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큘럼이 주요 과목 중심으로 짜인 일반고에서 음악이나 미술, 체육 등 예체능 분야로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은 어려움이 많다. 수학, 영어, 국어 등 교과목 중심의 수업이 진행되다보니 마땅히 실기를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없고 미술이나 음악 등 과목이 있다 해도 실기를 준비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 더욱이 예체능 분야로의 진로탐색은 어렵기만 하다. 그렇다고 사교육으로만 충당하기엔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른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고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으로 거점학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거점학교 프로그램은 미술 체육 음악 과학 제2외국어 등에 해당하는 과목에 거점학교를 만들고 학교를 이동하면서 해당 과목의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강서․ 양천․ 영등포지역에서 예체능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거점학교를 소개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거점학교, 학생의 역량과 적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정
2013년 2학기부터 시범운영 하고 있는 ‘일반고 교육과정 거점학교’는 학생들의 역량과 적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서울 지역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심어주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 모델이다. 학교단위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음악, 미술, 체육, 과학, 제2외국어, 직업교육 등의 진로집중과정을 개설해 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특별시 소재 일반고 및 자율형 공립고등학교 재학생이라면 원하는 학교와 과목을 선택 신청하면 선발과정을 통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올해는 191개 일반고, 1850명 학생들이 31개 거점학교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거점학교 평균 만족도 93%
독일어 거점학교인 영일고등학교 오흥구 교감은 “거점학교는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과목을 직접 골라 참여하는 아이들이라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학교에서도 전용교실을 마련하고 교재와 프로그램에서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다.
오 교장은 그 예로 지난해 실시했던 설문조사를 언급한다. 교육청이 지난 해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영일고등학교 제2외국어(독일어) 참여 학생 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남자 4명, 여자 10명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를 보면 통학거리가 1시간~1시간 30분이 4명, 2시간이 걸리는 학생도 1명이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점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만족한다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가 9명 ‘그렇다’가 4명으로 92.9%가 만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 교감은 “이 설문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거점학교에 참여하면서 행복지수가 높아졌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가 7명 ‘그렇다’가 6명으로 대답했다”며 “공교육에서 학생들이 만족할만한 공부를 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거점학교 프로그램의 장점”이라 밝힌다.
거점학교 프로그램은 일반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특수목적고등학교 학생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할 만큼 거점학교 프로그램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거점학교 프로그램은 학력 신장을 위해 수업 이수와 포트폴리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진다. 미술거점학교인 영신고등학교 정만홍 담당교사는 “입학부터 진학까지 개인별 성적자료와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며 “거점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결과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 및 비교과 활동으로 기록하고 선택분야에 따라 실기 능력 변화 추이에 따른 진로진학 지도에 도움을 준다”고 밝힌다.
도움말: 독일어 거점학교 영일고등학교 오흥구 교감
미술 거점학교 영신고등학교 정만홍 교사
강서 양천 영등포 주변에 거점학교는 어디?
제2외국어(독어) 거점학교 영일고등학교
작년 9월 시범학교를 거쳐 제2외국어 교육과정 거점학교로 지정된 영일고등학교는 독일어에 관심 있는 학생 1~3학년 20명을 대상으로 토요일 수업을 진행한다. 오흥구 담당 교감은 “작년 독일어 I 과정 수업이 끝나자 II 과정을 요구할 만큼 거점학교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다”며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가까운 지역 학생이 아니라 노원, 잠실 등 멀리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열정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거점학교 프로그램은 일반고의 외국어 수업과는 다르게 독일에서 직수입한 교재와 교구를 이용해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회화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독일에서 살다온 학생부터 독일로 여행을 가고 싶은 학생까지 다양한 레벨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독일의 문화와 언어를 마음껏 만끽 할 수 있도록 전용 교실도 마련했다. 오 교장은 “거점학교 프로그램은 강서교육지원청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역점사업 중 하나”라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독일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볼 것”이라 덧붙인다.
과학거점학교 덕원여자고등학교
과학도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과학거점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작년 2학기 시범운영을 했던 덕원여고 과학 중점 프로그램은 올해 인기를 더해 2학년 24명씩 4개 반을 운영하고 2~3학년 통합반에서 24명이 과학 수업을 받고 있다. 수업은 토요일과 방학 때 이루어지며 물리, 화학, 생명과학 실험과 과제연구를 한다.
신백철 담당교사는 “작년과 달라진 점은 실험반으로 4개 반을 구성해 이공계학과를 지원하고자 하는 일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충당할 수 없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실험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아주 높다”며 “원하는 과목을 신청 해 원하는 실험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거점학교 프로그램의 매력”이라 소개한다.
미술거점학교 영신고등학교
작년 9월부터 미술거점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영신고등학교는 2~3학년 학생 56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정만홍 담당교사는 “미술 거점 학교 프로그램은 미대입시를 사교육 없이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석박사 이상의 입시 경력이 오래된 강사진으로 구성돼 있다”며 “일반고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미술로 학생의 꿈과 끼를 발휘 할 수 있도록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고려한 맞춤형 디자인 교육을 제공한다”고 소개한다. “사교육을 받았던 학생들은 거점학교에서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지만 최근 디자인계열 입시경향이 대학마다 차별화된 작품을 요구한다. 사교육 위주의 암기식 교육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거점학교 프로그램은 암기식위주의 패턴 식 교육에서 벗어나 기초조형(디자인)원리의 이해와 조색능력, 표현력, 창의력 등의 기초를 다짐으로써 다양한 입시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다”고 정 교사는 덧붙인다. 거점 학교 프로그램을 위해 학교에서 조소공예실, 디자인실, 회화실을 따로 마련했다. 2학년은 월,수 방과 후, 토요일, 3학년은 수, 금 방과 후, 토요일에 수업이 진행되고 4명을 추가 모집 중에 있다.
체육거점학교 영등포고등학교
체육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과 체육교과를 선호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등포고등학교의 체육과정은 3월7일 처음 시작했다. 신진용 담당 교사는 “시작한지 2주차 밖에 되지 않았지만 체육을 좋아하거나 체육학과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꿈과 끼를 찾는 프로그램”이라 소개한다. 영등포고등학교의 체육 프로그램은 금요일 방과 후와 토요일 오전에 이 학교로 등교해 수업을 듣는다. 올해의 경우 첫 시작이지만 2학년 2개 학급 40명, 3학년 2개 학급 37명으로 총 77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구기종목, 개인 및 대인 운동, 체력운동, 전문 스포츠로 체대입시를 앞둔 학생들이 전문 과목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큰돈 들이지 않고 체대 입학 고사에 공교육에서 대비할 수 있다는 게 거점학교의 장점이다.
직업교육거점학교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직업교육 거점학교’는 기존의 특성화고 학과를 고려해 특성화고 내에 부설로 설립되며, 일반고 학생들이 월요일에는 소속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거점학교에 가서 직업과정을 수강하게 된다. 서서울생활과학고는 ‘조리아트과’를 운영 30명씩 3학급 총 90명의 학생이 조리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한석림 거점학교 담당자는 “올해 처음 실시되는 프로그램이지만 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해서 참여하기 때문에 항상 밝은 표정으로 요리를 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대학진학보다는 취업을 목표로 기술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힌다.
이론과 실기 시험을 병행 1년 50단위로 실습이 일주일 22시간 주어진다. 요리라는 것이 서서 하는 힘든 작업이지만 일반고에서 할 수 없는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 한 학년이 끝나면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모두 획득할 수 있도록 국제조리학과 교사들과 프로그램을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Tip. 중점학교는 뭐지?
중점학교는 과목별로 중점교육과정을 학교별로 3학급 내외 운영하는 일반계고등학교다. 전체 이수단위의 45% 이상을 수학과 과학, 체육, 음악, 영어, 미술 등 해당 과목으로 편성하고, 심화 교육을 한다.
중점학교 배정은 후기고등학교 중 자율형 공립고 배정 후 일반계고 학생 배정 이전에 추첨을 통해 우선 배정한다. 희망자는 중점학교 중 원하는 과목으로 1개교를 선택지원하면 된다.
* 서울시 거점학교 현황
* 우리지역 거점학교 운영시간 및 세부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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