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붉어서 이름이 꽃게일까요? 아니, 등딱지에 두 개의 꼬챙이처럼 생긴 뿔이 육지의 ‘곶’과 닮아 ‘곶게’에서 꽃게로 바꿔 불렀다고 합니다. 영어 이름은 스위밍 크랩(swimming crab), 헤엄치는 게입니다.
‘넓적한 다리를 이용해 물속에서 헤엄칠 수 있다. 이것이 물에서 헤엄치면 큰 바람이 불 징조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서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3월 하순경, 먼 바다나 깊은 곳에서 겨울잠을 자던 꽃게들은 알을 낳을 준비를 하러 얕은 곳으로 이동합니다. 게장으로 담가 먹고 쪄먹고 조려먹고 탕으로 끓이면 얼큰한 맛이 그만인 꽃게. 우리나라에서는 식용게로 가장 많이 쓰이지요. 긴 잠을 자고 돌아오는 꽃게를 4월의 음식으로 소개합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사진제공: 맛채움꽃게조림
우유보다 칼슘 많은 꽃게
봄에는 암꽃게, 가을에는 숫꽃게가 제철이다. 봄꽃게라 불리는 햇꽃게는 보통 4월 중순 경 출하된다. 하지만 지난겨울에는 유난히 바다 수온이 높아 올 봄에는 좀 더 일찍 햇꽃게를 맛볼 수 있겠다. 올해는 꽃게 풍년으로 알이 꽉 찬 암꽃게가 벌써 시장에 자리를 차지해 주부들의 손길을 분주하게 하고 있다.
꽃게에는 단백질을 비롯해 칼슘, 인, 철분, 비타민 등이 많다. 꽃게에는 칼슘이 우유보다 더 많이 들어 있어 어린이에게 좋은 음식으로 손꼽힌다. 지방 함량이 적고, 껍질에 든 키틴은 몸 안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키틴을 화학처리해 만든 것을 키토산이라 부르는데 키토산은 인체에 있는 소화효소로는 소화시킬 수 없다. 키토산은 장 안에 들어 있는 염소나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꽃게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지방과 결합되지 않은 순수한 형태의 단백질로, 몸에 들어가면 뇌로 빨리 전달돼 기분이 좋아지고 온 몸에 에너지를 가득 차게 해준다.
꽃게를 고를 때는 들어보아 묵직한 느낌이 나는 것이 좋다. 배를 눌러 보아 내장이나 물이 나오는 것보다 단단하고 껍질이 딱딱한 것을 골라야 실수가 적다.
조선 20대 임금인 경종은 즉위한 지 4년 만에 죽음을 맞았다. 당시 영조의 경종 독살설이 세간이 널리 퍼졌다고 하는데, 병을 앓고 있던 경종에게 영조가 상극 음식인 생감과 게장을 줬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게와 감을 함께 먹으면 죽는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꽃게는 세균 번식이 빨라 식중독을 일으키기 쉽다. 감에 들어 있는 타닌 성분과 만나면 비브리오균이 빠르게 번식한다. 신선한 재료라 하더라도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으니 꽃게와 감은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좋겠다.
등껍질 뒤집어 찌고, 비린내는 식초로 해결
건강에 좋은 꽃게지만 어린이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잘못 먹으면 갑각류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유아에게 꽃게를 먹일 때는 돌 이후에 천천히 시도한다. 처음에는 살만 발라 먹이거나 국물을 먹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꽃게를 먹은 아이 입 주위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것은 접촉에 의한 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부위에도 두드러기가 생기면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꽃게로 만드는 요리는 꽃게탕, 꽃게찜, 꽃게무침, 꽃게장 등이 있다. 신선한 꽃게의 맛을 그대로 보는 데는 양념을 하지 않은 꽃게찜이 그만이다. 꽃게를 찔 때는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등껍질이 아래로 가게 뒤집어 20분 정도 찌고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독특한 꽃게 요리로는 충청남도 서산 태안 일대에서 먹는 겟국지가 있다. 배추에 늙은 호박과 양파, 파, 새우, 게 등 해산물을 버무린 다음 게장 국물을 겟국을 넣어 만든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방식 외에도 꽃게파스타, 꽃게튀김, 꽃게카레, 깐풍꽃게, 꽃게스프 등 다양한 방식의 꽃게요리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저지방 식품인 만큼 꽃게를 요리할 때는 기름을 쓰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건강에는 이로울 듯하다.
맛 좋은 꽃게 요리라도 먹고 난 다음에는 손에 비린내가 남아 곤욕스럽다. 그럴 때는 식초나 먹고 남은 소주를 활용해 보자. 물수건에 소주나 식초를 살짝 묻혀 닦으면 비린내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동네 꽃게 맛집
맛채움꽃게조림
연평도 산 꽃게로 만드는 꽃게탕, 간장게장, 코다리찜이 주 메뉴다. 일반적인 꽃게전문점처럼 고춧가루가 많은 꽃게탕이 아니라 된장을 넣고 끓여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꽃게탕을 맛볼 수 있다. 꽃게주꾸미볶음은 살짝 삶은 주꾸미와 껍질 채 먹기에도 괜찮을 만큼 부드러운 꽃게기 함께 나와 아이들이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드는 코다리찜도 별미다.
위치 일산동구 식사동 1543-4
문의 031-968-4509
예원본가
꽃게백숙이 있어 독특하다. 평양식 간장게장, 꽃게무침게장, 꽃게알비빔정식, 꽃게탕 등 꽃게 요리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밥이 돌솥밥이라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15분가량 기다려야 한다. TV에 간장게장이 맛있는 집으로 소개되었으나 꽃게백숙을 푸짐하게 먹는 재미에 찾아가는 단골들도 적지 않다. 꽃게, 아구, 낙지 등 국내산 해산물을 사용한다.
위치 일산동구 식사동 249-1
문의 031-969-8969
명가진가
겟국지, 꽃게탕, 양념게장, 간장게장 등을 돌솥밥과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서해안 토속 음식인 겟국지를 맛볼 수 있는 점이 독특하다. 벽에 동양화 그림이 걸려있으며 메뉴판도 붓글씨로 적어 놓은 점, 멜라민이 아닌 도자기 제품으로 찬기를 사용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서해안에서 잡은 꽃게를 날마다 직송받아 요리한다.
위치 일산동구 백석동 1448-9
문의 031-903-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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