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거리 만세운동 지도자 묘소 참배 행사

고려인과 함께하는 삼일절 기념행사 열어

묘소도 없고, 비석도 없이 쓸쓸한 현실

지역내일 2014-03-06

삼일만세운동 95돌을 맞아 안산지역 삼일운동 유공자들을 기리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안산지역사연구모임은 지난 3월1일 안산지역 삼일운동 유공자인 유익수 선생과 김병권 선생 묘소와 홍순칠 선생의 기념비를 참배하는 3.1절 기념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10년째 계속하는 3.1절 기념행사에 특히 올해는 러시아지역 독립 운동가들의 후손이며 현재 안산에 거주중인 고려인 20여명이 함께해 더욱 의미가 깊었다.
안산지역사연구모임 이채호 운영자는 “비석거리 만세운동은 인근 지역에 비해 규모나 파급력이 큰 시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삼일절 기념행사를 시에서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해마다 만세길을 따라 행진을 했지만 올해는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여섯분의 묘소를 참배하고 그분들의 뜻을 기리는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삼일절

올해 행사에는 선부동 땟골지역에 거주하는 고려인 20여명과 안산지역사 연구모임 회원, 역사에 관심있는 일반 시민 등 60여명이 참가했다. 이른 아침부터 태극기를 챙겨들고 모인 이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상록구 부곡동 유익수 선생의 묘소. 유익수 선생은 청문당을 지은 유시회 선생의 7대손으로 당시 안산지역 유지였던 분이다. 유익수 선생은 안산지역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능곡리 윤병소, 와리(현재 와동)의 홍순칠, 화정리의 김병권, 수암리의 이봉문, 산현리의 윤동욱과 함께 1919년 3월 30일 비석거리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안산지역사연구모임 정진각 교수는 “당시 유익수 선생님은 월피동에서 큰 잡화점을 운영하고 계셨다. 그 시대 만세운동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먹고 살만한 분이셨는데 만세운동에 참가한 후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겪고 출옥 후 6년여 동안 휴유증에 시달리다 돌아가신 분”이라고 안내했다.
특히 이날 묘소 참배에는 유익수 선생의 손자이며 안산시 초대 문화원장을 역임한 유천형 원장이 참석해 만세운동 이후 가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전했다.
이어 일행은 2000여 군중이 모여 만세운동을 진행했던 수암면 비석거리 현장으로 이동했다. 1919년 당시 안산군 인구는 8000여명. 그중 2000여명이 참가한 수암면 비석거리 시위는 ‘하얀 파도가 거리를 덮었다’고 표현될 정도의 대규모 시위였다. 그날의 함성을 되살리는 만세삼창과 비석거리 보존을 위해 주변 환경정화 활동을 펼쳤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화정동 김병권 선생의 묘소. 서울무관학교 출신으로 육군 보명 참의를 지낸 김병권 선생은 1907년 군대해산 이후 고향이 화정동에 머물다 만세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해설을 맡은 신대광 선생은 “일제에 의해 군대가 해산되는 치욕을 당한 만큼 누구보다 울분에 가득차서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분이셨을 것”이라며 “당시 기록에 의하면 시위도중 한국인 순사를 만났는데 ‘너도 한국인이니 함께 만세를 불러라’라고 권유할만큼 적극 적으로 만세운동을 주도하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병권 선생의 묘소는 흔한 비문이나 묘지석조차 없이 방치되어 있어 참가자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 시민은“이 분들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셨는데 덕분에 편하게 살고 있는 우리는 기억을 하고 뜻을 보전하는 일도 소홀히 하고 있다. 안산시민들의 성금으로라도 작은 비석이라도 세워드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려인과 함께하는 3.1절 기념선언문 낭독으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 및 문화복지 지원을 위한 안산 시민 원탁회의 이천환 공동대표는 선언문에서 “정신대 할머니들의 눈물도 닦아주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일제 잔재가 도시 곳곳에 남아 있고, 여전히 안산에 3.1기념비도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도 못하고 있다”며 “국가와 언어, 피부색이 다르다 차별받지 않으며 평화로운 번영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2014년 지금의 3.1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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