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와 충북 음성군이 26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전염병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10㎞(경계지역)까지 확대했다. 대상은 경계지역 안에 있는 농가 중 AI발생농가와 역학적으로 연관된 곳이다. 지금까지 살처분 범위는 3km 이내였다. 이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음성군은 이날 AI가 발생한 삼성면 청용리 농가를 중심으로 경계지역(3~10㎞)에 있는 가금류 농장 중 오리농장 10곳에서 기르는 오리 1만1000마리를 살처분할 예정이다. 10곳은 사람이나 차량 등을 통해 AI가 발생한 농가와 연결된 ‘역학관련 농가’다. 농식품부는 역학관련 농가를 계속 확인하고 있어 살처분 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방역당국의 이번 조치는 가축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미리 가축을 죽이는 방식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방역당국이 마련한 ‘AI 긴급행동지침’은 AI가 발생하면 오염지역(발생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은 예방적 살처분, 위험지역(반경 500m~3㎞)은 선택적 살처분, 경계지역(반경 3~10㎞)은 가축의 이동을 제한한다.
방역당국은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후 전염병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예방적 살처분 대상지역을 오염지역에서 위험지역으로 확대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더욱 강력한 것이다
농식품부가 예방적 살처분 논란에도 불구하고 살처분 대상 범위를 확대한 것은 음성군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대부분 오염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3일 조류질병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가축방역협의회 소위원회의 분석결과다. 충북 음성지역의 경우 예방적 살처분대상 농가(3㎞ 이내)에 대한 AI 검사결과 약 80%가 양성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일부 농가에서 AI 의심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3km 범위를 넘어서도 대부분 오염됐다고 보고 AI가 걸린 농가와 역학적으로 연관된 농가를 대상으로 살처분 범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오리의 사육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이번 AI 사태가 정리되고 나면 오리사육 환경을 개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방역조치 강화방침이 구체화되면 사육환경 개선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곳은 산업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리산업 계열화를 놓고 인수·합병전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지역의 한 오리계열회사는 이번 AI사태로 40만~50만마리의 오리를 살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벌써 인수·합병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번 AI사태로 살처분한 닭, 오리 등은 24일까지 271농가 564만5000마리에 이른다. 이는 지금까지 발생한 다섯 차례 AI 중 세 번째로 많은 양이다. 지난 2003년 발생한 AI로 528만5000마리를 살처분했을 때 보상금은 874억원이 지급됐다.
정연근·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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