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송지윤 잠신고 2학년

과학중점학교 100% 활용한 기록의 달인

지역내일 2013-12-19

동그란 얼굴, 착한 미소가 인상적인 송지윤양이 건넨 두툼한 포트폴리오 북을 한 장 한 장 넘기자 치열하게 보낸 고등학교 시절의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국립생물자연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과천과학관... 고교 시절 내내 온갖 기관을 동분서주하며 둘러본 뒤 꼼꼼하게 기록한 현장 스케치, 연구원들과의 만남, 실험 과정과 시행착오, 소회 등이 빼곡히 적혀있다.
수첩은 내 친구
“어디를 가든 수첩과 펜은 필수품이에요.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미주알고주알 기록하죠.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내용을 훑어보고 머릿속에 정리하며 자료를 만듭니다. 한 회 두 회 쌓이면서 소중한 나만의 자산이 되더군요. 누군가 억지로 시켰다면 안했겠죠. 내가 좋아 시작했고 할수록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꾸준히 할 수 있었습니다.”
 ''적자(Writing)생존 시대'' 송 양은 기록의 힘을 일찌감치 터득했다. 덕분에 교내 진로탐구상, 글쓰기상은 늘 쓸거리가 풍부한 그의 차지였다.
외동딸인 송양은 자기 삶에 대한 소신과 고집이 분명하다. 과학중점학교인 잠신고도 그가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 “중3 무렵 특목고나 과고를 준비하던 또래 친구들이 함께 공부해 보자고 부추기더군요. 하지만 선행이 돼있지 않았던 터라 망설였고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좋아하는 과학 과목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과학중점학교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송지윤


과학중점반에서 ‘꿈’을 찾다
잠신고의 과학중점반에서는 그는 매일매일 즐거웠고 자신만의 진로를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어 뜻 깊었다. “수학, 과학에 흥미 있는 학생들끼리 모이다보니 시너지 효과가 나고 교사진도 최강입니다. 생물, 화학, 지구과학, 물리 등 과학Ⅱ의 모든 과목을 배우고 난이도 있는 실험을 하며 심화 과정을 공부하기 때문에 자부심도 생기더군요. 무엇보다 외부기관 체험과 캠프 기회가 다채롭게 제공되는 게 최고의 장점입니다.”
카이스트에서 진행한 1주일간의 영재교육센터 캠프는 그에게 개안(開眼)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었다. “한 학기 내내 인터넷 강의를 듣고 과제를 꼬박꼬박 수행해야만 캠프 참여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기를 쓰고 공부했어요. 카이스트 캠퍼스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전국 각지에서 모인 또래들과 팀을 이뤄 실험하고 토론하며 연구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3차원 나노 구조물을 만들어 보고 조별로 자유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왔던 그 시간들이 기분 좋은 지적 자극을 주었습니다. 캠프 내내 들떠 있었고 즐거운 추억거리도 많이 만들었어요.”
생물을 특히 좋아하는 송 양은 2년 내내 활동중인 생물반 동아리에 애정이 깊다. 과학관에서 외부 실험을 기획하거나 학생과학축전에서 체험부스를 운영하는 등 발로 뛰면서 보고 배운 게 쏠쏠하다. 특히 소, 돼지 같은 동물을 해부하며 짜릿함도 맛보았다.
“과학의 재미에 끌려 과학중점반을 택한 뒤 내 적성에 맞는 분야가 무엇인지 계속 찾았는데 바로 ‘생명’ 분야더군요.” 외과의사인 외할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오랫동안 결핵요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방글라데시에 병원을 세우는 등 ‘나눔’을 꾸준히 실천하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 꿈은 의사예요. 다들 피터지게 공부하는 고3 초입에 어느덧 왔네요. ‘되고 싶은 걸 되게 끔 하기 위해’ 이 악물고 달려보려고 해요.”


‘엉덩이 힘’ 길러 준 나홀로 공부법
그는‘나 홀로 공부법’에 익숙하다.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초등학교 시절 어느 순간 공부를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슬며시 들면서 책을 펴기 시작했다는 송 양. 조금씩 점수가 오르더니 중학교 때까지 상승세는 이어졌다.
“학원은 진도가 쭉쭉 나가고 강사의 설명 역시 빠르다보니 내 공부 속도와 잘 맞지 않더군요. 그래서 대안으로 인터넷 강의를 선택해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듣고 있어요. 무한 반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해될 때까지 듣고 또 들을 수 있으며 학원 오가는 시간까지 절약할 수도 있어 내게는 효율적인 공부법입니다.”
수학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다. 혼자 공부하다보니 막히는 부분이 수두룩했지만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졌고 난공불락의 문제들은 학교 선생님께 SOS를 청했다. “취약한 문제들만 따로 뽑아주시고 공부법에 대한 조언도 받으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선생님과도 친해져서 수업에 더욱 집중하게 되더군요.”
친구들과 군것질하며 수다 떠는 게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며 노래 부르기를 즐기고 느긋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송양. 그는 ‘물방울’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수줍게 말한다. “머리가 썩 좋은 것도 능력이 탁월한 것도 아니지만 나는 우직하게 노력하는 ‘엉덩이 힘’만은 센 편입니다. 포기도 잘 하지 않고요.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내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중입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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