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조물주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바늘에 찔리거나 불에 데려는 순간 재빠르게 몸을 피해 더 큰 조직 손상을 막는다. 통증은 위험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주고 이상 징후를 신속히 알려주며 경고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적 역할을 다한 뒤에도 통증이 지속적으로 남아 있게 되면 이 통증 자체가 하나의 질병이 돼 인간을 괴롭힌다. 이것은 말초신경계나 중추신경계의 이상 때문인데 이를 ‘만성통증’ 또는 ‘신경병증성 통증’이라고 부른다. 요추 디스크가 파열돼 격심한 허리 통증 및 다리가 저리는 증상으로 찾아온 환자가 있었다. 척추전문병원에서 MRI 검사상 튀어나온 디스크를 확인하고 디스크 제거 수술을 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튀어나온 디스크가 완전히 제거됐음을 수술 후 MRI상에서 확인했다. 그런데 환자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양쪽 다리가 차고 시리며 저리는 통증으로 양상이 변했다. 이 때문에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경우 몇 가지 검사를 통해 이 환자가 꾀병이 아님을 확인하고 신경병증성 통증이라고 진단한다. 신경 자체가 아파 오는 병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어떤 통증이 만성통증으로 발전하는 것일까?
첫째는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초기에 제거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신경에 자극이 가해지는 경우다. 둘째는 신경 자체가 손상을 입은 경우다. 피부에 발생하는 대상포진은 흔히 피부병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사실은 수두바이러스가 신경을 공격해 오는 질환이다. 피부병만 치료하다가 시기를 놓치면 척추신경이 파괴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만성통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치과 치료나 수술 등의 외과적 치료 도중본의 아니게 신경 자체를 건드리는 경우가 있다. 신경에 직접적 자극을 받은 것인데 이때도 그 신경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통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만성통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때론 삶 자체를 파괴하는 아주 무서운 병이다. 최근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통증을 혈압, 맥박, 호흡, 체온과 더불어 꼭 체크해야 할 제5의 활력징후라고 이야기한다. 통증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통증은 해당 신경뿐만 아니라 척수나 뇌신경에 변성이 일어나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것이 매우 중요하다.
장용호 지인통증네트워크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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