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수학이라는 타이틀로 꾸준히 생각하고 관찰하고 아이들을 이끌어 온지가 1999년 이래로 15년이 되어간다. 처음 창의력 수학 수업을 했을 때 얼마나 신기하고 설레였는지 그 당시 첫 아이들의 얼굴이 모두 생각 나는 것은 아지만 각 기수마다 한 두 명씩의 아이들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공책에 문제를 풀고 답을 찾는 행위만이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평면위의 그림과 수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나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흥분했던가! 대학생들이라고 할지라도 상상할 수 없는 차원의 세계와 평면의 그래프들이 머릿속에서 입체로 떠올라야함에도 불구하고 떠오르지 않음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답답한 현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에 내 마음 속에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문제의 의미를 몰라도, 문제의 해결과정이 막막해도, 교구를 만지작거릴 수 있음에 아이들은 어려워 보이는 문제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만들고 부쉬고 만들고 부쉬고를 당당하게 반복했다. 물론 실패를 많이 할 수 록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실패를 많이 한 만큼 공부를 많이 하고 가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말을 해주었기에 더욱 교실 안에서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방에서 나오지 않아 들어가 보니 책상 앞에서 2시간을 꼼짝 않고 뭔가를 하는 거예요.”
공부하라고 방에 밀어 넣으면 5분에 한 번씩 들락거리던 아이가 교구와 더불어 숙제를 내줬더니 스스로 진득하게 앉아 숙제를 하더란다. 수학적 사고와 창의력이 향상이 되든 안되는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아이의 엄마는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나 또한 처음 받는 인사라 뿌듯하고 아이의 성장이 얼마나 고마웠던가?
해마다 아이들의 성향이 다르다.
게임과 핸드폰등에 많은 노출이 되어 있는 현실에서 아이들은 쉽게 집중하지 못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조차도 참아주지 못한다. 눈으로만 문제를 확인하고 생각하기 귀찮으면 무조건 모른다고 하는 아이들이 더욱 많아졌다. 수학교구는 이미 대중화가 되어 아주 좋은 교육환경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생각하는 자세는 그전보다 무너져가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교구를 통하여 새로운 수학적 지식을 경험으로부터 원리를 끌어내고 정리하고 이 과정을 통해서 수학적 사고의 틀이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수학뿐만이 아니라 다른 새로운 학과의 지식도 쉽게 소화할 수 있다. 후에 대학을 가고 대학원을 가도 이와같은 과정을 통하여 새로운 논문이 탄생될 수 있음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수학의 첫걸음이 너무나 중요하다. 수학적 사고의 틀이 자리를 잡고 자신의 달란트 그 이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는 시기를 잘 잡아야한다.
최근에 반수하여 간호대학을 지원한 학생이 있었다. 대학가는 전형도 다양하니 스스로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으로 간호학과가 있는 대학을 골랐다. 그 학생은 수능은 다시 공부하고 싶지 않고 적성검사로 대학에 입학하는 전형을 선택했다. 적성검사를 공부해서 적성검사를 봐야하는 현실이 우습지만 공부하면 아이큐도 달라진다는 세상이니 일단 적성검사 책을 사서 보는데
공감각은 자신이 깔끔하게 포기해버렸다고 했다. 단시간에 외운다고 해결될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결국 그 친구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한 분야를 포기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 아니었을까? 성품도 착하고 자신의 앞날에 현실적 계획까지 세울 수 있는 똑똑한 친구가 참 아까왔다. 좀 더 어릴 때 만났더라면 공감각을 키워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모든 때가 있다. 기초를 잡아야 할 때가 있고 그 기초를 통하여 열매를 맺고 과실을 걷어드릴 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도 자신을 기다려주지 못할 때, 덩달아서 학부모들조차도 아이들의 성장하는 과정을 급하게만 생각할 때 아이들의 수학적 사고력의 확장은 기대할 수 없다.
핸드폰이나 게임기같이 문명의 이기를 통한 발전만을 기대하기를 원하지만 그 이면에 아이들의 시간이 무너지고 스스로 고독해야할 시간이 게임시간으로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 시대의 파브르는 기대할 수가 없다. 파브르는 혼자만의 심심하고 고독한 시간 속에서 곤충을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완벽하지 않으면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실패와 불완전함 또한 완전함을 위한 성장과정이면 꼭 거쳐야하는 단계임을 알게해 준다면 우리들의 미래는 밝다. 우리들의 빌게이츠가 그들 속에 있기 때문이다.
R-스토리 로드맵 수학연구소장 정 진영
- 숭실대학교 수학과 박사수료
- 성균관대학교 아동학과 창의성과 영재교육 박사과정이수
- 포항공과대학교 오픈스쿨 부호론과정이수
- 조이매쓰 사고력교재개발 및 본원 원장역임
- 숭실대학교, 광운대학교, 국립한경대학교 등 출강
- 대치시매쓰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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