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람들 - 무예24기 시범단

“무예24기에 대한 수원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기다립니다”

지역내일 2013-11-28 (수정 2013-12-03 오후 5:38:33)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11시와 오후3시, 화성행궁은 특별한 공간이 된다. 언제나 아슬아슬한 긴장과 탄성이 함께 하는, 오직 수원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이 펼쳐진다. 정조 때에 완간된 무예도보통지(1790)에 실린 스물네 가지 기예가 무예24기 시범단을 통해 시대를 거슬러 재현된다. 그 옛날 정조를 호위하던 장용영 군사들의 위풍당당한 위엄도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왼쪽부터 송승민, 최형국, 배국진 수석단원




정조 대왕의 꿈, 무예 24기를 펼치는 24기 시범단
수원은 정조와 깊은 관련을 지닌 도시다. 그가 자주국방의 소망을 담아 편찬된 ‘무예도보통지’는 군사들의 무예를 통합시켜 놓은 최고의 군사 훈련서. 지상무예 18기와 마상무예 6기를 포함한 무예24기가 담겨져 있다. 여러 가지 무기를 사용하며, 한·중·일 삼국의 무예를 모두 집대성해 놓았다. 정조의 친위군영이었던 장용영 군사들은 연무대와 동북공심돈 등 수원화성에서 무예24기를 활발히 수련했었다.
무예24기 시범단원들은 그 때의 위용을 되살리며 무예를 재현해내고 있다. 21명으로 구성된 시범단원 중 고난도의 시범을 담당하는 최형국, 배국진, 송승민 수석단원을 만났다. 비록 시범일지라도 무예인지라 항상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극복하며, 오늘도 무예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최형국 수석 단원은 무예24기에 정통한 실제 무예인이며 동시에 브레인이다. ‘조선후기 기병의 마상무예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전통무예연구소 소장으로 전통무예의 계승에 힘쓰고 있다. 몸이 안 좋아 무술과 인연을 맺은 뒤, 20여년을 수원화성에서 무예24기와 함께 하고 있다. 무예가 매일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밥’이라는 그에게서 진정한 무사의 아우라가 번져난다.
배국진 수석단원은 태권도 사범이었던 평범한 일상에서 무예24기에 매료된 순간, 무예는 운명이 됐다. 2003년도부터 무예24기 시범단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배 수석. “수원 최고의 문화 콘텐츠 무예24기의 본격적인 무예 시범을 보일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는 무예란 “아직은 끝까지 도달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도달하고픈 경지”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수석 단원 중 가장 젊은 송승민 수석단원도 어려서부터 검도, 태권도를 단련해 온 무술의 달인. 체육학과를 졸업하면서 무예24기 시범단에 합류했다.




아찔한 부상의 순간도 여러 번, 그러나 무예를 사랑하기에 멈출 수 없다.
무예24기의 공연은 창법, 검법, 격법 등으로 구성된다. 마상무예는 특별한 날에 맞춰 시민들을 찾는다. 수석단원은 지상 무예 18기와 마상무예 6기 등 24기 기예를 모두 다 하고 있다. 마치 말과 한 몸이 된 듯, 말을 타고 달리면서 보이는 마상무예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다 보니 병기에 긁히고 찢기기는 다반사, 말에서 낙마를 하는 큰 부상의 위험도 감수해야만 한다. “거의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진검과 같은 진짜 병기를 들고 시연을 하니 부상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특히 사람과 살아있는 생명체인 말이 함께 하는 마상무예인 경우에는 다칠 확률이 높다”고 최 수석은 부상에 대해 담담하게 전한다. 배 수석과 송 수석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어느새 무예가 숙명이 돼버린 그들에게 사고에 대한 염려보다는 무예24기가 수원을 대표하는 콘텐츠라는데 자부심이 더 커 보였다.
무예24기를 통해 알려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송 수석은 무예로 인간문화재에 도전하려 한다. “배우기 전에는 나 역시도 이런 무예가 있는 줄 몰랐다. 조선시대 무예의 계승자로 무예24기를 우리나라 전역 뿐 아니라 세계에도 알려내고 싶다”는 소망을 얘기했다.




수원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무예24기, 하지만 관심이 아쉽다
무예24기 시범단의 활약은 상설공연과 마상무예에 그치지 않는다. 배 수석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듯이 야간 군사훈련을 재연한 ‘야조’공연과 김금화 무속인의 사도세자 진혼굿과 함께 어우러진 공연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펼쳐졌다. 송 수석은 2009년 무예24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스토리텔링으로 꾸민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을 떠올렸다. 뿐만 아니라 정교한 무예가 필요한 TV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해 무예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수원화성문화제에서는 춤, 마상무예 특별공연에서는 태권도와 콜라보레이션을 펼쳐 특별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예24기를 일상으로 가져가는 노력도 계속된다. 효원공원, 장안공원 등 수원의 큰 공원에서 무예24기 수련터를 열어 시민들에게 무예를 알렸다. 또한 신풍초나 수일고 등지에서 무예교육을 하고 있고, 마상무예 승마도 틈틈이 훈련시켜 주고 있다. 
하지만 수석단원들은 수원시민들이 많이 알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역에 있으니 오히려 무관심한 것 같다. 화성행궁만 해도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매번 공연이 있음에도 주로 국내외 관광객들이 관람하지 정작 시민들은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많은 전통들이 사라져갔다. 계승하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무예24기의 운명도 비슷해질 수 있으리라. 수석단원들은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은 자신들만의 고민과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수원시민들이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무예24기를 배워보고, 열심히 준비한 행사에도 참석하기를 바래본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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