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에서 학원을 오픈하고 선물로 받은 화초가 있다. 물을 많이 주면 안되고 한 달에 한 번만 주란다.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물을 주기로 했다. 무심히 화초를 보고 있으면 화초가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잎과 잎 사이에 새순이 보이고 어느 날은 새 순이 큰 잎이 되어 있어 아이들과 나는 화초의 잎이 몇 개인지를 세어보곤 했다. 중간에 챙기지 못해 한 달에 한 번 물을 주지 않으면 잎에 노란 빛이 보이고 마르기 시작한다. 화초도 지속적으로 물을 줄 경우와 그렇지 못할 경우는 현저하게 성장의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의 수학도 그러하다.
6,7세 때부터 수학적 사고의 확장과 기본을 탄탄히 하도록 주 1회 시간을 정하여 수학적 자극을 초등 1학년까지 꾸준히 주다가 초등 1학년 2학기부터는 심화, 경시성 문제를 조금씩 풀 수 있도록 시간을 추가하여 문제 해결 능력의 완성도를 높여가게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선생님, 정말 일주일에 1번씩만 해도 될까요?"
"네, 아이가 어느 정도 학습하는 태도가 갖춰지면 제가 매일 한 쪽씩 문제를 푸는 숙제를 내줄거예요. 엄마가 그 때마다 채점해주시고 저에게 확인받고 또 숙제내주고 하면 아이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푸는 습관이 길러져서 학교에 가서도 든든하죠."
"그럼 정말 수학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매일 한 쪽씩 풀고 엄마가 채점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아요. 아이가 풀 때까지 엄마도 옆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기다려주는 일이 반복되면 맹모나 한석봉의 엄마보다 더 훌륭한 엄마가 되실 수 있어요."
"아~그렇군요, 채점 열심히 할게요."
하지만 엄마가 일이 있는 경우에는 힘이 들 수도 있다. 그래도 하루에 한 쪽은 채점할 만큼의 시간은 내야만 아이는 관심 속에 성장할 수 있으리라.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경우의 아이들은 똑똑하고 학교 성적이 좋아도 집중력과 지구력이 떨어진다.
일례로, 몇 년전에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그룹 수업을 맡은 적이 있었다. 처음 만나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최상위반이라는 자부심으로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과 탐색전도 생략되어 수업시간이 산만해졌다. 산만한 분위기도 두 가지 성향이 있다. 수업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이 풀어 낸 문제에 스스로 감탄하여 자꾸 말하고 싶어져서 옆 친구에게 알려주는 행위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있고 수업에 관심이 없고 시간만 보내고 싶은 친구들이 반 분위기를 흐트려 놓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수학적 학습이 어느 정도는 되어있는 있는 아이들이어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다.
"너희들 수학에 관련한 학원 어디 어디 다니니?"
아이들은 한 명씩 대답을 했다.
사고력을 위한 학원, 연산을 위한 학원, 학교 선행을 위한 학원, 마지막으로 영재대비를 위한 학원....
많게는 네군데, 적게는 두 군데를 아이들이 다니고 있었다.
"너희들 다른 학원가서도 이렇게 행동하니?"
"여기서가 제일 얌전한 거예요."
교육의 일번지에서 나름대로 인정받는 최상위권 아이들을 설렘반 두려움반으로 기다렸었다.
''내가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는 아이들이면 어쩔까? 얼마나 반짝 반짝 예쁜 녀석들일까?''
아이들은 하나의 학문 수학을 배우기 위해 여기저기 유람하듯 학원을 다니는 것이 아닌가?
어느 한 곳에서도 집중을 못하는 이 상황을 누가 바로 잡아줄 수 있을까?
각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 양도 만만치 않을 터 그것을 어떻게 소화하면서 다닐 수 있을까?
소화한다면 어떤 꼭 필요한 시간이 잘려 나갈터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이들은 늘 미비된 숙제만을 해오면서 악순환에 빠질 수 밖에 없는데...
아이들은 뭉치면 실력이 좋아진다. 개별적으로 따로 따로 테스트할 때는 그 실력이 나오질 않았다. 그 이유는 그 무리 속에서 자신의 생각이 아닌 잘 하고 있는 아이의 것을 자신의 것인 양 사용하고 따라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전혀 힌트를 주지 않고 답이 여러개 나오는 문제를 주었고 서로 옆에 아이와는 다른 답을 칠판에 나와서 풀도록 유도했다. 아이들은 그 때서야 열심히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가장 점수가 높았던 친구보다 그 아이들이 제일 무시했던 아이가 제일 많은 답을 찾아냈다. 첫 수업을 마치고 엄마들에게 개별 상담을 하러 오시라고 문자를 넣었다. 제일 성적이 좋았던 엄마에게 늦은 시간에 문자가 왔다.
본인의 아이에 대한 지금까지 자신의 상상과 다른 모습을 내게 듣고 충격을 받았단다.
수학성적이 높다고 하여 그 아이의 창의성이 정비례하지는 않으며 한 과목을 가지고 여러 선생님께 배우는 것에 대해서 단점도 있음을 알려주었다. 아이는 한 가지 정답에 깊은 의미를 두고 그것이면 충분했고 더 무엇이 있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또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고 그 수업이 너무나 어려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아이 엄마와 전화 상담을 통해서 엄마는 외국에 몇 년 살다가 와서 어릴 때 지속적으로 수학을 다루지 못했고 특히 창의사고력에 관한 수학보다 급한 마음에 문제 하나 더 푸는게 중요한 줄 알고 아이를 빡세게 끌어왔노라고 말해 주었다. 결국 엄마는 아이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시간이 날 때마다 교구를 통한 창의사고력 수학 수업을 시키게 되었다. 워낙에 엄마의 열정과 아이의 열정이 남달랐던 터라 지금도 늘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경시대회 입상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최고상이 아니어서 안타까워한다. 그때마다 "창의력 수업을 일찍 할 껄 그랬어요, 문제 푸는 거는 다 매한가진데 어떤 발상으로 쉽게 그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것이 관건인 것 같아요." 한다.
바라건대, 아이가 수학을 시작해야하는 시점에 있다면 순서있게 지속적인 수업을 시킨다면 이와같은 아쉬움은 없으리라.
R-스토리 로드맵 수학연구소장 정 진영
- 숭실대학교 수학과 박사수료
- 성균관대학교 아동학과 창의성과 영재교육 박사과정이수
- 포항공과대학교 오픈스쿨 부호론과정이수
- 조이매쓰 사고력교재개발 및 본원 원장역임
- 숭실대학교, 광운대학교, 국립한경대학교 등 출강
- 대치시매쓰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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