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간다

국궁장 ‘광덕정’에서 만나는 궁도인들

전통무예 ‘활’을 통해 집중력을 키운다.

지역내일 2014-02-19 (수정 2014-02-19 오후 4:18:01)

안산시에는 국궁장이 2곳 있다. 본오동에 있는 반월정과 초지동에 있는 광덕정이다. 그중  광덕정은 산자락에 있어 경치가 멋스럽다. 또한 초지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산속에 있어도 교통은 매우 편리하다.
1993년 지어진 지상 1층, 지하 1층의 멋스러운 한옥 건물에는 회원의 쉴 공간, 식당, 활을 쏘는 사대 등이 있다. 한 달 평균 600여명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는데, 80대 어르신부터 청년·고교생·중학생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모여 ‘활’을 배우고 있다. 집중력이 약하고 게임에 빠진 자녀에게, 운동할 곳을 찾지 못 한 부모님께, 살림에 지친 주부에게 꼭 알리고 싶은 ‘광덕정’, 이곳을 주목하라.

국궁
 
누군가는 지켜야 할 전통
활을 다루는 행동부터 말투까지 귀한 가르침

‘5시5중’란 말은 다섯 발을 쏘아 다섯 발을 모두 명중하는 것이다. 지난해 궁도를 시작해 올해 2월에 처음 ‘5시5시중’를 성공한 송호성(45?사동) 씨. 송 씨는 “우리나라 활이 대단히 우수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각 나라마다 전통적인 활이 170여개정도인데, 그 중 파괴력이 있고 멀리 나가는 국궁이 세계 최고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옛 것을 지키고, 예의범절을 배우며 운동하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처음 입회비를 내고 매달 2만원의 회비를 내면 사두(회장)님이 국궁 기본을 세 달 정도 연습시키고 가르쳐 주신다. 100여명의 회원이 주말과 평일에 활을 쏜다”며 광덕정에 가는 이유 두 가지 꼽았다. 그것은 세계 최고인 전통 활을 지킨다는 긍지와 우리 것에 대한 예의를 배우고 전하는 것이다. 물론 직업병으로 얻는 어깨근육 통증이 많이 완화되기도 했단다.
 
‘활 배웁니다’ 과녁에 정중히 인사하며 시작
국궁의 과녁은 ‘同’이라는 한자모양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전국궁도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궁도인 김철호(72?고잔동) 씨는“광덕정은 우리나라 400여개의 궁도장 중에서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자연환경이나 주차시설이 좋다”고 말했다. 또 안산시민들이 광덕정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이곳은 평소에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훈련을 하는데, 11월에서 2월까지는 활동하기가 어렵다. 맨 손으로 활을 쏘아야 해서 손이 얼고 활자체가 얼기 때문이다. 그래서 3월초가 되면 따뜻한 제주도부터 본격적인 활쏘기와 전국대회가 시작된단다.
국궁에서 화살은 ‘일반살’과 ‘애기살’ 두 가지인데, 애기살은 선조들의 영특한 지혜가 담겨있다. 길이가 30cm정도인 애기살은 화살이 부족할 때 잘라서 두 개로 만든것인데, 적이 주워 다시 사용하기 못하기 때문에 공격에 유리하다.
리포터의 기억 속에 감동적이었던 영화 ‘최종병기 활’에 대해 묻자 “그 영화덕분에 국궁을 문의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며 우리 활을 참 멋지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국궁에 쓰이는 활도 역시 두 가지. 재료에 따라서 개량궁과 각궁이 있다. 개량궁은 낚싯대와 같은 화학물질로 만들고, 각궁은 무소뿔로 만들어 다루기가 까다롭다. 반드시 24℃정도에서 보관하고 계절에 따라 활시위를 재는 방법도 다르다고 한다.
점수가 있는 양궁과녁과 국궁은 과녁을 맞히면 된다. 그래서 과녁에는 한자로 ‘同’ 이 쓰여 있다. 활쏘기를 시작할 때 궁사가 “활 배웁니다”라고 145m 떨어진 과녁에 인사를 하면 연배가 낮은 옆의 동료들도 예의바른 인사로 답을 한다. 김씨는 “일반적으로 5개의 화살을 9순, 즉 45시를 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그때마다 사대에서 과녁까지 거리 145m를 9번 왕복하면 약 3km의 잔디밭을 걷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넓은 잔디밭에서 먼 시야에 있는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기분은 어떨까? 리포터도 활시위를 당겨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국궁2




국궁-내가 내 자신을 굳게 믿는 무예
예측하지 못하는 바람- 경험과 훈련

궁도인 김철호 씨는 ‘운칠기삼’이라는 말로 국궁에 임하는 마음가짐 세가지를 알려주었다.“우선 자신이 노력하는 것은 삼(3), 우연히 되는 것을 칠(7)로 본다. 둘째는 조준기가 있는 양궁에 비해 아무 기준이 없는 국궁은 자신만의 느낌을 믿고 활을 쏘는 것. 자신만이 알고 있는 조준점을 하나씩 갖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리 바람의 방향을 읽는 것도 훈련에서 비롯된 경험으로 파악한다.”라고 했다.
전국대회에 나가면 보통 새벽부터 예선전을 시작하고, 저녁 10시쯤 결승전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국궁장에는 밤에 훈련하는 사람도 많다. 광덕정에서 훈련하는 궁도인은 실력이 만만치 않다. 전국체전에서 순수한 아마추어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전·단체전에서 우승을 여러 번 차지했다.
지난 2월 9일에 있었던 ‘과녁제’에서 사우들은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 총무를 맡고 있는 김 씨의 간절한 바램은 광덕정에서 전국궁도대회를 다시 여는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 성호문화제 때 개최했던 전국궁도대회를 해마다 광덕정에서 열고 싶다”는 것이다. 또 다음달 3월에 열리는 전국체전 경기도대표팀 선발전도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회원들과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과 나라를 지키는 무기를 한층 더 발전시켜 전통무예로 승화시킨 ‘활’.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끌리는 느낌이 있지 않을까?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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