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 자살 사망자 대부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1주일 전쯤 가족 등에게 자살을 암시했지만, 주변인 상당수는 이를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사건 담당 경찰관이나 보건진료소장 등 전문가들은 충남지역 자살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충청인 특유의 ‘양반 정서’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
충남도와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는 2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충남 자살 원인 규명 심리사회적 부검’ 결과보고회를 개최했다.
심리사회적 부검은 자살자의 유가족을 비롯한 지인, 담당 수사관, 보건진료소 소장 및 직원 등을 심층 인터뷰하고, 고인의 유서·일기 등 개인적 기록과 병원 진료기록 등을 분석해 자살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방법이다. 전국 지자체 중 충남도가 처음 실시했으며, 유가족 지원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심리사회적 부검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자살 사망자들은 자살 1주일 전쯤 평소와 다른 언행을 보였다. 자살자 52%는 고마움, 부탁 등 평소 안하던 말을 하고, 굶거나 포식을 하며, 폭력 행사, 부모 묘소 참배, 통장 정리 및 양도, 농약창고 배회, 평소 다니던 곳에 안가고 거동 불편에도 외출을 시도하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의 행동을 보였다. 또 40%는 ‘먼저 가고 싶다’는 등 죽음이나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했으며, 24%는 의존하던 가족과 떨어지게 된 점을 힘들어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자살자들의 이 같은 행동이 “죽음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도 있겠지만, 마지막 도움 요청의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살자의 가족 등 주변인 76%는 자살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자살자 7명의 경우는 이전에 자살을 시도했거나 직접적으로 자살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이 이를 알지 못했다.
사망 장소는 대부분 자택(84%)이거나 자택 근처 야외(12%), 직장(4%)이고, 최초 시신 발견자는 가족(76%), 지역 주민(16%), 친구(8%) 등으로, 자살자들은 자신의 죽음을 숨기려 하기보다는 지인들에 의해 쉽게 발견되기를 소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살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박탈감·좌절감 ▲ 만성질환 ▲ 의료·문화시설·문제 해결 지원 등 자원 부족과 활력 부족 ▲ 부모-자녀 사이 괴리 ▲ 고령노인 소외 ▲ 정서적 특징 ▲ 술 문화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충남지역의 자살률이 높은 원인 중 하나로 ▲ 자존심이 강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해 어려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며 ▲ 가부정적인 성향이 원활한 소통을 저해하고 필요한 도움 제공 기회를 차단하는 등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문화’를 지목했다. 또 농촌 음주 문화를 큰 문제로 꼽았는데, 한 전문가는 “어디에 가나 술이 널려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자살 예방 대책으로 ▲ 교육 ▲ 찾아가는 서비스 강화 ▲ 가족문제 해결 및 가족관계 개선을 위한 개입 ▲ 요양원 이용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서비스 질 관리 ▲ 마을 공동체 강화 ▲ 여가 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도 관계자는 “이번 심리사회적 부검은 충남의 자살 현상을 보다 세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통한 체계적 자살 예방대책 수립, 유가족에 대한 지원 서비스 제공, 사후 관리체계 마련 등을 위해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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