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할 때 쓰기위해 집집마다 하나씩은 비치해놓은 구급상자. 그런데 정작 급할 때 쓰려고 보면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약인데 써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때가 있다. 몇 년 전에 구입해서 쓰다 남은 연고에 침전물이 생긴 해열제까지. 과연 우리 집 구급상자는 안전할까?
유통기한 지난 약은 먹다 남은 밥
음식에만 유통기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약 또한 약의 효능이 유지되는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약 복용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약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흔히 바로 지은 밥과 먹다 남은 밥에 비유된다. 이는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의 경우 기본적인 성분과 성질의 변형이라기보다는 효능의 변화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항생제가 포함된 의약품의 경우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약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유통기한과 개봉날짜를 반드시 기억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송파구약사회 김태윤 부회장은 “의약품에 표기되어있는 유통기한은 약의 효능이 9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최소한 3개월에 한번 정도는 가정 내에 보관중인 의약품의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기간이 지난 약은 폐기처리 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개봉한 약품의 경우 감염과 변질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정기간이 지나면 폐기처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정상비약의 유통기한
의약품을 보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직사광선과 수분이다. 대부분의 약은 상온에서 건조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지만 아무리 보관상태가 좋아도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은 반드시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품에 표기되어 있는 유통기한은 뜯지 않은 상태에서의 유효기간이기 때문에 일단 개봉하고 나면 표기되어있는 유통기한과 달리 6개월~1년 이내에 복용하는 것이 좋으며 약에 개봉한 날짜를 적어서 붙여두면 관리하기에 편리하다.
-알약은 개봉하지 않은 경우 유통기한이 2~3년 정도지만 일단 개봉을 하고 나면 수분에 의해 변질되기 쉽기 때문에 이미 개봉한 알약은 바로 처분하는 것이 좋다.
-조제약의 유통기한은 의사가 복용을 권한날짜 만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3일치의 약을 처방받았다면 이 약의 유효기간은 3일이 된다. 특히 조제약의 경우 대부분 유통기한이 별도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것이 보통이고 조제된 알약은 공기가 통하는 종이류에 포장되기 때문에 2주가 지난 조제약은 폐기처리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시럽의 경우 냉장 보관 시 3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지만 가능하면 개봉 후 1개월 이내로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항생제가 포함된 시럽의 경우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며 개봉 후 5일~1주일 이내에 복용하도록 한다.
-해열제는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에서 1~2년 보관이 가능하지만 병원에서 처방받은 해열제의 경우 실온에서 최대 1개월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해열제를 냉장 보관하게 되면 내용물이 분리되고 침전되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반드시 상온에서 보관하도록 한다.
-연고는 개봉전이면 2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지만 일단 개봉해서 공기와 닿게 되면 6개월 이후에는 폐기처리 한다. 연고를 무르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기제에는 지방이 많이 들어 있어서 공기와 닿으면 쉽게 산화하고 변질되기 때문이다.
-안약은 개봉 후 1개월 이내에 사용해야 하며 재사용 시에는 입구부분을 에탄올로 소독한 뒤에 사용해야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
-빠른 해열을 위해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 대부분 구비해놓고 있는 좌약의 유효기간은 3년이며 냉장 보관했다가 사용하기 20여분 전에 미리 꺼내 놓았다가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약은 탕제는 15일 이내로 보관하고 냉장은 1개월, 냉동은 6개월까지 보관 가능하며 환약의 경우 서늘한 곳에서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3개월 이내의 포장단위 구입
요즘은 대형마트에서 많은 종류의 영양제를 판매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언제 다 먹을까 싶을 정도의 대용량 용기에 담아진 것들도 많다. 그러나 포장단위가 크면 그만큼 공기와 접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는 경우에도 넣었다 꺼냈다 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적은양의 포장단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서울송파구약사회 황숙경 홍보이사는 “최근 오메가3, 칼슘보조제 등 다양한 종류의 영양제를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포장단위가 클수록 오랜 시간 보관해야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포장단위가 3개월 이내의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며 “용량이 큰 경우 방습제를 넣어두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특히 화학재료가 아닌 천연재료를 원료를 이용한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반드시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포장상자 내에 들어있는 약품설명서에 보면 설명서 작성연월일이 표시되어있는데 이것을 유효기간으로 잘못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것은 유효기간과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에 상자 겉면에 표시되어있는 날짜를 확인해야한다.
의약품은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구입,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폐기처리 할 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연고, 영양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을 폐기처분 할 때에는 반드시 약국에 비치된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는 것. 하수도나 생활 쓰레기와 함께 버리게 되면 환경오염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결국 생태계 파괴로 이어져 식탁으로 되돌아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거함에 넣을 때는 알약과 가루약을 구분하고 시럽의 경우 한 병에 모아서 버리는 것이 좋다.
이은경 리포터 hiallday7@naver.com
도움말 서울송파구약사회 김태윤 부회장, 황숙경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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