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 저희 반을 가르치신 영어 선생님은 지루한 문법 수업을 하는 여느 선생님과는 많이 다른 분이셨습니다. 지금도 선생님이 학생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하신 여러 가지 노력들이 생각납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말투, 특히 영어 발화에 있어서는 선생님 스스로가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그저 선생님의 말투가 재미있다고 따라했던 저. 시나브로 영어발화의 재미까지 느끼게 되었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꿈과 목표도 영어교사가 되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의 꿈을 이룬 ‘영어교사’ 최윤정(35). 영어를 가르치는 열정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최 교사를 소개한다.
일기장에서 길을 찾다
최 교사는 현직에서 영어 수업을 하다가도 ‘내가 꿈꾸던 영어교사의 모습이 이게 맞나?’를 늘 자문한다. 그럴 때마다 그가 찾는 건 일기장. 과거, 교사의 꿈을 가지고 공부하던 시절에 꾸준히 쓴 일기장을 들춰내며 영어 교사로서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3년 전 어느 날도 그랬다.
“일기장 속에 그려진 교사로서의 제 모습을 봤습니다. 학생들의 흥미와 동기유발에 초점을 맞춘 효율적인 영어 학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뿐이었죠. 일기장을 보다가 현실 속 제 수업시간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해보았습니다. 피곤하고 졸린 모습들이었어요. 그때 느꼈습니다. 아! 이건 아니구나......”
그는 곧바로 1학년 영어전용수업을 진행했고, 명문고 육성사업인 영어영재반을 맡았다. 자신이 꿈 꿔왔던 교사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였다.
영어전용수업, 관계 형성이 중요
‘레벨이 다양한 학생들이 한데 모인 교실에서 영어로 100% 수업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이들 앞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흥미롭게 따라와 줄 수 있을까?’
영어전용수업을 앞두고 고민과 걱정도 많았다. 그러던 중 학생들에게도 영어콤플렉스가 있고, 아울러 최 교사 스스로에게도 ‘교사이기 때문에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먼저 그런 두려움을 넘어 서보는 것이 그의 과제였다.
최 교사는 강의식으로 문법을 배웠던 과거의 전통적인 영어 수업 방식을 벗어나 원어민처럼 완벽할 수 있는 수업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캐나다에서 공부하며 자연스러운 영어 발화를 위한 공부를 나름대로 했던 터라 교실에서의 영어에 어느 정도의 자신은 있었습니다.”
자신감 있게 시작한 영어수업. 첫 번째 한계에 부딪히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실의 학생들은 그의 말을 모두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 그의 유창한 영어실력은 교실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어떻게 하면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흥미를 줘 동기유발을 시켜줄 수 있을까?’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수업을 진행하다 2013학년 연구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학생들에게 동기유발을 시켜주면서 영어 실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목표였다. 각종 연수에 참여하며 다른 학교 영어 교사들과 정보도 공유, 1년의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갔다. 가장 효과가 있었던 부분은 학생들 개개인의 수행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1:1 피드백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과 교감을 하게 되었고, 그 성과는 학생들의 수업태도 변화로 나타났다.
“관계(Rapport) 형성, 이것이 좋은 수업을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학업능력이 뛰어난 학생들과 좀 부족한 학생들 간 각자의 역할을 부여하여 수업활동 중 책임을 다하게 했더니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엎드려 자거나 의욕이 전혀 없었던 학생들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복습차원에서 만들어낸 게임에서는 심지어 수업시간에 존재감이 없었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 했어요.”
가장 의미 있는 그만의 수업모형 개발이었다. 1년 동안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연구 개발한 그의 수업 모형은 교육청 수업 컨설팅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교사, 학생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느끼는 사람
영어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학생들의 영어실력 뿐 아니라 입시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광문고 영어 영재반. 원어민강사의 부재로 최 교사가 GEC를 맡게 된 초창기, 의욕 만발했던 그의 방식은 이를 버거워한 몇몇 학생들과의 갈등도 만들어냈다. 처음으로 교사가 된 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고, 자신의 방식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회의감에 차 있던 그에게 도움을 준 것은 오히려 학생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찾아와 힘을 줬고, ‘이대로 하면 된다’는 소신을 그에게 심어줬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가르침만 주는 존재가 아니라 학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과정 역시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져야 하는 자세라는 걸 깨닫게 됐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했다. 밤을 새워가며 수업 자료를 만들었고, 영어실력이 다소 부족한 학생들은 매일매일 영어 일기를 쓰게 해 전부 직접 첨삭을 해나갔다. 학생들의 영어 쓰기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기 시작했다.
영어 발표 수업에도 힘을 쏟았다. 영어발표에 두려움을 가진 학생들에게 조별 활동 과업을 주고, 멀티미디어 활용법도 알려줬다. 발표할 때 학생들이 서로의 잘한 점과 잘못된 점을 조언해 주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최 교사가 평가하는 단계를 진행했다. 학생들의 발표실력이 쌓여갔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 또한 높아만 갔다.
영어 영재반의 1년 대미를 장식한 것은 광문모의유엔대회였다. 지난해 12월에 개최된 제4회 광문모의유엔대회에서 학생들은 이제까지 갈고 닦은 영어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2년, 정말 많은 걸 느끼고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지만 그 마음 자세는 누구보다도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교사, 그러면서도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교사가 제 교직 생활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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