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체형이지만 왠지 창백한 낯빛의 김여름(가명, 16세) 학생. 얼굴은 나름대로 깨끗해 보였으나 요즘 중고여학생들에게 유행이라는 이마 가린 머리카락을 들추자 좁쌀처럼 작고 빨간 여드름이 빼곡히 보인다. 가슴앞쪽과 등에도 발진이 가득 나 있고 가끔씩 가렵다. 반소매 옷 안쪽에도 발진이 있어 소매 없는 옷을 입지 못할 정도다.
여드름 단순히 피부문제 아니야
한방에서는 여드름을 단순한 피부문제로만 보지 않으며, 원인과 증상에 따라 다음의 4가지로 분류한다.
-폐열독형(폐기능항진)은 몸에 열이 많으며, 아이스크림 냉면 등 차가운 음식을 좋아하고, 얼굴에 붉은 기를 띤 경우가 많다. 생리 전후로 상체에 열이 오르기도 한다.
-위냉독형(위장기능저하)은 폭식 편식 불규칙한 식사 습관이 있고, 자주 체하면서 속이 쓰리거나 더부룩한 분들에게 많다. 변비, 설사 등 장의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주로 턱 밑에 여드름이 나는 편인 어혈독형(월경통, 월경불순)은 생리통이 심하거나 생리주기가 불규칙 한 경우이다. 생리 전후로 여드름이 심해진다면 이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장독형(변비에 의한 장내 유해 세균의 증식)은 과도한 다이어트, 불규칙한 식생활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변을 규칙적으로 보지 못하거나 배변주기가 3~4일 이상일 경우, 즉 변비가 있는 분들이 여기에 속한다.
김여름양의 생활습관을 체크해보니 평소 불규칙한 식사와 간식 섭취가 많았으며, 자주 체하고 두통과 울렁거림이 있다. 특히 우유나 찬 것을 먹으면 설사를 한다. 생리를 한 달씩 거르기도 했으며, 생리 시 아랫배가 차다.
검사 결과 전형적인 위냉독형 여드름이므로 비위기능의 허약이 병의 근원이라 보고 우선 소 화기를 풀어주는 한약 처방과 함께 침 치료를 주2회 병행했다. 그러자 자주 체하던 것과 두통, 울렁거림, 설사가 없어졌으며 가슴부위의 발진이 줄었다. 추가 치료 후에 소화기능이 좋아졌고 생리통도 덜해졌다. 소화기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 피부의 울체를 풀어주는 한약을 20일 복용했으며, 이마의 여드름 흉터가 조금 남아 있으나 새로 나오지는 않고, 등과 가슴의 발진도 훨씬 줄었다.
한방에서는 피부 체질은 물론 인체 내부의 체질까지 개선하는 것을 여드름 치료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피부의 문제는 내부 장기의 문제가 누적되어 나타나는 것이며, 특히 소화기의 문제는 두드러기 여드름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피부에 문제가 있는 분들은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박은실 원장
목동 박은실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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