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편지9

오직 성적으로만 존재의 이유를 느끼는 아이

지역내일 2014-03-03

이제 고 2에 올라가는 진우는 작년 고 1 가을 무렵부터 학교에 가기 싫어하며,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오직 집안에만 있으려고 했다. 본원에도 억지로 왔다는 표가 많이 났다. 상담 및 검사지 작성 내내 부모님과 대화가 전혀 없었으며, 모든 일을 귀찮아하고 이곳에 온 자체를 매우 비판적으로 생각했다. 또한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았다.
심리검사 결과 전형적인 목동학생 스타일이 나타났다. 집안, 학교, 친구관계 등 주위 환경이 온통 공부를 강조하고, 성적에 의해 인정을 받는 듯한 분위기에 결국은 치였던 것. 즉 진우는 초, 중학교시절 상위권에 들던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성적경쟁이 펼쳐진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공부한 만큼의 성과가 생기지 않고 성적이 뒤처지면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부모와 친구들에게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성적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이들이 나를 존중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고 스스로 좌절한 것이다. 아이는 한마디로 자존감이 약했다.
아이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처음에 이 비판적인 아이는 최면에 대한 부정적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앞서 진행한 심리 상담으로 부정적 감정을 누그러뜨렸고, 최면의 회가 거듭 될 수록 자신의 마음이 변화하는 것을 느끼면서, 후에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임하며 다시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
본원에는 교육열이 높은 목동에서 상담하러 오는 분들이 꽤 있다. 사실 그 동안 오셨던 목동의 다른 부모님에 비하면 진우의 부모님은 아주 억압적으로 성적을 강요하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목동의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교육특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눈치 빠르고, 책임감 강한 장남인 진우도 존중받고자 어려서부터 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하려고 했지만 항상 완벽할 수는 없었다. 진우 부모님에게 은연중에 진우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격려를 하셨는지 돌아보시라고 했다. 또한 공부가 목표인 인생 말고 다른 삶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어 보시라고 권했다.
우리 사회는 학생의 존재이유를 공부하는 것에 두고, 성적이 뒤처지는 아이는 인생에서도 낙오 될 것이라고 겁주고 있다. 어른들이 구축한 정글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꿈을 꾸고, 이타적이고, 협동하는 대신 자기 자존감을 성적순으로 따진다.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미래를 위한 더 훌륭한 교육이다.


김은수

김은수 원장
미래행복최면심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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