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신도시, 해솔마을 뜨개 모임을 찾아서
파주에 신도시가 들어서며 수도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파주시로 유입된 인구가 많다. 새로 사람을 사귀고 정을 붙여야 하는 신도시 사람들에게 취미를 동반한 소모임은 지역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윤활유와도 같다.
여기 ‘뜨개’라는 매개체로 멋진 작품도 만들고 지역사람들과 끈끈한 정을 쌓아가는 주부들의 모임이 있다. 쌀쌀한 11월, 찬바람 불어 더 신이 나는, 제철 만난 뜨개 모임의 현장을 찾아 운정신도시, 해솔마을로 달려가 보았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평일 오전, 이른 시간부터 젊은 엄마들로 북적이는 해솔마을 단지 내 커피전문점. 형형색색 털실과 목도리, 모자, 블랭킷 등의 작품들, 그리고 따끈한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뜨개질 삼매경에 빠진 주부들의 모습이 마치 작은 뜨개공방을 방불케 한다. 어린 아이를 데려온 엄마들도 있고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를 간 사이 짬을 내 온 엄마들도 있다. 연신 바쁜 손놀림 중에도 간간히 하하 호호 웃음꽃을 피우며 담소를 나눈다.
이곳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전, 파주지역 여성들의 뜨개모임이 진행된다. 모이는 장소는 운정신도시의 해솔마을이지만 모이는 이들은 주로 파주전역, 주로 신도시에서 온 여성들이 많다. 연령대는 어린 아이를 키우는 30대 엄마들이 많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은 파주에서 뜨개질로 뭉쳤다
이 모임을 처음 결성한 이는 임재기(32)씨이다. 다른 지역에서 공방을 운영 중인 그는 운정신도시 주민이기도 하다. 3년 전 파주로 이사를 온 그는 젊은 엄마들이 함께 할 동네 사랑방 같은 뜨개모임을 만들고 싶었고, 이에 올해 초, 파주맘 인터넷카페를 통해 회원을 모집해 이 뜨개모임을 결성했다. 현재 수강료 없이 재료비만 받고 모임을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치고 있다.
“파주의 신도시는 외지에서 온 분들이 많아 새로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 역시도 새로 친구를 사귀고 싶었고 아이들 친구도 만들어 주고 싶었죠. 다른 친목도모의 소모임들도 많겠지만 저는 ‘뜨개’라는 매개체로 친구도 사귀고 취미활동도 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을 한 이들이 많아서일까. 삼삼오오 모인 엄마들이 늘어 지금은 한 번 모이면 열 명 안팎의 회원들이 참석해 뜨개질을 함께 한다고 한다. 임씨는 뜨개에 대해 “뜨개질 하는 내내, 이것을 착용할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훈훈한 정이 넘치는 작업”이라고 설명하며 “뜨개는 집중하는 동안 잡생각이 들지 않아 무엇보다 좋다”고 추천했다.
뜨개로 만들 수 있는 품목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작은 컵받침에서부터 인형, 덧신, 모자, 의류, 블랭킷, 커튼에 이르기까지. 의류는 물론이고 생활 속 인테리어 소품까지 만들 수 있어 개성 넘치는 환경 연출에도 유용하다. 이 모임에는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이 많다보니 아이들 의류와 소품 위주의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왔다고 한다. 요즘엔 날씨가 추워진 만큼 넥워머나 목도리, 장갑, 모자 등을 만들기 시작한 이들이 많다.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엄마들은 헤쳐모여!
주부우울증은 날리고 뜨개로 활력 충전
뜨개질은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기쁨이 큰 작업으로 이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할 때 그 즐거움은 배가된다. 임재기씨는 몇 해 전 큰 애를 임신하고 다니던 직장을 휴직하며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러한 그가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뜨개를 배우면서부터라고 했다. 동네 사랑방 같은 뜨개공방에서 뜨개를 배우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수다도 떨며 뜨개질에 빠져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예전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것. 임씨는 “나에게 뜨개는 약보다 더 고마운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모임 초기부터 참석해 온 강옥현(35)씨는 자신이 만든 뜨개 작품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즐거움이 큰 사람이다. 네 살 된 아들에게는 목도리와 조끼, 모자를, 임산부 지인에게는 뜨개덧신을, 그리고 어린 조카에게는 옷과 모자를 선물했고, 지금 한창 뜨고 있는 아기 원피스는 좀 있으면 출산할 지인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강씨는 “내가 만든 것을 조카나 아이들이 착용한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고 참 예쁘다”면서 ”모임을 통해 비슷한 환경의 엄마들끼리 뜨개질도 하고 수다도 떨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다”고 말했다.
이유미(30)씨는 두 달 뒤 아이를 출산하는 예비엄마다. 태교 삼아 뜨개를 시작했다는 이씨는 처음에는 혼자 인터넷으로 뜨개를 배우기도 했지만 혼자 하다 보니 재미가 없고 오래 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이 모임을 알게 돼 지난 여름께부터 합류하게 됐다고.
“모임을 위해 외출 준비를 하고 이렇게 두 시간동안 사람들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뜨개질하는 시간이 참 즐거워요.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생활 속 작은 활력을 주는 시간이거든요. 늘 목요일이 기다려져요.”
그는 두 달 뒤 만나게 될 아기를 위해 베넷저고리와 덧신, 목도리 등을 만들어 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또 최근에는 종전에 만들었던 작품보다 크기가 큰 카펫 만들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잡지책에서 본 예쁜 카펫이 있는데 뜨개질로 만든 것이더라고요. 혼자였으면 도전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텐데 스승이 있으니 도움 받아서 한 번 만들어보려고요.”
찬바람 부는 11월, 따뜻한 옷만큼 따스한 정이 그리워지는 때다. 타 지역에서 온 주민들이 많은 파주,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지만 폭신한 털실을 매개로 끈끈한 정과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고대한다.
모임 문의: 010-9114-4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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