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다! 우리 선생님_ 동원고등학교 공기택 교사

너를 발견하기 전에는 ‘차라리 꿈꾸지 마라’

지역내일 2014-04-15

내 나이 마흔일곱, 나는 그제야 내가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내 안에 깊숙이 잠자고 있던 ‘말하기’가 내가 가진 장점이었다. 유년시절의 상처가 말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가둬놓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마흔일곱 이후의 삶도 달라졌다. 이전보다 삶은 더 풍요로워졌고, 신바람이 났다. 벚꽃이 예쁘게 흐드러진 동원고등학교(장안구 이목동 소재) 교정에서 만난 공기택 교사는 그렇게 꿈꾸는 어른소년처럼 싱싱해보였다. 


이젠 목적이 아닌, 가치가 이끄는 삶, 이를 위한 바른 꿈꾸기! 
“청년시절 제 꿈은 그저 ‘열심히 살자’였습니다. 어떻게 해서 생각지도 않던 교사가 됐고, 나름 재밌게 했죠. 하지만, 교직생활이 타성에 젖게 되면서 2007년쯤 부터인가 제 안의 비교의식과 열등감이 슬슬 고개를 드는 거예요. 일은 많고, 월급은 적고, 아이들에게도 싫증이 나더라고요.” 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교사라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 아닌가. 그런데 주변엔 기쁘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는 지금의 고통 뒤에는 분명히 좋은날이 찾아온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 삶을 강요한다.
“사실 우리는 사회가 원하는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아왔어요. 다른 사람을 롤모델 삼고, 그 사람의 꿈을 꿔왔죠. 하지만 그건 꿈이 아니라 욕심입니다. 이제는 차용한 꿈이 아닌, 타고날 때부터 주어진 내 꿈, 바른 꿈을 꾸기를 원합니다. 그게 ‘가치가 이끄는 삶’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다이어리에 수많은 질문들이 빼곡히 들어찼고, 거기서 공 교사가 발견한 건 ‘말하기.’ 말하기와 글쓰기에 몰두하면서 교사라는 직업에도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학생, 학부모, 교사 대상으로 ‘진짜 꿈꾸는 방법’을 전하고 싶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그가 사람들의 삶에 꿈을 놓는 ‘꿈다리’를 자처한 이유다.


꿈과 가치를 지지하는 모임 ‘꿈가지’에서 자존감을 높여라
‘나의 사명은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배려하고 이야기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꿈과 가치를 지지하는 모임(꿈가지)을 만들었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모임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지난해 11월부터는 꿈가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제 사명선언문 중 하나가 ‘공기택의 토크쇼를 해보자’였어요. 꿈가지 강연쇼를 통해 제 사명을 이뤄가고 있다고 봐야죠.(웃음) 강의 후 각자의 꿈과 가치를 직접 써보고, 마음을 나누는데, 이중에는 진짜 꿈을 찾으신 분들도 많아요. 참 감사한 일이죠.” 그간 150~200명 가량의 새로운 분들이 강연쇼를 다녀갔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 모임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자존감과 자존심이 어떻게 다른 줄 아세요? 내가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이 자존감이라면, 자존심은 나만을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협동’이란 자존감의 키워드를 높이는 데 바탕을 둬야 할 창의교육이 오히려 자존심만 키워줬죠. 어릴 적부터 존재감을 충분히 느끼고 자란 아이는 청소년이 되면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자아존중감도 높아집니다.” 그래서 그는 ‘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애물이 되는 말, 자원이 되는 말, 우리에게 말은 삶의 질을 정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예쁘지 않은 아이는 없다, 자원이 되는 말을 하자
“95점 맞은 아이에게 엄마는 ‘잘했어, 그런데 하나는 꼭 틀리는 구나’라고 합니다. 물론 다음엔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죠. 하지만 아이에겐 틀렸다는 말만 기억되고, 이 말은 삶 속에 ‘실패’로 떠올려집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죠. ‘공부하라’는 말을 할 때도 부정적인 말보다는 아이가 전에 공부해서 이뤘던 성과를 예로 들며, 좋은 기억을 심어줘야 합니다. 이게 바로 자원이 되는 말입니다.” 어린 시절 말을 참 잘했던 그에게 ‘남자가 뭔 말이 그렇게 많냐’는 아버지의 핀잔은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들었기에, 그는 말의 파급력을 ‘말씀 언(言)’, 입에 와이파이가 달린 형상에 비유하기도 한다.   
원체 그의 역사수업은 재밌기로 소문이 나 있다.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한 이후 공 교사의 수업엔 자존감을 높이는 ‘칭찬’의 말이 더해졌다.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질문도 많이 던진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된다.
“시대가 바뀌었어요. 규칙은 있되,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야 합니다. 세상에 어느 한구석 예쁘지 않은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에 참여하고, 칭찬해주고, 그렇게 선생님이 좋아지면 아이들은 선생님 얘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이 생기게 되죠.” 교직생활 25년, 제자만 1만 명, 이젠 부모가 돼 자녀와 함께 그를 찾아온다. 그게 고맙다.  


꿈을 이끄는 교육자, 나는 영원한 꿈다리 아저씨!
교편을 잡고 얼마지 않아 전교조 활동으로 잘릴 위기에 놓였던 때가 있었다. 제자들이 발 벗고 나서 수업거부와 같은 집단시위를 하는 통에 복직이 됐다.
“그 때 아이들이 졸업하면서 제발 학교를 지켜달라고 했어요. 전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을 때까지만 하겠다고 약속했고요. 아직까진 교단에 서는 게 좋으니, 잘 지키고 있는 셈이죠.” 꿈다리아저씨 활동도 이어갈 것이다. 얼마 전 출간한 ‘차라리 꿈꾸지 마라(한스북스)’엔 그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이 함축돼있다. 요즘엔 페이스북에 매일매일 일상의 기록을 ‘두줄 쓰기’로 올린다. 아마도 다음번 책의 소재로 쓰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에게 꿈 얘기를 하기 전에 부모님이 먼저 꿈을 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아이들은 따라가게 되어있거든요. 꿈꾸기에 늦은 나이라고요? 아뇨, 저도 마흔일곱에 꿈을 꾸었고, 이젠 행복해하면서 살고 있잖아요. 어른도 꿈꾸는 두 번째 삶을 준비해야 합니다.” 졸지에 숙제가 주어졌다. 공 교사가 건넨 명함 속 내 사명 만들기! 내 사명은 뭐지? 고민을 시작한 이 순간이 가치가 이끄는 삶으로 가는 발걸음은 아닐지, 그새 공 교사에게 물이 들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공기택의 강의쇼 ‘꿈가지’로 오세요~
매월 넷째 주 월요일 저녁, 공기택의 ‘꿈가지’강연이 열린다. 조촐하게 차려진 밥상과 공샘 특강과 외부특강, 각자의 꿈과 가치를 적어보고 나누는 활동으로 함께 한다. 참가비는 간식 준비를 위한 1만원. 남은 비용은 깃발을 제일 많이 받은, 내 마음을 울린 발표자 한명에게 후원금으로 전달되고, 원하는 곳에 후원할 수 있다. 강연참여 및 강연장소는 꿈가지 카페(cafe.daum.net/gategong)에서 신청, 확인하면 된다. 28일에 열릴 4월 강연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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