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학생이 학원에 오면 선행학습의 정도를 물어 보게 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선행학습은 했다고 말하고, 한마디 더 합니다. “그냥 안 배운 걸로 해 주세요.” 단순히 겸손의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선행은 했으나 자신이 없다는 얘깁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선생님 혼자 진도 나가고 학생들은 그냥 그 자리에 앉아있기만 했다는 것입니다. 이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고등학교 과정을 중등부 학원에서 선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지어는 기하벡터와 적분통계까지도 선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은 제가 중등부학원의 커리큘럼에서 가장 무책임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책임지지 못할 선행하고 고등부에 떠넘긴다’가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물론 꽤 잘하는 학생이어서 이런 폐해를 잘 극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갖은 고생을 하고 고등부에 올라와 또 같은 노력을 반복해야 하는 헛수고를 해야 합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 되는 까닭은, 학부모의 불안한 마음과 선행을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중등부학원의 조악한 커리큘럼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선행학습의 가장 큰 부작용은 고등학교 입학 후 학교 수업에 대한 집중력, 만족도 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이전에 수2 기본과 심화까지 모두 수강한 학생은 2학년이 되어 같은 내용의 수업을 학교에서 들을 때 제대로 집중할 수 없을 겁니다. 들으면 다 아는 것 같고(학생들은 들어보기만 했던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들이 상당히 있습니다), 때문에 흥미는 떨어집니다. 만약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문제 풀이가 잘 되는 상황이라면 다행이지만 막상 문제를 풀면, 아주 기본적인 것들도 건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재수 종합반에서 재수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종종 보게 되는 일이 있는데, 여러 학원의 경험과 수많은 인터넷강의를 아주 많이 경험한 삼수생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강의만 평가하다 정작 자신의 성적은 오르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선행학습의 부작용과 매우 유사합니다.
선행학습은 능력이 되는 시기에 해야 합니다. 유치원에서 1월에 태어난 아이와 12월에 태어난 아이의 차이가 상당합니다. 동일시 할 수는 없겠지만 선행의 문제도 이와 매우 유사합니다. 아이들의 수학적 수준은 천차만별이고 이는 발달과도 밀접한 연관을 보입니다. “내가 작년에 왜 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라는 경험이 한 번 쯤 있을 겁니다. 사실을 말하면 ‘작년엔 왜 이해하지 못했을까?’의 답은 대부분 ‘작년에는 이해하지 못할 수준이었어.’로 귀결됩니다. 기본적으로 수업을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으려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 합니다. 선행을 좀 더 일찍 할 수 있는 학생이 있고, 좀 더 시간이 필요한 학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과도한 선생을 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과도한(?)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수학학습에서의 절대원칙은 수준에 맞는 수업, 수준에 맞는 합리적인 선행학습이어야 합니다. 애당초 문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면 한 학기 수준의 선행학습이면 충분합니다. 이과를 지망하는 학생이라 해도 중학생 때의 과도한 선행은 지양해야 합니다. 예비고1이라면 겨울방학동안은 수1/수2(새 교육과정)정도의 선행이면 충분합니다. 특히 새 교육과정에서는 수2(집합, 명제, 지수로그, 수열 등)를 먼저 하고, 수1을 나중에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수1 내용이 이전의 고등수학 상/하(방정식, 부등식, 도형과 함수)가 복합되어 어렵습니다. 1학기 중간고사와 가까운 시기에 수1을 공부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합니다. 이후에는 만약 문과지망생이나 이과지망생일지라도 수학적 능력이 평범한 학생들은 고1 동안은 고1과정에 충실한 게 좋습니다. 여름방학 때 미적분 기본 선행 정도면 충분합니다. 수학적 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조금 더 선행을 해도 되겠지만 고1시기에 기하벡터나 확률과 통계까지의 선행은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할 것입니다.
김용운 원장
GOS(고스)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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