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성시장에 가면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신선한 먹 거리가 유난히 많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손 두부 가게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를 풍기며 즉석에서 구어 주는 김구이 가게 앞에는 신선한 식탁을 준비하려는 주부들이 줄을 서 있다. 바구니에는 정성껏 다듬은 나물이 소복하니 예쁘게 담겨있고, 수육과 순대는 푸짐하며 철마다 달라지는 생선도 신선해 보인다.
그리고 라성시장에는 참기름과 들기름을 직접 내릴 수 있는 방앗간이 6곳 정도 모여 있다. ‘방앗간’이라는 곳에는 특이한 단골손님들이 있다. 대를 이어가며 시어머니의 단골집이 며느리의 단골집이 된다는 것. 따라서 자연스럽게 20년, 30년 끈끈하게 믿음으로 연결된다.
13년 전부터 라성시장에서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황두영(48) 씨는 단골손님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의 아버지도 방앗간을 했으니 직업도 대물림했다. 갓 볶은 깨에서 맑고 고소한 기름짜내 고객들에게 신선함과 고소함을 판매한다. 여기에서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믿음’이다. “들깨만 해도 종자종류가 90가지이다. 육안으로는 수입인지 국산인지 구분이 어렵지만 직접 먹어본 사람들은 그 차이를 신기하게 안다.” 그만의 노하우는 재료의 선택에 있다. 옆에서 항상 밝은 웃음으로 함께 일 해주는 아내와 바람도 쏘일 겸, 옥천이나 안동을 다니며 국산 깨를 공수해 온다. 원료도 단골집이 있다고 한다. 부부는 “대도시 근교는 곡물 값이 비싼 편이라 저렴하고 좋은 깨를 사기 위해 더 시골로 간다”며 “내가 80살까지 아내와 일하고, 아들이 내 나이쯤이 되면 물려줄 가게라 열심히 하고 있다”며 밝게 웃는다.
안산에서 부천으로 이사를 간 김모(65)씨는 일 년에 두 번은 며느리와 라성시장에 있는 황 씨가 운영하는 ‘신세대 방아’를 찾는다. 김씨는 “봄·가을로 온 가족이 먹을 들기름 짜러 오고, 김장철에는 고춧가루를 준비하러 오지”라며 “좀 멀지만 여기가 마음이 놓여 다른데 못가네. 두고 오래 먹는 양념이라 아무데서나 막 사지는 못해”라고 했다.
기름의 맛은 깨를 볶는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개인마다 취향이 각각 다르다. 낮은 온도에 볶은 들깨는 옅은 노란색으로 나물을 볶거나 계란 프라이에 좋다. 반면 온도를 높여 볶은 들깨는 고소한 맛과 향이 진하고 색도 진해진단다.
정월대보름이 다가오고 있다.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을 먹는 우리의 전통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먹는 음식이나 인스턴트음식이 홍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라성시장에서 맞춤형으로 나만의 들기름과 참기름을 준비해보자. 평범한 김치찌개도 차별화된 고소함이 더 해져 특별해 진다.
위치 : 단원구 원곡동 라성시장내 보성상가B동121호
영업시간 : 오전 8시∼오후8시
문의 : 011-402-0164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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