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부안 내소사 관음봉
부안에 단풍 들었어요? 그럼요! 내소사는 한창이에요!
관음봉에 올라 오색 옷 갈아입은 내소사와 곰소만을 한눈에
몸이 느끼는 계절은 이미 겨울인데 자연색이 주는 계절은 아직도 가을이다. 곱게 물든 가로수들이 지난 비와 바람에 상단의 나뭇잎은 다 떨어져 버리고 하단의 튼실한 녀석들만 아직도 그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산타기 좋은 계절 가을, 올 가을에 가보고 싶은 전북의 산 리스트는 꽉 찼지만 이 아줌마에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웬만하면 이번 가을에 꼭 한번 오르고 싶었던 내변산, 떠나는 가을을 잠시라도 더 곁에 두고자 내소사와 더불어 관음봉 산행에 나서본다.
내변산과 외변산?, 모두가 변산반도국립공원이예요!
전주역에서 여유있는 속도로 달려도 1시간 남짓 걸리는 내소사. 하지만 오고 가다 만나는 가을에게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추려면 넉넉하게 시간을 준비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그래서 아줌마 넷이 동행하는 오늘 산행에는 도시락과 대한민국 대표주류 막걸리를 일병 챙겨 진짜 산사람들의 흉내를 내어본다.
변산은 예로부터 호남의 5대 명산의 하나로 손꼽혀 온다. 원래 ‘변산’은 서해에 접한 반도를 형성한 산 군을 말하며,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북 부안군 하서면, 변산면, 진서면, 보안면이 이에 속한다.
학창시절 기억을 더듬자면 변산이 속한 변산반도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유일의 반도공원으로,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조금 늦은 1988년에 19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변산반도의 산 군이 형성된 내륙 쪽을 내변산, 해안 쪽을 외변산으로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내변산 산행지도를 펼쳐보면 예상보다 오를 곳과 볼거리가 많다. 서해의 일몰을 기대하며 오후 산행의 묘미를 즐겨봄도 좋으련만 오늘은 가을과의 마지막 인사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최종 목적지는 관음봉(433m)으로 내소사 일주문을 통과해 관음봉삼거리-관음봉-세봉-세봉삼거리를 지나 하산하는 총 6km가 되지 않는 길로 산행시간은 3시간 반 정도이다.
붉은빛 노란빛 내소사는 온통 가을빛
내소사를 찾을 때마다 내소사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관음봉과 세봉에 눈독을 들이곤 했었다. 산악인도 아니건만 높은 곳이 있으면 올라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드디어 오늘...? 설레인다!
오늘의 주요목적은 내소사 관광이 아닌 내소사 뒤 관음봉 등산이지만 내소사 전나무 숲길과 어우러진 단풍길을 놓칠 수 없다. 그리하여 사찰 앞 숲길을 걷는데만 꽤 큰돈(입장료 3.000원)을 지불했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34년(633년)에 혜구스님이 창건하여 처음에는 ‘다시 태어나서 온다’는 뜻인 소래사로 불러오다가 조선 인조 11년(1633년)에 청민선사가 중건한 뒤부터 내소사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특히 내소사는 단청없이 소박하고 담백한 모습의 대웅보전의 꽃살문이 인상적인 곳으로 리포터의 기억에 남아있다.
오색빛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은 일주문과 내소사를 이어주는 절 뜰을 발맞춰 걸어본다, 가을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그가 가는 곳을 따라 가고 싶은 심정이다.
평일임에도 찾은 관광객이 많다. ‘대장금’을 찍었다는 안내판이 있는 곳에선 낙엽을 밟으며 가을남자 가을여자가 되어 분위기를 잡아 보는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분위기가 뭔지 생각 없이 휩쓸려 단풍길을 거닐다 찾은 등산로, 관음봉삼거리까진 제법 경사진 등산로가 이어진다. 본디 산은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아름답지만 오늘은 내가 산과 하나가 돼 나조차도 아름다울 거란 착각이 든다.
오르는 중간중간 아래 내소사와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으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있다. 안내판이 없어도 ‘여기가 전망이 좋은 곳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머물다간 흔적이 바로 그것을 말해준다.
떠나는 가을, 관음봉 산행으로 배웅을 마치고
부안은 바다도 있고 산도 있어 언제 찾아도 좋은 곳이다. 여름에 와봤던 내소사는 가을에 오니 더 좋고, 가을에 찾은 내소사를 보니 겨울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남들은 산을 올라갈 때 보다 내려올 때 더 시간이 더 단축된다는데 오늘 우리 아줌마들의 하산길이 더디기 그지없다.
관음봉이 단풍이 좋은 산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하지만 등산로를 오르며 발아래 단풍과 고찰이 어우러져 내는 경치에 마음을 빼앗겨서이다.
“올 가을 마지막 산행이라 생각하고 왔어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내소사를 보려고 오는데요.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한번 내소사를 휘감고 있는 관음봉을 올라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리 힘들이지 않은 수고로 내소사와 곰소만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변산반도 국립공원을 맘속에 다 담고 가는 기분이예요. 내려올수록 단풍도 너무 좋더라구요. 올 가을 잔뜩 느끼고 갑니다!”라고 한 등산객은 말한다.
직소폭포와 월명암을 산행코스에 넣고 싶었지만 원점회귀가 싶지 않아 오늘은 관음봉 산행으로만 끝나 조금의 아쉬움은 있지만 또 다시 부안을 찾아야만 하는 도전과제가 생긴 듯하다.
마지막으로 주차장(주차비 6,800원)을 빠져 나오며 느낀 것 하나! ‘지금까지 최고 비싼 등산을 한 기분이다’는 생각에 약간의 씁쓸함이 남지만 부안으로의 여행은 늘 즐겁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