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만난 사람 _ 보드게임 지도사 오승진 씨

“가족들과 즐겨하던 보드게임이 직업이 되었어요”

1000여종 보드게임 통해 가족·아이들과 소통한다

지역내일 2014-04-03

안산 고잔동에서 보드게임 수업을 진행하는 오승진(42) 씨. 그는 주부이자 학부모, 보드게임지도사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웃이다.
거실과 집안 곳곳에 진열된 보드게임들. 그가 소장하고 있는 보드게임은 1000여종에 달했다.
승진 씨의 말이다. “가족들이 보드게임을 즐기고 좋아하다보니까 많이 모으게 되더라고요. 보드게임 지도사는 막내 6살 때 보드게임 설명서를 보다가 알게 됐어요. ‘바로 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보드 게임지도사가 된 지금. 그는 4년만에 대한보드게임산업협회에서 인정하는 유명 보드게임지도사가 되었다.

보드게임


보드게임 통해 좌절과 실패에 예방주사를
승진 씨의 일주일은 보드게임수업과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보드게임을 공부하는 것으로 오롯이 지나간다. 현재 그녀가 수업하는 팀은 13팀. 한 팀에 3∼4명이 모여 보드게임을 한다. 이 팀들 중에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해서 올해 5학년이 된 아이도 있다. 승진 씨에게 물었다. 보드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오는 가장 큰 장점과 변화는 무엇인지?
“아이들은 다양한 보드게임을 접하면서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뀝니다. 보드게임 안에도 작은 사회가 존재합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기다림과 실패를 경험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좌절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보드게임이야말로 아이들의 성품과 변화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죠.”
결국 보드게임은 실제 사회 속에서 겪게 될 실패, 또는 질것 같은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예방주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변화하는 아이들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승진 씨가 얻는 가장 큰 보람인 듯 보였다. 그녀는 보드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적정 연령은 6세라고 조언했다.
 
IQ·EQ 높이는 보드게임, 가족 이어주는 매개체
승진 씨가 보드게임을 배우고 가르치는데 열중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가족.’ 재미난 것은 그녀의 남편도 본업이외에 보드게임지도사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승진 씨 가족의 보드 사랑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승진 씨는 보드게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보드게임은 한마디로 ‘소통’이다.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 장점은 보드게임을 통해 두뇌 개발을 하고 창의사고력을 넓히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물었다. 가족과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승진 씨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유아용 ‘라벤스부르거’와 ‘우봉고’ 그리고 ‘카탄의 개척자’라는 보드게임을 소개했다. 이 중 우봉고는 테트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퍼즐게임으로 도형 돌리기나 공간지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단다. 주로 저학년들에게 적합한 보드게임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보드게임 역사에 큰 축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유명한 ‘카탄의 개척자’에 대해 들었다. ‘카탄’으로 알려진 이 보드게임은 게임 인원들이 각각 카탄 섬에 정착하여 다리를 놓고 마을을 건설하는 등 스스로 전략을 세워 진행하는 게임이다. 게임 소요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는 대작으로 가족캠핑이나 주말 저녁을 보내기에 충분할 듯 했다. 이 게임은 초등 3학년부터 어른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다.


인터뷰 도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승진 씨 말이다. “보드지도사로서 부모로서 잘 놀 줄 아는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무엇이든 잘한다고 믿는다. 물론 이 수업은 성적보다는 인성이나, 사회성 발달에 더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연령대별로 성장하고 안정돼 가는 아이들과 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윤희 리포터 hjyu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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