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공기를 내뱉으며 휘파람을 불면 음색이 맑으면서 바람이 내는 소리와 비슷해 어느덧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데 휘파람보다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비슷한 음색을 가진 악기가 바로 ‘오카리나’다. 바람을 닮은 악기 오카리나 연주로 병원과 재활원 등에 찾아가, 그들의 연주가 환자들에게 위안이 되길 원하는 이들이 있다.
모양, 재질, 소리도 다양한 오카리나
오카리나는 거위 알로 오카리나를 만들어 불었기 때문인지, 그 모양이 거위의 몸통과 비슷해서인지 ‘작은 거위’라는 뜻을 갖고 있다. 지금은 흙으로 형태를 빚어 불에 구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반질반질한 촉감이 자칫 차가운 인상을 받기 쉽지만 ‘흙’을 악기의 재료로 사용해서 만든 만큼 그 소리가 매우 맑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초기의 오카리나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모양과 다른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졌고 오늘날까지도 오카리나는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모양과 재료에 따라 내는 소리도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에 오카리나를 알리는데 앞장 선 김준모 씨가 오카리나를 변형하여 만든 애플리나와 독도리나가 그 중의 하나다. 사과모양을 닮은 ‘애플리나’는 얇고 고운 소리가 나고, 독도에 대한 염원을 담은 ‘독도리나’는 풍성한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바람소리’ 회원들은 ‘소금장수’라는 민요풍의 노래를 오카리나, 애플리나, 독도리나를 번갈아 불어가며 연주 봉사 연습에 한창이다.
실력보다는 마음이 중요한 연주 봉사활동
오카리나 동호회 ‘바람소리’회원들은 사직동에 위치한 흥덕문화의 집에 매주 화요일에 모인다. 김영애(69), 하경희(44), 유화숙(55), 곽정은(39), 신운영(51), 서말희(44), 최소희(43) 씨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오카리나의 소리가 좋고 사람이 좋아 배우기 시작했다가 자신들의 연주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어 봉사를 계획하게 됐다. 현재는 충북대학교 병원에 한 달에 한 번씩 연주봉사를 하는 것을 비롯해 재활원이나 요양원으로 연주 봉사를 가고 있다. 바람소리를 이끌고 있는 김영애 회장은 “처음 연주 봉사를 갈 때는 우리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다”며 “하지만 봉사를 나갈수록 실력보다는 마음으로 들어주시는 것 같아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회원 하경희 씨는 “봉사를 갔다 오면 피곤하고 힘이 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를 얻고 온다”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도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갖게 되면서 무뚝뚝하고 반응이 없던 환자들이 오히려 연주회를 기다리고 반겨주는 모습이 회원들의 행보에 더욱 힘을 주게 됐다.
오카리나로 서로의 마음 잇고파
바람소리의 봉사연주에는 원칙이 있다. 여러 곳을 한두 번 찾아가서 연주를 하는 것보다 한번 인연을 맺은 곳은 꾸준히 찾아가자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 눈빛을 보면서 안부를 묻고 진심으로 걱정을 해 주는 일들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자신들에게도 뿌듯함을 안겨준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바람소리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배현숙(강사)씨는 “주마다 모여 연습을 하면서 이런 봉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자발적으로 참여해줘서 항상 고맙다”며 “우리의 오카리나 연주가 재활원을 비롯해 요양원 등 소외 계층의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이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연주를 원하는 곳은 언제든지 불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정미 리포터 miso08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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