “학원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 이렇다 할 취미 없이 40을 훌쩍 넘는 나이가 됐다. 나쁘진 않았지만 사실 요즘처럼 재미가 있진 않았던 것 같다.” 음악을 시작하면서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나 가족들을 대하는 마음까지,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즐거워졌다고 말하는 그다. 
팀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하고 있는 정성아 씨와 이야기 나눴다. 그녀의 나이는 시쳇말로 5학년 1반, 슬하에 20대 아들을 둔 중년이다. 클래식을 공부한 그녀로써는 처음 밴드에 소속돼 음악을 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단다.
정성아 씨는 “밴드는 주로 ‘락’을 하는 곳이다 보니까 여태껏 공부했던 음악은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해서 그런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연이 닿으면서 공부도 되고 또 다른 활력이 된다. 사람들이 내 나이를 듣고 놀라면? 나도 당황스럽다”면서 웃었다.
키보드 앞에서 노련하게 연주하는 그녀의 여유는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다른 멤버들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박수갈채가 보내졌다.


여성 드럼연주자 손미라 씨, 베이스 기타리스트 조성호 씨  
크럭스밴드의 분위기메이커이자 드럼연주자 손미라 씨. 그녀는 고잔동 ‘밝은아이아동발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언어치료사다. 미라 씨는 주변에서 본인의 직업과 드럼연주자가가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했다. 그녀가 언어치료사라는 쉽지만은 않은 일을 하면서 아마추어 드러머가 되기까지 그녀만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했지만 각설하기로 했다.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는 현재, 미라 씨의 가장 큰 응원군은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었다.
미라 씨는 “아들 앞에서 공연을 마쳤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꼈던 것 같아요. 사실 드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곡을 따라가는 것만도 힘들 때가 있지만 팀원들과 함께 곡을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5톤 화물운전을 하면서 음악을 하는 조성호 씨. 그는 밴드에서 드러머와 베이스기타를 넘나들며 연주하는 실력파다. 유일한 취미가 음악이라고 말하는 성호 씨다.
“저한테 일과 음악 중에서 무게중심을 고르라고 하면 일입니다. 하지만 음악은 취미이면서도 인생의 일부가 된지 너무 오래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가 힘들죠. 앞으로도 음악은 제 일부로 오래오래 함께 공존할 것 같아요.”


이날 만난 네 사람은 공통된 취미가 ‘음악’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본인들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람이 있다면 본인들이 즐기는 음악이 거리로 나와 대중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했다. 그것이 그들이 앞으로 써갈 음악이야기를 더 밝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란다. 크럭스밴드는 5월에 25시 광장에서 안산시민을 위한 무료공연을 열 계획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크럭스를 비롯한 안산 직장인 밴드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한윤희 리포터 hjyu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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