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요양병원

어디 좋은 요양병원 아는 데 없어?

굳어버린 몸과 마음에 긍정적 자극 줘 호전되는 경우 많아

지역내일 2014-04-16


회진(만세부르기)

“어디 좋은 요양병원 아는 데 없어? 어머니가 폐렴으로 수술하시고 퇴원은 하셨는데 아직 혼자 거동을 못하셔. 집에서 모시자니 다 일하러 나가고 옆에서 돌봐드릴 사람도 없고…. 치매도 조금 있으셔서 집에서 돌봐드릴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차라리 깨끗하고 시설 좋은 요양병원에 입원하시는 게 어머니를 위해 더 좋겠단 생각이 들어. 24시간 상주하는 간병인들 도움을 받고 다른 분들과 어울리기도 하면 집에 계시는 것보다 회복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고민거리다.


고령화 사회, 요양병원의 필요성 높아져
최근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치매, 중풍 등 요양보호 노인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고 핵가족화 된 생활의 변화로 가족이 노인을 돌보는 역할을 해내기가 힘들어지면서 노인부양은 심각한 노인문제중 하나가 되었다. 내 가족처럼 편안하게 모시겠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많은 요양병원들은 보호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일쑤다. 입원 며칠 만에 다시 모시고 나오거나 부모님을 모셔다 두고 안쓰러움과 죄책감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넓고 쾌적한 환경, 질 좋은 식사, 다양한 프로그램, 충분한 전문 인력. 편리한 접근성.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요양병원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공통요소이다.

넓직한 로비

충분한 전문 인력과 편리한 접근성
시청 전철역 바로 앞에 위치한 둔산요양병원(원장 이소의)은 작년 3월 개원한 재활전문 요양병원이다. 우선 다른 요양병원과 달리 시내 중심가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전체 125병상 규모로 현재 90여명이 입원중이다. 재활의학과, 내과, 신경외과, 한의사로 이루어진 4명의 전문의와 50여명의 의료진, 그리고 40여명의 타부서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5월중 200병상으로 증축 예정에 있다.

편의시설(안마의자)

넓고 쾌적한 환경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질 좋은 식사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들어선 병원은 넓고 환하다. 입원실마다 넓은 창밖으로는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요양병원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없다. 밝고 쾌적한 병동의 한 쪽에선 예닐곱 명의 입원환자들이 커다란 테이블 주위에 둘러앉아 강사의 시범에 따라 클레이 아트를 열심히 하고 있다. 오늘의 프로그램이다. 요양보호사들과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도 둘러서서 환자의 작업을 돕는다. 웃고 얘기하며 손끝으로 조물조물 색색의 찰흙을 만진다.
요일에 따라 체조교실, 종이접기교실, 노래교실, 공원산책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9층에 위치한 물리치료실에서는 자전거를 타거나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재활치료를 받는다. 병원 내 곳곳에 자전거를 놓아두어 환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도 있다. 2명의 젊은 영양사는 제철 식재료 중심으로 질리지 않는 다양한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메뉴개발에 힘쓴다. 1000여 평에 이르는 병원은 전체적으로 밝고 깨끗하다.

노래하고 춤추는 병원
다른 병원에 비해 약물을 많이 쓰거나 처치를 많이 하지 않는다. 대신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최소한의 약을 쓰며 병원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소의 원장의 운영방침이다. 밝은 분위기를 위해 매일 회진 때마다 만세 부르기, 만수무강 손바닥 마주치기를 전 직원이 함께한다.
집중치료실에 장기간 누워있는 환자를 위해 중환자실에 노래방 기계를 들여놓기도 했다. 환자를 방문한 가족들이 환자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때로는 춤까지 춘다. “환자의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이 원장의 설명이다. 때로는 의사도 요양보호사도 환자를 위해 춤추고 노래한다.
이 원장은 “환자에게 스킨십을 많이 해주고, 눈 맞추고 웃어주고 인사해주는 것이 약 처방을 많이 하거나 처치를 많이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환자를 호전시키는 방법이다. 회진 때 만세를 부르거나 손바닥을 마주 치는 것을 보고 직원들도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어 했지만 지금은 모두 함께 따라한다. 그래서 중증환자로 입원해서 입원 전보다 상태가 더 좋아져서 퇴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어르신들과의 나들이

환자도, 보호자도, 직원도 즐거운 병원
환자가 좋아지기 위해선 의사를 비롯한 치료진과 더불어 전 직원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야한다는 이 원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주2회 전 직원이 회진 때 함께한다.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 직원도, 원무 행정실 직원도, 조리실의 조리사도 회진에 참여한다. 나의 청소가, 내가 만든 음식이 모두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각자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돼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인 요양병원의 경우 간호사의 이직률이 높은데 개원이후 스스로 그만둔 경우가 한 명도 없다. 전체적으로 직원들의 직무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이소의(42) 원장 인터뷰
약력; 원광대 재활의학과 졸업
서울 가톨릭대학 재활의학과 인턴, 레지던트 과정수료
요양병원 봉직의 근무
전) 대전 을지대 재활의학과 교수
현) 둔산요양병원 원장


Q: 둔산요양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A; 다른 요양병원에 비해 입원 후 환자상태가 입원 전보다 좋아져서 퇴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Q; 특별한 치료법이 있나?
A; 좋은 음식, 최소한의 약 처방을 비롯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굳어버린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어 밝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Q; 밝은 분위기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매일 회진 때마다 ‘만세 부르기’와 ‘만수무강 손바닥 마주치기’를 한다.

Q; ‘만세 부르기’란 어떤 것인가?
A; 직원들과 회진 때 병실에 들어가서 환자를 마주보고 활짝 웃으며 “우리 사랑하는 000님 만세!”라고 크게 외치며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 동작을 해 보이는 것이다.

Q; 어떤 동기에서 시작하게 되었으며 어떤 효과가 있나?
A; 요양병원 봉직의로 근무할 때 중풍으로 인한 반신마비로 입원한 할머니가 있었다. 반신마비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데 회진 때 다가가기만 해도 아프다며 고통스러워했다. 다가가서 만져주고 싶고 재활치료를 해주고 싶은데 가까이 갈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의사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굳어버린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찾다가 시작하게 되었다.
만세동작 하기를 시작한 후 모든 환자들에게서 크고 작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표정 없이 바라만 보던 할머니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팔을 들어 올리며 만세동작을 따라하고 얼굴에 표정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치매까지 있던 할머니는 좋아져서 불경을 외우는 정도가 되었고 회복 되어 퇴원까지 했다.

Q; 만수무강 손바닥 마주치기란 무엇인가?
A; 좀 더 적극적으로 환자에게 다가가고 직접적인 스킨십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활짝 웃으며 “사랑하는 000님 만수무강 하세요”하며 환자와 양손 손바닥을 ‘하이파이브’ 하듯 마주치는 것이다. 손바닥을 마주대고 치는 순간 환자는 손바닥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면서 굳어있던 얼굴이 펴지며 환자의 감정이 얼굴에 드러난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들의 경우 웃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긴장된 표정이 순간 ‘무장해제’ 되는 걸 볼 수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웃는 얼굴이 갖는 치료의 힘은 매우 크다.

Q; 일반적인 요양병원 원장들과 비교해서 젊은 편이다. 개업을 하게 된 동기가 있나?
A; 봉직의로 근무하면서 치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환자의 상태가 좋아져 퇴원을 시키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치료에 자신감이 생기고 보람도 느꼈다. 그러나 병원을 경영하는 경영주의 입장은 달랐다. 적극적 치료로 환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것보다 수익을 위해 가능한 장기간 입원을 선호했다. 봉직의로서 한계를 느끼고 의사로서 절망감과 때로는 분노까지 느꼈다.
돈을 벌기 위한 진료가 아닌 의사로서 제대로 된 소신 있는 진료를 하기위해 개업을 결정했다. 개업 후 주위에서 “원장님 이러면 돈 못 벌어요”란 말을 많이 들었다. 다행히 개인적으로 크게 돈 필요한 일이 없다. 전철타고 다니니 비싸고 좋은 차도 필요 없고, 사치하는 성격도 아니다.(웃음)
입원한 노인들을 보면 고통스러워 보여 자녀들은 차라리 편안하게 보내 드리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다. 죽기 전까지 지켜보니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인간으로서 살려고 하는 마음은 욕심이 아니다. 나라도 옆에서 편들어 주고 외롭지 않게 함께하고 싶고 의사로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살려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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