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주부, 세계를 향한 당찬 도전장을 내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있죠. 되돌아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두 아이가 있었기에 용기를 내고 새롭게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피그비코리아 이은정 대표는 이렇게 고군분투했던 지난 홀로서기 과정의 원동력을 말합니다. 너무도 지극히 평범했던 두 아이의 엄마에서 유아용품 쇼핑몰의 대표로 우뚝 서기까지. 이번 창업 코너에서는 피그비코리아 이은정 대표가 전하는 긍정의 에너지로 채워봅니다.
갑작스런 남편과의 사별, 방황... 그리고 ‘희망’
자상한 남편과 사랑스런 두 아이. 지극히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사는 평범한 대한민국 주부였다. 하지만 어느 날 예기치 못한 뜻밖의 ‘사고’는 그녀의 인생을 180도 다르게 바꾸어 버렸다.
"4년 전쯤 지방 근무 관계로 제주도에 있을 때였죠.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앞이 캄캄했죠. 그 일 이후 우울증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들었지요“
일산으로 이사와 자리를 잡은 것도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다 담당 의사의 권유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정말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어요. 결혼 전 3년간 회사 생활을 했던 게 고작이었고, 40대가 넘어서 재취직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죠. 유아 서적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 또한 힘들더라고요. 주부로만 지내다가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며 조직 생활을 한 다는 게 만만치 않았죠”
그러다 우연히 ‘내가 잘 아는 것, 좋아하는 것’에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상은 생활용품의 하나인 지퍼백이었다. 지퍼백 마니아라고 할 정도로 지퍼백 좋아했다는 이은정 대표. 그녀는 평소 지퍼백에 관해 갖고 있던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켜보기로 결심했다. 피그비코리아의 시작이었다.
주부들의 마음을 쏙 담은 항균 지퍼백 출시
처음엔 피그비가 아닌 ‘케이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무실도 변변치 않아 약 7평 정도의 컨테이터를 빌려 일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고양시여성창업지원센터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모집공고를 보자마자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신청했어요. 사무실 무료 임대를 비롯해 조건이 너무 좋았죠. 설마 합격할 수 있을까 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여성창업지원센터 1기 입주 기업이 되면서 안정적인 환경 속에 사업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면 대부분 제품 개발에 투자했다. 그녀의 지퍼백은 주부의 마음을 쏙 담았기에 더욱 특별했다. 유독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제품의 위생성이었다.
“기존의 제품들이 보통 고체 알갱이 상태의 항균제를 갈아 코팅하지만 저희 제품은 처음 제작 과정에서부터 항균제를 넣어 처리하기 때문에 항균력이 우수하고 지속력이 뛰어나죠”
아이용품 보관은 물론, 여성용품을 넣기에도 좋고 야채 등의 음식물도 그 싱싱함이 오래 유지되도록 고안했다. 특히 재사용 시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디자인 면에서도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를 두어 실용성을 높였다. 밑변을 넓게 처리해 지퍼백을 세워놓고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또한 손잡이가 달린 지퍼백도 만들어 휴대성을 대폭 높였고, 아주 작은 사이즈부터 아기 이불을 넣을 수 있을 정도의 대형 사이즈까지 다양화했다. 그렇게 기존보다 한 차원 수준 높은 프리미엄급 지퍼백 제품군을 갖추게 됐고, 1년 전쯤 새로운 사무실에서 피그비코리아를 탄생시켰다. 처음 3~4가지에 불과했던 제품군은 이제 10여 가지로 늘어났고, 지퍼백 외에 유아용 손톱깎이와 면봉등도 추가해 유아용품 전문업체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그간 1년간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단다. 야근은 물론이고, 토요일, 일요일도 반납하고 일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서서히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임신출산박람회에 참여하면서 주부들의 큰 호응을 얻었어요. 너무 뿌듯했죠. 일부러 저희 제품을 구입하러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직원도 두 명이나 늘었네요”(웃음)
지난해 월 매출이 5천만 원 정도였다면 지금은 그 두 배 달성을 목전에 앞두고 있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젠 제법 사업마인드도 갖추게 됐다.
“처음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젠 새로운 물건 하나, 광고 하나를 보더라도 ‘나라면 이걸 어떻게 좀 더 보완해볼까’ 하게 돼요. 주부일 때 갖지 못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고 할까요”
세상의 가장 큰 버팀목인 아이들
그녀가 지금까지 힘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버팀목은 두 아들이다. 이은정 대표는 “돌이켜보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제 상처가 감당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아이들 가슴에도 피멍이 든다는 걸 늦게야 알았지요. 고2, 중1이던 아들들이 이젠 군대도 가고 대학생도 됐어요. 너무 착하고 어엿하게 잘 자라준 아들들에게 너무 감사해요”라고 말한다. 자녀 생각에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은정 대표. 사업을 꾸려가는 ‘대표’이기 이전에 그녀는 ‘엄마’였다.
“저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해도 엄마라면 누구든지 헤쳐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제가 특별한 게 있는 게 아니라 엄마여서 가능한 거죠”
이은정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더 큰 꿈도 갖게 됐다.
“고객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계속적으로 선보일 겁니다. 비록 작은 회사지만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선전하는 피그비코리아를 만들어보고 싶네요”
그 바람이 꼭 이뤄져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에너지가 될 수 있길 고대해본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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