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도민의 염원으로 유치에 성공한 청주공항의 건설이 확정될 무렵 언론에서는 축하의 글과 함께 비행기가 이륙하는 방향에 ‘비상리(飛上里-청원군 내수읍 소재)’가 있고, 비행기가 착륙하는 방향에 ‘비하리(飛下里-청주시 흥덕구 비하동)’가 있는 것을 마치 우리 조상들이 비행장이 들어설 것을 예견한 것처럼 보도한 적이 있다.
경사스러운 일에 견강부회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두 지명의 어원을 살펴보면 비행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깎아지른듯한 절개지는 특이한 지형의 모습으로 인하여 땅의 이름으로 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뜻을 가진 ‘벼랑’이라는 말이 지명 속에서 ‘별, 벼로, 벼루, 비리, 비루, 베루, 벼락, 비알, 비얄, 비랭이, 배랭이’ 등으로 나타나는데, 지명 속에서 옛 음을 보존하여 내려오다 보니 후대 사람들이 그 의미를 모르게 되어 비슷한 음의 다른 낱말로 해석하여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내고, 엉뚱한 한자 표기로 조금씩 바뀌어가게 되는 것이다. ‘비랭이’, ‘배랭이’는 ‘비렁뱅이들’로 바뀌고 ‘농사가 잘 안되어 비렁뱅이가 많은 마을, 또는 들판’의 의미로 유추하게 되는 예를 볼 수가 있다.
그리고 ‘벼락’이라는 표기는 ‘천둥과 함께 내리치는 번개’라는 뜻의 말과 같으므로 청원군 내수읍 도원리의 ‘벼락산’과 내수읍 비상리의 ‘벼락바위’, 북이면 금대리의 ‘벼락바위’는 ‘벼락을 맞아 갈라진 산’, ‘벼락을 맞아 갈라진 바위’라는 의미로 잘못 전해지고 있다.
마을 주변의 지형 중에는 벼랑이 흔하므로 벼랑을 나타내는 지명이 아주 많으며, 그 중에도 ‘비알’이라고 표기되는 지명이 많이 있다. 비하리(飛下里)라고 하는 것은 바로 벼랑이 있는 마을을 가리키는 말인 것이며 전국적으로 ‘비하리’라는 지명의 예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청원군 내수읍 비상리(飛上里)는 본래 청주군 산외일면(山外一面변)의 지역으로서 비홍(비鴻)의 위쪽이 되므로 위비홍 또는 상비홍(上飛鴻)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비중리(飛中里)와 저곡리의 각 일부를 병합하여 비상리(飛上里)라 해서 북일면에 편입한 것이다. 따라서 ‘비알’이 있는 위치에서 위쪽은 비상리(飛上里), 중간 지역은 비중리(飛中里), 아래 지역은 비하리(飛下里)라 하였다.
비중리(飛中里)에 대한 기록을 보면 본래 청주군 산외일면(山外一面변)의 지역으로서 비홍(飛鴻)의 중간이 되므로 중비홍(中飛鴻)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비하리(飛下里)와 비상리(飛上里), 저곡리, 관동리의 각 일부를 병합하여 비중리라 해서 북일면에 편입되었다는 것으로 보아 주변에 비하리(飛下里)가 존재하였음을 알 수가 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