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그리고 꼬박 1년이 흘렀다. 11월말을 기준(기획재정부 발표)으로 협동조합 신고수리 또는 인가를 마친 곳이 3057건, 월평균 설립건수는 255건에 이른다. 협동조합 당 평균 신규 피고용인수가 3.1명임을 감안할 때, 약 1만 명의 고용도 창출됐다. 전국적으로 거세게 협동조합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우리 지역의 협동조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느 정도까지 왔는가가 궁금해진다. 때마침 지난 달 인가를 마친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가꾸는 돈가스 나눔터’를 찾았다. 고소한 냄새부터 솔솔 풍겨져온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마을을 만들기 위한 선택, ‘마돈나’
‘마을을 가꾸는 돈가스 나눔터(이하 마돈나)’는 조원시장 안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 상권이 죽어있는 편이죠. 그래서 더 이 자리를 고집했어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만큼 지역 상권을 살리는 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거든요. 아직 매출은 좀 들쑥날쑥하지만, 그래도 일부러 찾아와주는 분들도 있어요.” 기존에 독거어르신 반찬나눔, 지역아동 대상의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고, 손쉬운 돈가스를 아이템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정순옥 이사는 덧붙였다. 수익을 마을발전 기금으로 환원하는 구조는 사회적협동조합과도 일맥상통했다. 대추동이 문화마을만들기 추진위원장과 주부위원들 9명으로 사회적협동조합 마돈나가 꾸려졌다.
4900원이라는 가격도 그렇지만 마돈나의 돈가스는 뭔가 달랐다. 조원1동을 상징하는 대추를 넣어 만든 특별한 소스가 부드럽고 달콤하게 다가온다. 정 이사는 “약재스탁을 베이스로 하고 대추고를 넣어 찬 성질을 가진 돼지고기의 단점을 보완해주는데도 탁월하다”고 자부했다. 소스개발에는 시장예산이 투입됐고, 여러 번의 품평회를 거쳐 지금의 소스가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다. 주문과 동시에 100% 국내산 생등심을 이용한 수제돈가스가 만들어진다. 집에서 튀긴 것처럼 맑은 빛깔의 돈가스와 넉넉하게 담겨 나오는 소스, 먹는 내내 뱃속이 편안했다. 마돈나의 돈가스는 오후3시까지만 맛볼 수 있다.
“마돈나는 영업장이면서 다람쥐공원, 대추동이도서관에 이은 조원시장의 커뮤니티공간이기도 해요. 그래서 영업시간 이외에는 누구나학습마을 강좌도 열리고, 수다방으로도 활용되죠.” 마돈나의 활성화를 위해 라면을 주제로 한 메뉴도 개발 중이라는 정 이사는 “재능기부를 통해 마돈나의 캐릭터도 거의 완성됐다. 잘 운영돼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은 물론 나눔을 활성화시키는 마돈나 2호점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제 시작이지만, 마돈다는 그렇게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을 통해 본 협동조합의 모든 것
△협동조합이란_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체를 통해 조합원들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 결사체를 말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을 “경제발전과 사회적 책임 모두를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환기시켜주는 조언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면서 협동조합 붐이 형성됐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협동조합의 역사는 2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며 수원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김경희 협동조합지원팀장은 운을 뗐다. 산업혁명 때부터 시작,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 주도의 농협, 수협 등이 있었고, 1990년대 들어 생협, 한살림 등과 같은 소비자 중심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인구는 80만 정도지만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어 영향력을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신용을 제외한 모든 사업 부문에서 최소 5명 이상이면 설립 가능하며, 출자금 납입과 설립등기를 마치면 협동조합으로 인정된다. 조합원 1인 1표 행사와 협동조합의 성격에 따라 일정금액의 배당도 있다.
△일반협동조합 vs 사회적협동조합_ 협동조합 설립을 계획하기 전에 우선 하고자 하는 업종이나 분야가 어떤 성격을 띠는지, 방향을 정확히 잡는 것이 필요하다. 업종이나 분야에 제한이 없고 배당도 가능한 일반협동조합은 시*도지사에 신고, 설립까지 30일 정도면 가능하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은 40% 이상 공익성을 띠어야 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장관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기간도 60일 정도 소요된다.
“사회적기업의 모델이 사회적협동조합이라고 보면 됩니다. 조합원들이 출자는 했지만, 수익을 공익증진이라든가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에 나눠 쓰는 착한 기업인 거죠. 현재 수원에는 7곳의 사회적협동조합과 40곳의 일반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조합유형도 소비자, 사업자, 다중이해관계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있다고 김경희 협동조합지원팀장은 설명했다.
올해 설립신고를 하고 활발하게 활동 중인 대표적인 일반협동조합은 송죽초 학부모들의 재능나눔 모임으로 시작해 지역사회와 청소년 문화 활성화를 위해 청소년 카페 ‘노리’까지 운영하게 된 솔대노리협동조합, 한부모의 자립을 돕는 신나는나눔가게협동조합 등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제도화되기 이전부터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던 터라 경쟁력을 갖췄다. 이밖에도 지역문화 활성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던 행궁마을예술협동조합, 이웃문화협동조합, 교회 아나바다 나눔장터에서 시작, 지역농산물을 직거래로 공급하는 로컬푸드장마당착한살림협동조합 등을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협동조합, 나도 도전할 수 있다! 단, 조합에 맞는 마인드를 갖춰라
5명 이상이면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는데? 이에 대해 김경희 팀장은 “요리, 뜨개질 등 소모임을 하던 분들이 마음이 맞아서 조합을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곳도 있다. 하지만 조합의 성격을 정확히 알고 조합의 마인드를 잘 따라갈 수 있는가가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돈나 정순옥 이사도 협동조합의 조건으로 “동기부여가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래야 트러블 없이 서로 맞춰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설립절차가 많이 간소화됐다고는 하지만, 필요한 서류를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은 일반인이 하기엔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특히 사회적협동조합은 공익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고, 인터뷰에, 중앙행정기관까지 찾아가야 하는 등 일이 좀 더 많아서 설립인가 받는데 3개월 정도 걸렸어요. 지난 여름에 땀 제대로 뺐죠.” 정 이사가 진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수원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는 김경희 팀장은 “협동조합 중에는 늘 공부를 하면서 조합을 끌고 가는 경우도 많다. 이제 시작이다 보니 서로 배워가며 좀 더 끈끈해진다. 그러다보면 더불어 잘 살기 위한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며 협동조합의 미래를 그려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미니인터뷰-수원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김경희 협동조합지원팀장
첫발을 뗀 협동조합에 응원의 박수를~
Q.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젠 잘 먹고 잘 살자는 개념이 달라졌다. 내가 사는 곳을 잘 살게 만들어 가면 나도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협동조합의 7원칙 중 하나는 지역에 조합을 알리는 일이다. 지역에 알리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더불어 사는 활동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조직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조합원들은 사업은 물론이요, 조합원 간의 관계도 잘 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보겠다고, 5인 이상이면 누구나 된다니까 쉽게 생각해서 협동조합 설립희망자 교육에 참여했다가 협동조합의 본질을 알고 발걸음을 돌리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
Q. 협동조합 설립에 따른 세제혜택 등이 있나
아직 세제혜택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는 건 감사한 일이다. 세제혜택과 관련해 제도개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고, 점차 반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협동조합 설립을 위해 도움 받을 만한 곳이 있다면
지난 9월 수원협동조합네트워크가 결성됐다. 협동조합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네트워크로 조합설립과 운영 등 실질적인 정보를 교류할 수 있을 것이다. 수원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247-4545)에서는 정기적으로 협동조합 설립희망자 교육 등이 열린다. 최근엔 기획재정부가 협동조합 관련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종합정보시스템 홍보포털(www.cooperatives.go.kr)을 만들었다. 업종별*유형별*지역별 통계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