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정말 잘하고 싶은가? 수학을 얼마나 잘하고 싶은가?

지역내일 2013-12-22

과외와 학원이 허용되지 않았던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당연히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외우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야간 자율학습이 선택이 아닌 필수였고, 내 친구들 또한 아무 반감 없이 받아들였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그 시간과 환경 속에서 어떤 친구는 영어 단어만 빼곡이 연습장에 써대고 어떤 친구는 디리 수학만 풀어대고 어떤친구는 책 위에 밑줄을 쳐가며 외우기도 했지만 온전히 집중해서 공부의 효과를 얻은 친구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주로 수학 문제를 풀었다. 수학을 풀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기 때문에...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끙끙대다가 수학을 나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물어보고...내가 모르는 문제는 친구들도 모르고 친구들이 물어보는 문제는 또 내가 못 풀 때가 많아 자율학습시간 내내 한 문제로 몇 명의 친구들과 전투적으로 매달릴 때가 많았었다.
시간이 지나가도 풀리지 않으면
“진영아~내일 수학선생님께 물어보자.”
하는 친구도 있고
“에이, 영어 단어나 외워야겠다.”
라고 과목전환을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끝까지 집요하게 답이 나올 때 까지 시간을 바치던 친구도 있었다.
함께 고민하여 답이 나오면 집에 가는 내내 상쾌하고 통쾌하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문제를 푸는 테크닉을 몰라서 시간을 허비했다는 느낌이 들 땐 너무도 괴로워 했다.
‘이럴 때 누가 나를 좀 잘 이끌어주면 좋겠어. 아무래도 너무 먼거리를 돌아가는 것 같아.’
정말 누군가가 내가 문제를 풀 때 실마리를 잘 찾았는지 답을 향해 가고 있는건지 아니면 내가 문제에 문제를 더 해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건지 말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얼마나 공부하기 편하고 좋은 환경인가?
정말 내 아이가 수학을 잘하기를 원한다면 아이에게 수학을 잘하고 싶은 마음을 일깨워줘야 할 일이다. 수학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단지 대학에 잘 가기위해서가 아니라 수학이 주는 기쁨을 느껴야 생길 수 있다. 수학을 잘 하는 아이들만이 가지는 보이지 않는 당당한 자신감을 내 아이가 갖기를 원한다면 수학의 매력을 발견하게 해야한다.


 수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중에 서울대 대학원에서 리대수라는 과목을 1년동안 청강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강의를 담당했던 교수는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바로 교수로 임용된 젊은 교수였다. 그 교수의 강의는 참 신선했다. Theorem 하나를 증명하고 나서는
“아~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라는 감탄사를 수시로 말했고 가끔은
“이 정리는 잘 모르겠는데 누가 증명하게 되면 나도 꼭 알려주세요~”
라는 말도 했다.
그 당시 박사과정 수업 때 그 어느 교수가 자기가 모른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속으로 얼마나 놀라와 했던가?
더 놀라왔던 것은 다음 시간에 어떤 학생이 그 증명을 해와서 발표를 했고, 교수는 시종일관 감탄하며 그 학생에게
“대단하네요. 그리고 가르쳐줘서 정말 고맙고...”
여러번 인사를 하며 새로운 것을 배운 기쁨을 특유의 감탄사로 감추지 않았다.
‘저 사람은 정말 수학을 좋아하는구나.’
나 또한 그 젊은 교수의 오버하듯 남발하는 ‘수학이 아름다워’를 혼잣말로 따라하고 싶었으니까...
그 교수가 한 말 중에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한 가지 있다.
“이미 누군가가 증명해 놓은 정리와 이론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마세요.”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것에 시간을 더 투자하라는 의미로 나는 받아 들였고 대학 내내 정말 누군가의 이름이 붙여진 정리만 딥따 증명하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었다.
이제 내가 그 교수의 말을 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정말로 수학을 잘하고 싶고 수학이 간절하게 잘 풀고 싶다면 그 간절함을 내 보이길 바란다.
그래야 이루어 질 수 있으니 말이다.
방학을 꽉 잡기를, 그리고 단 하나의 목표를 세우길 바란다.
방학의 시작에 앞서, 방학은 만능해결사가 아님을 기억해야 할 일이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 미션을 정해놓고 방학을 보내다보면 이도저도 아닐 때가 얼마나 많던가?
단 하나만을 위해서, 그 하나의 성과를 꼭 얻을 수 있도록 말이다.


알스토리 


R-스토리 로드맵 수학연구소장 정 진영
- 숭실대학교 수학과 박사수료
- 성균관대학교 아동학과 창의성과 영재교육 박사과정이수
- 포항공과대학교 오픈스쿨 부호론과정이수
- 조이매쓰 사고력교재개발 및 본원 원장역임
- 숭실대학교, 광운대학교, 국립한경대학교 등 출강
- 대치시매쓰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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